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수요 둔화와 관세 부담 등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복합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하이브리드, 전기차,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수소전기차(FCEV) 등 전동화 라인업을 전면 확대하고, 미국·인도·울산을 비롯한 글로벌 생산 기지 혁신에 속도를 내며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555만대 달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더 셰드(The Shed)’에서 글로벌 투자자·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중장기 전략 및 재무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019년 시작된 CEO 인베스터 데이를 해외에서 처음 개최한 것으로, 최대 시장인 미국 뉴욕을 무대로 글로벌 소통을 강화했다.
◇ 친환경 라인업 전면 강화
현대차는 내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을 본격 확대한다.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늘린 18개 이상의 모델을 2030년까지 갖추겠다는 것이다.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후륜 기반 럭셔리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년에 선보이고, 합리적인 가격의 엔트리급 모델도 개발할 방침이다.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대응 전략을 내놨다. 유럽에서는 내년 소형 전기차 ‘아이오닉 3’를 출시해 대중화를 노리고, 중국에서는 SUV와 세단형 EV를 현지 생산한다. 인도 시장에는 2027년 전략형 소형 SUV 전기차를 투입한다.
또한 현대차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EREV를 2027년 출시할 예정이다. 전기차 대비 55% 작은 배터리를 탑재해 충전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수소전기차 부문에서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57.5%를 지키며 차세대 모델을 통해 승용과 상용 부문 모두에서 입지를 넓혀갈 계획이다.
◇ 글로벌 혁신 생산기지 확대 지속
현대차의 2030년 글로벌 555만대 판매 목표는 올해 417만대와 비교할 때 약 33%(138만대) 더 늘어나는 것으로, 현대차는 첨단 제조 혁신 기술을 갖춘 글로벌 생산 기지의 확장을 통해 2030년까지 생산능력을 120만대 추가로 확보, 판매 성장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먼저 지난해 10월 생산 개시 및 올해 3월 준공식 개최 등으로 현지 생산이 본격화된 미국 HMGMA(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는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의 30만대에서 2028년까지 5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어 올해 4분기 인도 푸네 공장이 완공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에 돌입할 예정으로, 향후 연간 25만대를 목표로 생산을 늘려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향후 현대차의 인도 내 생산능력은 현재의 약 80만대 수준에서 1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현대차는 첨단 제조 혁신 기술이 적용되는 푸네 공장을 인도 시장을 공략할 새로운 전진 기지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신흥시장 수출 허브로 키울 방침이다.
내년 1분기에는 울산 신공장이 완공돼 전동화 핵심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연간 20만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이곳은 인간 중심의 근무 환경, 조립 설비 자동화, 로보틱스 기술, AI(인공지능) 기반 품질 검사 등이 조화를 이루며, 12종의 자동차가 유연하게 생산되는 첨단 제조 현장으로 구축될 예정이다.
이밖에 현대차는 주요 신흥 시장에서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CKD(Complete Knock Down·반조립제품) 생산 거점도 확장하며 25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한다. 대표적으로 현대차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협력하는 중동 지역 최초의 현대차 생산기지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은 연간 5만대 규모로 2026년 4분기 가동을 시작한다.
현대차는 새롭게 추가될 생산기지뿐만 아니라 기존 공장들도 지속 개선해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으로 전환하며 생산 전 과정의 데이터를 최신 자동화·AI·IT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화해 운영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첫 스마트 팩토리이자 제조 혁신 테스트 베드인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개발한 각종 첨단 생산 기술을 다른 글로벌 공장으로 확대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 브랜드 출범 10주년 넘어 새로운 미래 만드는 ‘현대 N’과 ‘제네시스’
출범 10주년을 맞은 현대 N은 2030년까지 연간 판매 10만대 달성을 목표로 한다. 현재 5개 모델에 머문 라인업을 7개 이상으로 늘리고, 전기차 기반 고성능 모델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스포츠 모델도 준비 중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2030년 글로벌 연간 판매 35만대를 목표로 삼았다. 올해 22만 5000대 수준에서 55% 늘어난 수치다. 제네시스는 전동화 캐즘을 우회하기 위해 EREV·HEV 등 다양한 전동화 모델을 내놓는 동시에, 고성능 트림 ‘제네시스 마그마’를 통해 럭셔리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한다.
◇ 북미 전략과 협력 강화...신형 픽업트럭 출시
현대차는 북미 시장을 핵심 성장축으로 삼았다. 북미 시장은 올해 상반기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 판 207만대 중 30%(약 61만대)가 판매된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특히 제네시스 및 SUV 등 고부가가치 차종의 인기가 높아 매출 기준 비중은 38%에 육박하는 중요 시장이다.
이에 현대차는 픽업트럭, 상용차 등 북미 시장을 공략할 다양한 도전도 계속해 이어 간다. 현대차는 2021년 출시한 북미 전용 준중형 픽업트럭 ‘싼타크루즈’의 성공을 이을 중형(Midsize) 픽업트럭을 2030년 이전까지 현지 시장에 선보이기로 했다.
또한 현대차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과 트레일러 법인 현대트랜스리드(Hyundai Translead)의 우수한 트레일러 상품, 이르면 2028년 미국 현지 생산이 시작되는 전기 상용 밴 등을 앞세워 북미 상용차 시장 공략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차는 미국 굴지의 기업과도 협업을 적극 수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자율주행기업 웨이모(Waymo)와 지난해 10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이래 안전하고 편리한 자율주행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협력 중이다.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Waymo Driver)’를 HMGMA에서 현지 생산되는 아이오닉 5에 적용해 도로 위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며, 올해 연말 미국 실도로 주행 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제네럴 모터스(GM)와 2028년 출시를 목표로 5개 차종에 대한 공동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중남미 시장 대응을 위한 중형 픽업, 소형 SUV, 소형 승용, 소형 픽업 4종과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 등으로, 향후 해당 차량들의 양산이 본격화되면 연간 80만대 이상의 생산 및 판매가 기대된다.
아울러 현대차는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을 통해 자동차 판매도 적극진행 중이다. 미국 내 현대 딜러 41%가 아마존 오토스(Amazon Autos)에 자리잡아 차량을 판매하고 있으며, 향후 추가 딜러 참여도 기대된다. 기존 현대차 웹사이트에 방문하지 않았던 소비자도 아마존 오토스에서 현대차 차량을 살펴봤으며, 아마존 오토스에서 차량을 구입한 일부 고객은 이전에는 현대차를 경험해본 적이 없었던 신규 소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 내년부터 5년 간 77.3조 원 투자…투자·수익성 강화
현대차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77조 3000억 원을 투자한다. 특히 이번 투자 계획은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시했던 2026~2030년 투자 계획인 70조 3000억 원(▲R&D 29조 원 ▲CAPEX 33조 3000억 원 ▲전략투자 8조 원)을 수정한 것으로 전체 투자 규모가 7조 원이 늘어났다.
최대 시장인 미국 투자도 적극 추진한다. 현대차의 미국 투자 금액은 기존 11조 6000억 원(88억 달러) 수준에서 향후 15조 3000억 원(116억 달러)으로 3조 7000억 원(28억 달러) 늘어날 예정이다. 이는 지난달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미국 투자 확대 계획의 일환이다. .
현대차는 연결 부문 영업이익률 목표를 ▲2025년 6~7% ▲2027년 7~8% ▲2030년 8~9%로 설정했다. 하이브리드 및 제네시스 중심 판매 믹스 개선, 지속적인 현지 생산 및 소싱 최적화 등 현지화 전략, 하이브리드 및 EV, SDV 원가 경쟁력 강화 등으로 지속적으로 수익성 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