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을 호소하는 소방공무원들이 심신휴양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24일 오후 2시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대강당에서 ‘2025 경기도 정책토론회’를 열고 ‘경기도 소방 심신휴양시설 설치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는 안계일(국힘·성남7) 경기도의원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토론 패널로 박은하 용인대 교수와 최순종 경기대 교수, 김형원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보건안전팀장, 공병삼 전국소방안전공무원노동조합 경기도위원장, 박승균 가평소방서 조종119안전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토론 패널들은 소방공무원들이 업무 중 반복적인 위험에 노출돼 정신적·육체적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만큼 상시적으로 이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심신휴양 시설을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먼저 박은하 교수는 “소방공무원은 다른 직업군에 비해 비상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여기에 경기도는 인구가 증가하는 몇 안 되는 지자체이기에 소방공무원이 더 증원되지 않는 한 업무가 더 어려질 것이라는 걸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 PTSD라고 볼 수 있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만성질환과 흡연·음주 증가, 약물 남용 등 충동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소방공무원들이 높은 스트레스와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면 소방관 개인에게도 문제이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자칫 소방 조직은 물론 도민들 위한 소방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어 “심신휴양 시설은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소한다는 예방의 목적으로써 굉장히 필요한 시설”이라며 “이미 법적 근거가 충분한 상태이고, 이를 구체화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안이 제개정된다면 시설을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순종 교수는 도소방재난본부에서 이달부터 시범 운영 중인 소방 트라우마 관리센터와 같은 공기관 주도의 심신휴양 시설을 가리켜 더 다양하고 심층적인 지원 계획을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도내 소방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업무의 다양화·장비의 보강 등도 요구되고 있다”며 “도와 도의회 차원에서 조례 제개정을 통해 얼마나 더 체계적으로 소방공무원을 지원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소방공무원을 위한 심신휴양 시설 설치뿐 아니라 현재 소방 활동 전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소방 관계자들이 참석해 근무 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을 전하기도 했다.
김형원 보건안전팀장은 “현재 도 절반 이상의 소방서는 소방공무원이 잠시라도 쉴 공간이 없다. 심신안정실이 있다 해도 일부는 5평도 안 되는 공간에 장비만 갖다 놓은 수준”이라며 “전문상담사를 고용하고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박승균 센터장은 “소방공무원들이 심리적으로 병이 드는 것은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과 같다”며 “근무 중 여러 사건을 겪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트라우마로 인해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병삼 위원장은 “소방공무원은 재난 발생 시 100시간이 넘는 연장 근무를 해야 한다. 이뿐 아니라 고위험 환경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PTSD, 우울증, 신체적 장애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소방관의 평균 사망 연령이 현저히 낮은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했다.
안계일 도의원은 이에 대해 “도의회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소방공무원 치유 정책의 일환으로 심신휴양 시설 설치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며 “이번 토론 자리는 열악한 소방 근무환경 문제의 해결책을 구체화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경기신문 = 나규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