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여야 수장이 18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도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김 전 대통령 추모식에 참석해 나란히 앉았으나 악수는커녕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정 대표와 송 비대위원장은 추모사를 위해 차례대로 연단에 올라 상반된 목소리를 냈다.
정 대표는 “1980년 광주가 2024년 12·3 내란을 몰아냈고 45년 전 5월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켰다. 민주주의는 고난 속에서 더욱 빛나고, 시민들의 5월 촛불과 빛의 혁명 속에서 더욱 단단해진다”며 “누가 완전한 내란 종식 없이 이 사태를 얼버무릴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내란 사태가 마무리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나”라며 “오늘 당신(김 전 대통령)이었다면 진정한 용서는 완전한 내란 세력 척결과 같은 말이라고 하셨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정 대표는 “이제 저와 후배들이 당신이 지켜온 미완의 과제를 완수하겠다. 당신을 기억하는 국민을 위해, 어디선가 또 당신을 재발견하게 될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겠다”며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저의 영원한 김대중 대통령님”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송 비대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에 했던 ‘정치보복은 없다’는 약속을 대통령 재임 중에도 지켰다”며 “저는 이런 김 전 대통령의 리더십이야말로 오늘날 정치권이 반드시 되새겨야 할 가장 귀중한 유산이라고 생각한다”며 ‘통합과 협치’를 부각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정 대표를 겨냥해 “특히 집권 여당이 야당을 대화의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고 말살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는 작금의 현실에 김 전 대통령의 포용과 관용의 정치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비대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이 남긴 숭고한 정신을 깊이 새기며 국익과 민생을 최우선에 두고 통합의 미래로 나아가는 정치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힘줘 말했다.
두 사람은 앞서 지난주 80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도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정 대표가 취임 이후 “내란 세력과 손잡지 않겠다”며 송 비대위원장의 예방을 거부하며 갈등이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 경기신문 = 김재민·김한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