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헌혈률이 수십 년째 1%대로 전국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이다. 대한적십자사 혈액정보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헌혈률은 1.7%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최저치로, 최고치를 보인 울산(9.9%)과 6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기록이다. ‘생명을 살리는 작은 실천’인 헌혈은 인류애의 숭고한 희생이요 봉사로 평가된다. ‘헌혈률 만년 꼴찌’라는 불명예를 씻어내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특별한 방안들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 2005년부터 계속 1%대 헌혈률을 기록, 20년간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경기도는 헌혈장려 조례를 운용하고 있는 광역단체다. 경기도 헌혈장려 조례 제4·5조에 따르면, 도지사는 매년 복지부장관의 헌혈권장에 관한 계획에 따라 헌혈장려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그 결과를 이듬해 사업계획 수립에 참고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제5조에 따른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다.
헌혈률 최고기록 9.9%를 찍은 울산시의 경우 매년 분기마다 사랑의 헌혈 행사를 진행한 것이 헌혈률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울산시는 시 차원에서 울산혈액원과 정례 행사를 진행하는데 지난 2023년에는 138명이 참여하며 3위권 진입 약 9년 만에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경기도는 상대적으로 도민 헌혈을 장려하기 위한 행사가 미진하다. 경기혈액원은 도 대신 공공기관과 협업해 행사를 진행하는 편이다.
실제 울산광역시 헌혈권장 조례는 2023년 개정에서 혈액원에서 추진하는 헌혈권장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시장의 책무를 담았다. 반면 경기도 헌혈장려 조례 도지사 책무 조항에는 구체적인 방안 없이 ‘헌혈활동 장려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정도의 두루뭉술한 의무만 명시돼 있다.
2014년부터 줄곧 헌혈률 1~3위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울산, 서울(2024년 9.8%), 강원(9.6%)과 비교해보면 경기도는 일반단체 중심으로만 헌혈 실적이 쌓이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일반단체는 공공단체(정부 기관, 공공기관, 일반기관), 사기업체, 민방위, 협회 등을 포함한 각종 단체를 의미한다. 도와 함께 전국 평균(5.6%)보다 낮은 헌혈률을 기록한 대구·경북(4.9%), 경남(4.2%) 역시 일반단체의 헌혈 건수가 헌혈률이 높은 강원, 울산의 일반단체 헌혈 건수보다 많았다.
이 같은 기록들은 공공에서의 헌혈장려 행사가 효과를 보려면 민간까지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쉽게 말하자면, 헌혈률이 낮은 시·도의 경우 하나같이 헌혈 캠페인이 민간 차원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관변단체까지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헌혈은 아무나 할 수 없지만, 누구나 할 수 있다.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고귀한 사랑이 헌혈이다. 헌혈을 하려면 사전에 혈액 검사를 하기 때문에 건강정보를 간단하게 점검할 수 있다.
전국 15개 권역에 분포한 혈액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헌혈을 권장하고 있다. 간단한 다과와 함께 영화관람권, 문화상품권, 햄버거 세트 기프티콘 등을 헌혈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적정 보유 혈액량이 5.0일 미만의 ‘관심’ 단계에 접어들면 추가 증정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세포 기반 인공혈액 제조 및 실증플랫폼 기술개발사업단의 인공혈액 대량 생산기술 확보는 2037년을 최종 목표로 하는 연구개발(R&D)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복지부는 70세 이상 고령자 헌혈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혈액 부족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경기도의 헌혈률이 매년 꼴찌라는 것은 수치(羞恥)스러운 일이다. 개선을 위한 특별하고도 효율적인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 특히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지혜로운 대책들이 신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