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교권 정상화해야

2025.09.19 06:00:00 13면

모호한 ‘정서적 아동학대’가 주의·훈육 기능 차단

걸핏하면 교사에게 ‘아동학대’의 족쇄를 채우려는 몰지각한 학부모들의 고소·고발 남발이 교단의 교육 기능을 한없이 후퇴시키고 있다. 죄 없는 교사가 일단 타깃이 되면 무려 2년 동안이나 누명에 시달리게 되는 게 현실이다. 교원단체들을 비롯해 교사들이 모호한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교사들을 ‘아동학대’ 모함의 늪에서 구출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학교의 핵심기능인 주의·훈육 역할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참담해진다. 


경기도 내에서도 ‘학생을 잘 돌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는 등 지나친 신고 및 민원 남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교원 및 전문직 4100여 명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45.1%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고소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다’고 응답했다. 또 56%의 응답자가 ‘모호하고 포괄적인 정서학대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아동복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 202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로 ‘교권 5법’이 제정되는 등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갑질’을 당하는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현장의 교사들은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없이 교권침해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상의 모호한 아동학대 기준이 교사의 정당한 훈육행위를 아동학대로 몰아넣도록 만든다고 설명한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정서적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령이 구체적으로 행위의 기준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학부모가 교사의 단순 주의·훈육 행동을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이 발생하고, 교사가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몹쓸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023년 파주의 한 초등교사는 하급생을 폭행한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훈육의 목적으로 사과 편지를 쓰라고 했는데,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다. 올해에는 도내 한 중학교 교사가 8년 전 학생에게 “당시 따돌림을 당해 정서적으로 불안했는데 교사가 나를 충분히 돌보지 않았다”며 고소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조차 있었다. 


더욱이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이 학생에게 폭행을 당해도 오히려 아동학대로 신고당할까 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의정부의 한 중학교에서는 교사가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을 깨우다가 폭행을 당하고, 급식 지도를 하다가 정강이를 걷어차였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간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통계 결과도 같은 맥락을 드러낸다. 경기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고발돼 수사받은 사례는 1252건이다. 이중 절반이 넘는 676건(51.6%)이 내사 종결되거나 불기소 처분됐다. 전체 아동학대 수사에서 내사 종결되거나 불기소 처분된 사례가 14.9%에 불과한 것과 비교해도 근거 없는 고소·고발이 3배 이상 높다는 얘기다. 


지금처럼 교사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아동학대’ 혐의를 덧씌우는 행태가 제어되지 못한다면 학교의 기능을 아이들의 교과학습만을 책임지는 사설학원처럼 여기는 사회가 형성될 게 뻔하다.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학식이 나이라 ‘사람다운 사람’으로 키워서 국가사회에 유익하면서도 스스로 행복한 존재로 길러내는 것이다. 이 같은 개념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학생이 무슨 짓을 하건 교사가 싫은 소리 한 번 안 하는 학교, 심지어는 학생이 교사를 폭행해도 유야무야 넘어가고 마는 학교로서야 도대체 무슨 미래가 있나. 교사들을 ‘아동학대’ 혐의 피소 공포로부터 벗어나도록 할 최선의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지금처럼 간다면, 윤리 인식이 형편없이 망가지고, 공동체 의식마저 길러지지 않은 끔찍한 아이들이 학교에서 쏟아져 나올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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