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호미술관은 2025년 박물관/미술관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자연 생태계와 지속 가능성의 가치를 중심으로 총 3부로 기획된 2025년 기획전 '공생(共生), 자연을 담다'의 두 번째 전시 '공생, 자연을 담다 – <산화·산란·산개>: 세 매체를 통과한 빛의 감응 구조'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김병진, 강미로, 강가연 세 작가가 참여하는 단체전으로 오는 8월 31일까지 진행되며,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세 작가의 신작과 대표작 총 36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북한강 위에 반짝이는 ‘윤슬’을 감각과 인식이 교차하는 기점으로 삼는다. 세 작가는 선, 색, 물질이라는 각기 다른 매체 언어를 통해 윤슬이 불러일으키는 감각의 파장을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감각과 시간, 공간이 중첩되는 미학적 실천을 펼친다. 이번 전시에서 ‘빛’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감각을 조직하고 감응 능력을 재조정하는 매개로 작용한다. 전시의 중심 키워드인 ‘산화’, ‘산란’, ‘산개’는 각 작가의 고유한 감응 방식을 설명하는 동시에, 전시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구조적 리듬을 이룬다.
강가연 작가는 동박, 흙, 광물 안료 등을 활용해 빛과 물질의 시간성에 반응하는 표면을 구축한다. 산화된 동판 위에 이루어진 색의 중첩은 시간의 누적이자 감각의 퇴적이며, 감각의 전달이 지연된 ‘느린 층’이다. 강가연의 ‘산화’는 빛을 소모하지 않고 품으며, 세계를 감각하는 새로운 밀도를 제안한다.
강미로 작가는 색채를 통해 감정의 파장과 기억의 파편을 시각화한다. 투명한 슬레이트 위에 덧입혀진 색의 띠는 빛의 세기와 각도에 따라 다른 감정적 리듬을 만들어낸다. 작업의 투명한 색은 눈에 보이는 표면을 넘어 감각의 내면으로 진입하며, 심리적 반응을 유도한다. 이처럼 강미로의 ‘산란’은 감정의 진동을 시각 언어로 섬세하게 조율한다.
김병진 작가는 반복된 선의 조형 구조 속에서 발견되는 ‘틈’에 집중한다.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허무는 반복적인 선의 구성은 평면 위에 반입체 공간을 형성하며, 그 틈 사이로 빛을 유입시킨다. 그의 조각은 형태가 완결되지 않고 열려있어 감각이 조형에 접근하는 시간을 지연시킨다. 김병진의 ‘산개’는 열려있는 구조 속에서 감각이 머물고 산란하는 틈을 보여준다.
7월 21일 전시오프닝 및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되며, 7월 중 강가연 작가의 '자연 드로잉'과 강미로 작가의 '빛과 색의 조형'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전시 및 관람 안내는 서호미술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이화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