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한국 조선업이 미국의 대중국 제재 조치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컨테이너선 수요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대거 이전하면서, 국내 조선업체들의 글로벌 수주 점유율이 크게 뛰었다.
29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2025년 상반기 해운·조선업 동향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조선업의 글로벌 수주 점유율은 25.1%(표준선 환산톤수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7.2%)보다 8%포인트(p)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특히 조선 강국 중국과의 점유율 격차는 51.0%p에서 26.7%p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연간 수주 점유율(15.0%)이 8년 만에 10%대로 떨어졌던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회복세다.
보고서는 이번 반등의 주요 배경으로 미국의 대중 제재를 지목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을 운항하는 업체들에 미국 항만 이용 시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선사들이 발주처를 중국에서 한국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상반기 한국의 수주량 487만 CGT 가운데 53.3%가 컨테이너선이었다. 반면, 지난해 상반기 중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는 단 2척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제재로 대형 컨테이너선 수요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며 점유율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보고서는 “2021년 이후 처음으로 상반기 발주량이 건조량에 미치지 못했다”며 “올해 글로벌 발주량은 전년 대비 46% 줄어든 4000만 CGT에 그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조선업의 주력인 LNG선 발주량도 82.9% 급감해 105만 CGT에 머물렀다. 전 세계 발주량 자체가 줄고 있는 가운데, 시장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번 점유율 상승은 미·중 갈등이라는 외생 변수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반사이익에 안주하지 말고, 중국과의 기술력·품질 격차를 더 벌리는 방향으로 근본적 경쟁력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