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上] 식대 0원…도시락 눈치 보는 도내 대학 청소노동자

2025.08.18 10:12:35

급여에 포함된 '명목 식대'뿐…하루 끼니 해결에는 턱없이 부족
환기 불가 휴게실·폭염 속 쓰레기 분리…열악한 근무환경 여전

 

“밥 사먹을 돈이 어딨어요. 싸 온 도시락도 냄새 날까봐 눈치 보며 먹어요.”

 

경기도 내 주요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사실상 식대 지원 없이 하루하루 끼니를 버티고 있다. 이들은 이른 새벽 출근에 에어컨도 없는 공간에서 일하며, 창문 없는 휴게실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 근무 환경은 열악하지만, 처우 개선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경기신문 취재 결과, 경기대·경희대·수원대 등에 근무하는 청소노동자의 급여에는 식대가 별도로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급여명세서에는 식대 항목이 존재하지만, 이는 기본급 안에 포함된 '비과세 명목' 식대일 뿐, 실제 추가 지급은 없다. 지급되는 급여는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이며, 월 160만 원대(수원대)부터 많아야 220만 원대(성균관대)에 그친다.

 

경기대 청소노동자 B씨는 “월급 198만 원으로는 생계가 빠듯하다”며 “생계를 위해 투잡·쓰리잡을 하려 해도 나이가 많아 엄두가 안 난다”고 토로했다.

 

◇ 한 끼 1600원 식대…학생식당 사 먹기도 어려워

 

식대를 별도로 지급하는 대학이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단국대 7만 원, 성균관대 10~11만 원, 아주대 11만 5000원, 한국외대 12만 원 수준으로, 하루 평균 3200~5450원이다. 이마저도 국공립대 기준 식대(14만 원)에 미치지 못한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오후까지 식사를 두 번 한다고 가정하면 무려 한 끼당 1600~2700원이다.

 

문제는 식사의 실제 단가다. 학생식당 한 끼 평균 7000원, 외부 식당은 1만 원이 넘는 곳이 대부분이다. 하루 두 끼만 사먹어도 한 달 기준 40만 원에 가까워, 주어진 식대로는 기본적인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렵다.

 

결국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들은 도시락을 싸 와 좁고 열악한 휴게실에서 식사한다. 한 대학 청소노동자 A씨는 “도시락 냄새가 학생들 눈에 거슬릴까 봐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 새벽 출근은 '무급 노동'…에어컨도 없이 땀범벅

 

공식 출근 시간은 오전 6~7시지만, 많은 청소노동자들은 그보다 1시간가량 일찍 나와 일을 시작한다. 학생 등교 전까지 주요 구역 청소를 끝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다. 그러나 이른 출근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급여도 지급되지 않는다.

 

한 대학 청소노동자는 “출근하자마자 땀이 비 오듯 흐른다”며 “에어컨도 없고, 샤워시설은 너무 멀리 있어 땀을 씻지도 못한 채 냄새를 참고 하루를 버틴다”고 말했다.

 

화장실, 강의실, 복도 등에 버려진 수많은 쓰레기는 평균 3~4명의 인원이 담당한다. 음식물 쓰레기부터 배달 찌꺼기, 오물까지 모두 손으로 치워야 하며, 땀과 악취가 뒤섞인 작업은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게 만든다.

 

◇ 남성 노동자는 '이삿짐 인력'까지…업무 범위도 고무줄

 

특히 남성 청소노동자의 경우, 학교 이삿짐 운반, 물품 이동 등의 작업에까지 동원되고 있었다. 본래 청소 업무와는 무관한 일이지만, 대학 측 요구로 불려 다니는 경우가 많다.

 

단국대의 남성 노동자 C씨는 “많으면 일주일에 몇 번씩 이삿짐을 나른다”며 “폭염에 무거운 짐을 옮기고 나면 손발이 저릴 정도로 탈진하게 된다”고 밝혔다.

 

 

◇ 환기 안 되는 창문 없는 휴게실…법 위반도 지적돼

 

휴게 공간도 열악하다. 일부 대학의 휴게실에는 창문이 없어 환기가 되지 않고, 하루 종일 문을 열어놔야 겨우 버틸 수 있다. 옆방에 기계가 설치된 경우 소음으로 인한 고통도 크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환기, 소음, 온열 환경 등에서 적절한 휴게시설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최대 5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다수 대학에서 이 기준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청소노동자들이 사용할 샤워실도 대부분 캠퍼스 외곽에 설치돼 있고, 학생 눈치 때문에 이용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 바뀌지 않는 현실에 '요구 의지마저 식었다'

 

일부 대학은 열악한 환경 개선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목걸이형 선풍기 지급, 자체 점검을 통한 휴게실 정비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식사와 임금, 근로환경 문제에서 소외돼 있다.

 

대학 청소노동자 D씨는 “바뀐다, 바뀐다 해도 결국 똑같다”며 “이젠 요구할 힘조차 없다. 그냥 참고 지낼 뿐”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안규용 기자 ]

안규용 기자 gyong@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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