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지역균형 발전 사업 평가 위원으로 경기 북부 ‘삼천(동두천, 포천, 연천)’을 방문하였다. 프리미티브한 대자연이 펼쳐진 이곳에 발을 디디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손상되지 않은 자연, 신선한 공기, 풍부한 먹거리, 사람이 살기에 이 보다 좋은 곳은 없으리라. 한 가지 흠이 있다면 큰 병원과 문화시설이 빈약하다는 것. 이 점만 잘 보완하면 ‘삼천’은 지상낙원이라 할 수 있다.
부족한 의료 시설은 원격 진료센터를 설치하여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서구에서는 저밀도 지역의 부족한 의료시설을 원격 진료센터 설치로 보완 중이다. 프랑스는 2001년부터 이 방식을 추진해 왔지만 사회적인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2018년 오메디스(Omedys)라는 회사가 설립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두 전직 응급의학과 의사가 원격 상담 전용 진료실 두 곳을 오픈한 것이다. 금상첨화로 이해 9월부터 원격 진료가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게 되고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바야흐로 원격 의료의 시대가 시작됐다.
원격 의료는 병원 응급실의 부담을 덜어주고 특히 시골, 교외 등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 의사와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접근성을 높여 준다. 또한 환자와 의사의 진료 시간을 재창조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를 통해 프랑스의 동부 샹파뉴 아르덴과 같은 의료 사막지역은 원격 상담실 수를 대폭 늘리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인구 대비 의사 밀도가 전국 평균보다 30% 낮은 지역을 의료 사막으로 간주한다. 현재 아르덴 지역에서는 보건소, 약국, 양로원, 이주민 접수 센터, 장애인 시설 등에 약 100여 개의 원격 상담실을 설치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의료 자원의 지역적 분포는 도시와 지방 간의 심각한 불평등을 야기한다. 좋은 의료 인프라와 우수한 의사는 수도권에 모두 집중되어 있다. 그 결과, 농촌 지역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의료 사막화 현상이 일어난다.
이에 대처할 방법은 원격 진료의 활성화가 아닐까? 원격 상담 또는 원격 진료는 환자나 의료 전문가가 이동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의사가 특정 지역에 없거나 환자가 이동하기 어려운 경우에 특히 유용하다. 인터넷 연결, 마이크, 스피커, 웹캠이 장착된 컴퓨터, 디지털 태블릿 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의사는 환자가 제공하는 시각적 정보와 세부 정보를 통해 진단을 내리고 치료 과정을 계획할 수 있다.
원격 전문 의료의 진단 또는 치료 전략은 최소 두 명의 의사 간의 교환으로 가능하다. 이러한 형태의 원격 진료는 심장학, 산부인과, 피부과의 1차 진료 또는 응급 진료에 적합하다. 데이터(심전도, 초음파 스캔, 피부 병변 사진 등)는 전문의에게 전송되어 동료가 적절한 치료를 진단하고 실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처럼 원격 의료는 의사 부족과 농촌 인구의 지리적 고립이라는 문제에 대응하여 하나의 해결책으로 아주 좋다. 또한 의사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여 집에 머물면서 대도시 외곽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유념할 사항이 있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듯이 원격 의료를 지나치게 남용하고 사업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원격 진료에는 분명 한계가 따르고, 또한 원격 의료는 비즈니스가 아닌 윤리가 핵심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