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대, 나만의 승부가 아니라 광주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결입니다.”
2025년 6월, 아랍에미리트 아지만에서 열리는 ‘2025 IFBB 아시아선수권대회’. 이 무대에 광주시의 이름을 단 선수들이 전례 없이 대거 파견됐다.
광주시보디빌딩협회 산하 팀 ‘그린핏코리아’는 현 경기도보디빌딩협회 정병선회장이 전력분석가로 국가대표 보디빌더 3명(배철형, 임성재, 이진우·상비군)과 대회에 출전했다.
한 지역팀에서 상비군 포함 국가대표를 3명이나 배출하고, 전력분석가까지 동반 파견한 것은 국내 보디빌딩계에서도 극히 드문 사례다.
대표팀은 지난 13일 출국해 오는 18일까지 대회를 치르며, 19일 귀국한다. 이들은 국가대표라는 이름 앞에 힘든 채중관리와 트레이닝을 이겨가며 대회를 준비해 왔다.
◇‘몸싸움에서 밀리기 싫었던’ 군인에서… 금메달 후보로

배철형 선수는 군 시절 축구를 하며 느꼈던 좌절이 운동의 시작점이었다.
배 선수는 “몸싸움에 밀리는 게 너무 싫었다"며 "처음엔 체력 보강 정도였지만, 몸이 달라지고 체력이 좋아지면서 보디빌딩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광주시 대표로 각종 대회에 출전하며 입상했고, 이제는 국제무대를 준비하는 국가대표가 됐다.
그에게 가장 힘든 건 “고된 훈련보다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라고 말한다.
하루 평균 훈련 시간은 4~5시간, 웨이트 3시간, 유산소 2시간에 더해 포즈 연습만 1시간 이상이다. 그는 “보디빌딩은 외형만 평가하는 종목이 아니라, 근육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포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운동 빼고 다 힘들어요” 일상까지 규칙으로 싸운다

임성재 선수는 처음부터 국가대표를 목표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왜소한 체격이 그의 출발점이었다.
임 선수는 “마른 체형을 극복하고 싶어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며 "그러다 보니 선수들의 무대가 부러워졌고, 국가대표가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꿈을 현실로 만든 중이다. 그에게 가장 고된 건 ‘운동이 아닌 일상’이다.
그는 매일 5~6시간씩 훈련하며, 유산소와 웨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중시하는 건 따로 있다. 바로 ‘포징’이다.
그는 이제 단순히 근육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무대에서 ‘보여주는 법’을 아는 선수가 됐다.
“내 체급에서 독보적인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왕 하는 거, 정점까지 올라가야죠.”
◇“상비군도 대표다”…무대 뒤에서 조용히 준비하는 ‘진짜 전사’

이진우 선수는 이번 대회에 국가대표 상비군 자격으로 참가했다. 주전이 아닌 예비전력이지만, 훈련과 책임감은 결코 다르지 않다.
보디빌딩을 시작한 계기는 단순한 체형 개선이었지만, 무대를 접한 이후 그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 선수는 “내가 지금 조용히 준비하고 있어도, 결국 무대에 설 그날은 반드시 온다"며 "국가대표는 호명되는 순간이 아니라 준비된 사람에게 주어지는 이름"이라고 밝혔다.
◇ ‘보디빌딩 명가’ 꿈꾸는 광주
정병선 전력분석가는 “광주시보디빌딩협회는 단순한 선수 양성 기관이 아니라, 선수의 가능성과 데이터를 모두 분석해 체계적인 훈련을 지원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광주의 도전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무대 위 1분을 위해 매일 6시간의 고통을 견디는 선수들과 그들을 뒷받침하는 전력분석가로 이들의 개인의 승부가 아니라, 광주시의 위상과 대한민국의 자존을 걸고 있다.
[ 경기신문 = 김태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