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 칼럼] 제14회 브라질 한국영화제. 브라질이 한국 영화를 부른다

2025.06.19 06:00:00 13면

 

국내에서 한국영화가 위기 소리를 듣고 있지만 해외에서의 관심과 시장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영화의 진짜 위기는 이 불일치의 간격을 빨리 좁히지 못하는 것에 있다. 12일(상파울루 현지시간) 시작돼 19일에 끝나는 제14회 브라질 한국영화제는 지난 해와 달리 유료 티켓으로 진행돼 관객 수는 약간의 경감이 있긴 하지만 비교적 여전히 뜨거운 관심 속에 열리고 있다. 현지 영화제 매니저인 이동현 브라질 한국문화원(원장 김철홍) 주무관은 젠더 문제를 다룬 작품들, 곧 '딸에 대하여' '대도시의 사랑법'은 만석 매진이어서 "한국이나 브라질 모두 젊은 관객들의 관심은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전선영 감독의 '폭로 : 눈을 감은 아이'는 페막작으로 초청됐으나 상파울루 예술대학의 ESPM(광고홍보학과) 영화관에서 16일에 먼저 상영돼 깊은 관심을 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작품이 갖고 있는 여성 서사에 대해 영화 고관여층인 대학생 관객들은 깊이 있는 질문들을 쏟아 냈다. '폭로 : 눈을 감은 아이'는 국내 미개봉작이며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서만 공개된 상태다.

 

이번 제14회 브라질 한국영화제에는 22편의 장단편 영화들이 초청됐다. 영화제 기간 중 이틀을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관련 행사를 순회로 열기까지 했다. 개막작으로는 김지운 감독의 2016년작 '밀정'이 선정됐는데 이는 대한민국 광복 80주년 기념 섹션의 일환으로 상영된 것이다. 한국문화원의 김철홍 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의 지난한 역사를 브라질의 젊은 관객들에게 넓고 깊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섹션에는 '밀정'을 비롯해 '암살' '영웅' 등 5편의 한국 근현대사 영화들이 상영됐다. 특히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 상영 후 열린 GV(관객과의 대화)에서 대다수 관객들은 1980년 쿠테타가 한국 현대사에 끼친 영향, 최근의 쿠테타 정국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냈다.

 

브라질 한국문화원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회복된 후 다양한 문화 컨텐츠가 '제약없이' 브라질 대중들에게 전파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번 영화제 외에도 작가 편혜영과의 화상 대담이 기획돼 있고 17일 현재 소설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가 상파울루에 들어 와 북토크와 팬사인회를 진행중이다.

 

브라질은 중요 교류국이지만 한국과 워낙 멀어서인지 문화원의 성취가 잘 알려지지 않아 왔다. 게다가 지난 정부 3년간 문화 예산의 상당수가 깎이는 등 그 노력이 평가절하된 측면이 없지 않다. 브라질 한국문화원은 한국어에 능틍한 현지 직원들을 다수 채용해 양국 문화 교류의 업무에 있어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2억의 브라질을 포함, 6억 3000의 중남미와 6억 5000의 ASEAN 국가를 소홀히 해서는 안될 일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 제목을 한국 말로 줄줄히 꿰고 있는 젊은이들을 만나는 것은 꽤나 흥미롭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이 많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이 많게 해야 한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K문화강국위원회 같은 것이 만들어진 모양이다. 이번엔 좀 제대로 문화 정책, K컨텐츠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했으면 싶다.

오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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