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예대금리차' 발언에 은행권 긴장…커지는 금리 딜레마

2025.06.12 17:01:43 1면

경제점검TF 첫 회의서 '예대금리차' 언급
與 추진 '가산금리 법안 속도낼 듯
금리 인하, 가계대출 증가세 자극할 수도
尹 "종노릇" 트라우마 재현 우려 확산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은행들의 예대금리차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여당이 추진 중인 가산금리 인하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권은 금리를 낮추자니 대출이 늘고, 유지하자니 정부와의 충돌이 우려되는 ‘금리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서 "해외와 비교했을때 예대금리차가 벌어져 있는 게 아니냐"고 질문했다. 회의에 참석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해외 금융사와 비교하면 예대금리가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은행이 예대금리차를 통해 과도한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그에 따른 금융소비자의 피해 가능성을 확인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평균 1.41%포인트(p)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 인하기에는 예대금리차가 줄어들지만,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여당이 주도하는 가산금리 인하 입법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병덕(민주·경기 안양시동안갑) 의원은 지난해 말 법정출연금 등을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문제는 가계부채가 다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6조 원 늘어나며 지난해 10월(6조 5000억 원) 이후 최대폭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5조 6000억 원씩 늘며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대출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금리를 낮출 경우, 부채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은행들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에는 공감하지만, 이렇게 되면 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대출 관리와 금리 인하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전 정부 시절의 ‘상생금융’ 압박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은행권에 대해 ‘돈 잔치’, ‘종노릇’ 등의 표현으로 비판을 이어갔고, 이에 은행권은 2조 원 규모의 상생금융 대책을 마련했으며, 이후에도 소상공인을 위한 2조 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3년간 추가로 추진했다.

 

이재명 정부 역시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 취약계층 지원을 강조하고 있어,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융권의 판단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은행이 이자장사로 쉽게 돈을 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정권이 바뀌었어도 상생금융 압박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고현솔 기자 sol@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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