지역 곳곳에 분포한 문화시설은 문화 향유의 출발점이자 지역 문화 발전의 중심 거점이다. 하지만 전국 문화시설 분포도를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이 뚜렷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전국 문화기반시설은 총 3248개소이며 이 가운데 1185개소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전체의 36.5%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서울의 경우 종로구 한 곳에만 민간 공연장이 110곳을 넘고, 수도권 3개 시도의 문화시설은 평균 382.7개에 달한다. 이는 지방 14개 시도의 평균인 142.4개를 2.5배 이상 훌쩍 넘는 수치다.
전국 공연장 1348개 중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현실은 지역 문화 소외를 고착화한다. 청년 예술인은 무대를 찾기 어렵고, 관객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접할 기회조차 없다. 창작공간과 전용 공연장도 부족해 자생적 생태계 형성에 한계가 따른다.
공연 횟수 역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수도권 공연 횟수는 전국의 60%를 넘는다. 서울은 인구 10만 명당 공연 횟수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며 공연 소비 기회에서 앞선다. 반면 지방은 거리, 시간, 정보 부족 등으로 접근성이 낮고 수요 대비 공급도 부족하다.
중소 지자체는 공연 기획과 운영 인력이 부족하고 조명·음향 등 기술 인력과 장비도 열악해 외부 용역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지역 주민은 공연 하나 보려 해도 수도권까지 '문화 원정'을 떠나야 한다. 이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명백한 문화향유권의 불평등이다.
시설이 존재한다고 해서 문화향유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공연이 열려야 공연장이고, 기획과 운영이 돌아가야 문화가 작동한다. 지역에서도 고품질 공연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설비 확충과 인력 배치, 예산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문화 분권 없이 문화 선진국은 불가능하다.
모든 국민은 거주지와 관계없이 문화예술을 누릴 권리가 있다. 새 정부는 '수도권 중심' 문화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화 기회가 특정 지역에 머물지 않도록, 인프라를 전국으로 확장해야 한다. 공연장 부족은 단지 예술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 발전의 핵심 과제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