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염 비상…자연재해 차원 대응책 세워야

2025.07.11 06:00:00 13면

도내 하루 온열질환자 역대 최다, 경각심 고취를

7월 초부터 기온이 40도를 넘는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는 중이다. 경기도 내 온열질환자가 국내 기상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기도는 9일 오후 3시를 기해 폭염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단계를 2단계로 격상했다. 자연재해 차원의 폭염 대응책을 새로 짜야 한다는 여론이다. 일상을 파고드는 이상기후의 기습에 대비책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동자·노약자들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8일 하루 경기도 내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8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일일 최대치였던 61명을 훨씬 넘어선 수치다. 이날 전국적으로 온열질환자는 238명이었다. 하루에 온열질환자가 200명을 넘은 것은 드문 일이다. 지난 5월 15일 이후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121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78명)의 2.5배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8명으로서 지난해(3명)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지난 6일에는 인천 계양구의 한 도로 맨홀 아래 오수관에서 측량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유독가스 질식에 의한 사고로 추정됐는데 폭염 속 밀폐 공간에 대한 안전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음날에는 경북 구미시 아파트 공사장에서 베트남 국적의 20대 일용직 노동자가 앉은 채로 사망했다. 발견 당시 체온은 40.2도였다.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비상 2단계 격상과 함께 도 자연재난과장을 총괄반장으로 지정하고 폭염 상황 관리에 들어갔다. 즈음하여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각 시·군에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으로 인명피해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 달라는 내용의 특별 지시를 내렸다. 한편 도는 지난 7일 오후 1시 기상청 폭염특보 확대 발표 직후부터 폭염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오고 있다. 


폭염이 일상화된 현실에도 노동자들이 충분한 휴식과 보호 없이 일터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 문제다. 무엇보다 야외 노동 현장에서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키는 조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폭염에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후진국형 산업재난은 이제 완전히 사라지게 해야 한다.


농어촌을 비롯한 작업장에서 일어나는 열사병·일사병에 대한 예방책 홍보와 처치법 확산이 시급하다. 주로 건강 취약계층인 노인들이나 생산 현장의 노동자들이 논밭이나 일터에서 아무 생각 없이 장시간 일을 하는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 활동이 불가피하더라도 하루 1.5~2L의 수분을 넉넉히 섭취하되 외출 전 미리 마시는 게 좋다고 한다. 야외에선 헐렁하고 밝은색 옷차림에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증상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즉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일단 어지럼증·두통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그늘이나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옷 단추와 허리띠 등을 풀고 체온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다음 찬물로 적신 수건을 겨드랑이·목·사타구니에 대고 물을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 의식이 없거나 경련이 있다면 지체없이 119에 신고하여 응급조치를 받아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은 태풍이나 홍수보다도 더 많은 사망자를 내는 훨씬 더 위험한 재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당국의 철저한 대비와 예방 홍보, 세밀한 관찰 활동이 필요한 때다. 기후 위기가 촉발하는 자연재해는 다양한 형태로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하절기 폭염을 그저 며칠 견디면 그만인 통과성 이상기후로만 여기고 소홀히 대해도 괜찮던 시대는 지나갔다. 


폭염을 심각한 핵심 자연재해로 놓고 현장 중심의 효율적인 매뉴얼을 만들어 적용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촘촘한 시스템 구축이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엄하고 모진 자연재해 앞에 겸허한 마음으로 대비책을 만들고 극복해 나갈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는, 참으로 위태로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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