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화성시민이 기록하는 오늘…역사와 현재를 잇다”

2025.08.13 14:33:35

형식적 기념 넘어 세대와 세대를 잇는 역사 대화의 장

 

 

1919년 당시 화성은 3·1운동의 불길이 가장 뜨겁게 타올랐다.

 

넓은 농경지와 염전을 기반으로 식량을 공급할 수 있었던 만큼, 일제의 수탈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3월 21일 동탄면에서 시작된 만세운동은 송산·서신·우정·장안·향남·팔탄 등 화성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특히, 28일 송산면 사강 장날, 송산·서신·마도 주민 등 약 1,000여 명은 장터에 모여 독립운동가 홍면옥 선생을 필두로 목숨을 건 만세를 외쳤다.

 

주민들은 일본 순사의 해산 명령에 굴하지 않았으며, 홍면옥 선생이 일제의 총탄에 쓰러지자 분노한 군중이 순사부장 노구치 고조를 끝까지 추격해 처단했다.

 

이날의 송산 3․1운동은 단순한 시위가 아니라 화성지역 항일 투쟁의 결의를 전국에 알린 중대한 사건이었다.

 

특히, 무장 저항으로 이어진 항쟁은 이후 화성 독립운동의 국면을 전환시키며, 보다 조직적인 투쟁의 기폭제가 됐다.

 

사흘 뒤인 31일, 발안장터(현 발안만세시장)에는 향남·팔탄 주민까지 합세해 1,000여 명이 집결했다.

 

발안장 인근에는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는데, 시위대는 일본인 거주지와 학교를 공격하며 항거했고 이에 헌병대가 발포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팔탄면 출신 이정근 의사가 순국했다.

 

화성 만세운동은 일제의 잔혹한 보복으로 이어졌다.

 

1919년 4월 15일, 일본군 아리타 도시오 중위는 군인 11명을 이끌고 제암리에 들이닥쳐 15세 이상 남성들을 교회 안에 가둔 뒤, 총을 난사하고 불을 질러 23명을 무참히 학살했다.

 

이어 불길은 인근 고주리로 번져 김흥렬 일가 6명이 희생됐다.

 

이는 3·1운동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일제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대표적인 민간인 학살이었다.

 

 

당시의 처참한 현장은 캐나다 선교사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가 사진과 글로 기록해 국제 사회에 고발했으며, 훗날 이 비극은 ‘제암리·고주리 학살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시는 2023년 조성된 발안3·1만세거리와 2024년 개관한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을 중심으로 항일 역사를 기리고 있다.

 

발안3·1만세거리는 제암리 순국 23위 묘역 초장지까지 이어지는 4.4km 구간으로 조성됐으며, 발안 5일장은 ‘발안만세시장’으로 명칭을 바꿔 항일의 함성을 기억하는 역사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념관은 의병운동, 만세운동 등 화성의 치열했던 항일 역사를 전시하며, 평범한 이웃들이 독립을 위해 나섰던 정신을 후세에 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은 단순한 ‘과거’가 아닌, 미래의 세대가 지켜야 할 가치로 재정의된다.

 

이와관련, 화성특례시는 15일 독립운동기념관에서 열리는 제80주년 광복절 기념식을 통해 광복의 의미를 기리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기억을 만들어가는 행사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의 기획 방향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적 기념’이 아닌,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 역사를 생활 속 문화 경험으로 체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날 정명근 시장은 독립운동가 후손에게 서훈을 수여하고 화성 독립운동 연구에 기여한 사단법인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에 표창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올해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에 故 조문기 이사장의 친필원고 등 17점을 대여·제공하고 2014년 매송초등학교에 조문기 선생 동상을 건립 및 제막하는 등 지역 독립운동사 보존에 크게 기여했다.

 

이어 오후 2시에는 소설 ‘범도’의 저자 방현석 작가와 함께하는 북 토크콘서트가 열린다.

 

범도는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을 중심으로 항일 무장투쟁에 나선 이들의 삶을 그린 장편소설로, 콘서트에서는 독립운동의 의미와 감동을 시민들과 나눌 예정이다.

 

다양한 시민참여 행사도 마련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화성독립운동기념관 교육실에서는 동화책으로 화성시 3·1운동사를 배우고 태극기 모자이크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보드게임, 다른 그림 찾기, 컬러링 등 어린이·가족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한, 기념관 진입로에서는 ▲광복 80주년 기념 시화전이, 로비에서는 ▲시민참여형 사진전이 열린다.

 

오후 4시 대강당에서는 경기작가회의가 주관하는 ▲문학콘서트가 진행된다. 만세길 방문자센터에서는 ▲독립운동 주요지역 활성화 시민공모사업 전시가 운영될 예정이다.

 

 

정명근 시장은 “의병, 계몽운동, 3‧1운동, 무장투쟁으로 이어진 화성의 독립운동 정신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뿌리이자 미래의 나침반”이라며“독립유공자 발굴·추서, 독립운동 전시·교육 확대 등을 통해 시민의 일상 속에 독립운동의 정신이 살아 숨 쉬게 하겠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최순철 기자 ]

최순철 기자 so5005@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