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나를 안 돌봐줬다"며 아동학대 고소…과거 일까지 민원 시달리는 교사들

2025.09.16 13:45:00 7면

무차별 고소·협박에 교육활동 지장…불안 호소
일각선 "아동복지법이 악성 민원 유발" 지적도

 

"과거에 학생을 잘 돌보지 않았다"며 수년 전 일을 가지고 뒤늦게 교사를 고소하거나 협박하는 교권 침해 사례가 경기도내 학교에서 드러났다.


16일 경기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자신이 8년여 전에 지도한 학생으로부터 아동복지법 위반(정서적 아동학대) 혐의로 형사 고소를 당했다. 


고소인은 "당시 따돌림을 당해 정서적으로 불안했는데 교사가 나를 충분히 돌보지 않았다"며 A씨를 뒤늦게 고소했다. 고소인의 학부모도 A씨 학교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다만 A씨는 고소인으로부터 당시 상황과 관련해 아무런 내용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영문도 모른 채 수사기관에 출석하느라 교육활동에 지장을 받고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초등교사 B씨도 7년여 전 가르친 학생의 부모로부터 "아이가 당시 학교폭력을 당해 지금도 아파한다"며 "대화하고 싶으니 만나자"는 내용의 민원을 수차례 받았다.


B씨가 학생 신원을 물었지만 학부모는 '만나자'는 말만 반복했다. 학부모는 B씨의 개인정보까지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B씨는 신원 미상의 협박성 민원을 상대하느라 과로와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과거의 일까지도 문제삼는 악성 민원에 교권 침해가 극에 달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5월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전국 교사 4068명 대상 설문 조사한 결과 46.8%는 최근 1년 이내 악성 민원으로 인한 교육활동 침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경기교사노조의 2021년 통계에서도 도내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건수는 73건에 달했다. 이중 59%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며 재판에서 아동학대 혐의가 인정된 경우는 2%에 불과했다.

 

지난 5월 제주도에서도 중학교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8일 울산에서는 수십 차례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를 교육감이 형사 고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현행 아동복지법이 무차별적인 고소와 악성 민원을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정서적 아동학대 규정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해서 마음만 먹으면 아무때나 고소할 수 있다"며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를 깨워도 아동학대로 신고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도 악성 민원은 교사 개인이 부담할 몫이다. 교육 당국이 휘황찬란하게 법을 바꾸지만 사실상 방관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꼬집었다.

 

[ 경기신문 = 안규용 기자 ]

안규용 기자 gyong@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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