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대 기업 중 10곳 중 8곳, 수도권에 본사 둬"

2025.06.25 08:38:49 5면

공공기관만 지방 이전…민간 대기업은 여전히 ‘서울 중심’
정부, HMM 부산 이전 유도…실효성 있는 분산정책 시험대

 

국내 주요 대기업 본사 10곳 중 8곳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혁신도시 정책이 10년 넘게 추진돼 왔음에도, 민간 대기업의 수도권 편중은 오히려 굳어진 모양새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지방소멸 대응’과 ‘균형발전’ 기조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5일 발표한 ‘국내 500대 기업 본사 소재지 현황’에 따르면, 500대 기업 가운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본사를 둔 기업은 385곳(77%)에 달했다. 특히 서울만 해도 284곳(56.8%)으로 과반을 넘겼다. 경기도와 인천은 각각 84곳, 17곳으로 집계됐다.

 

반면 세종과 강원은 각 1곳(0.2%), 전북은 2곳(0.4%), 충북 4곳(0.8%), 제주 3곳(0.6%)에 그쳤다. 지역 간 경제력과 기회 격차가 기업 본사의 물리적 분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서울에서는 중구가 65곳으로 가장 많았고, 강남(46곳), 종로(42곳), 영등포(40곳), 서초(25곳) 순으로 본사가 몰려 있었다. 이 지역엔 현대자동차, 기아, LG전자, 한국산업은행, 하나은행, 현대모비스, 한화, KB국민은행, LG화학, GS칼텍스 등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대거 위치해 있다.

 

경기·인천 지역에선 성남(26곳), 인천(17곳), 용인·화성(각 9곳), 수원·안양(각 7곳) 순이다. 본사를 둔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네이버, KT,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중공업, 현대제철, 한국GM, SK인천석유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 HD현대인프라코어 등이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대체로 공기업 중심의 분포를 보인다. 부산·울산·경남에는 총 46곳(9.2%)의 본사가 있었으며, 이 가운데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남부발전, 부산은행, 르노코리아(부산), HD현대중공업, 한국석유공사, 한국동서발전(울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오션(경남) 등이 대표적이다.

 

대구·경북은 23곳(4.6%)으로, 한국가스공사, 티웨이항공, 엘앤에프(대구)와 포스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도로공사, 포스코이앤씨, 포스코퓨처엠(경북) 등이 본사를 두고 있다.

 

대전·충남에는 KT&G, 한국철도공사, 한국수자원공사, HD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에너지스 등 21곳이 분포했다. 광주·전남은 금호타이어, 우미건설, 한국전력공사, HD현대삼호중공업,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바스프 등 14곳이었다.

 

그러나 충북(에코프로비엠, 현대엘리베이터 등 4곳), 제주(카카오, 제주항공, 네오플 등 3곳), 전북(동우화인켐, 전북은행 2곳), 세종(한화에너지 1곳), 강원(강원랜드 1곳) 등은 여전히 대기업 본사 유치에 고전하고 있다.

 

한편 공공기관의 경우, 혁신도시 이전 정책에 따라 비교적 지역 분산이 이뤄졌다. 500대 기업에 포함된 22개 공기업 중 17곳이 수도권 외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이는 민간 대기업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조원만 CEO스코어 대표는 “본사 소재지는 지역 세수 확보, 고용 창출,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지방소멸과 수도권 과밀이라는 양극화 현실 속에서 대기업의 수도권 집중은 더 이상 방치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HMM의 본사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지방 이전을 유도하기 위한 세제·재정 인센티브 강화, 지방산업 클러스터 조성, 교통·인프라 확대 등을 정책 패키지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입지 자율성” 원칙과 수도권 중심의 산업·인재·자본 인프라 구조를 고려할 때, 강제성 없는 정책으로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역 불균형 해소와 지방소멸 대응이 현실로 이어지기 위해선 기업의 이전 유인뿐 아니라 지방이 본사를 유치할 수 있는 ‘삶의 질’과 ‘성장 가능성’ 자체를 높이는 근본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오다경 기자 omotaa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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