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사실상 소멸하면서 한국의 대미 관세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대미 10대 수출국 가운데 한국의 관세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한국이 미국에 낸 관세액은 33억달러(약 4조 6000억 원)로 지난해 4분기보다 47배가량 늘었다. 한국은 중국(259억 3000만 달러), 멕시코(55억 2000만 달러), 일본(47억 8000만 달러), 독일(35억 7000만 달러), 베트남(33억 4000만 달러)에 이어 6위였다.
한국의 관세 증가액은 32억 3000만 달러로, 증가율은 47.1배에 달했다. 이는 조사 대상 10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이어 캐나다(19.5배), 멕시코(17.8배), 일본(8.2배), 독일(6.3배), 대만(4.8배)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중국은 관세 총액 증가분이 가장 컸으나, 이미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에 고율의 관세가 적용됐던 탓에 증가율은 가장 낮았다.
한국은 올 1분기까지만 해도 한·미 FTA 혜택으로 사실상 무관세에 가까웠으나, 2분기 들어 보편관세 10%와 자동차·부품, 철강·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가 적용되며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
품목별로는 자동차 및 부품이 19억 달러로 전체 관세액의 57.5%를 차지했고, 기계(9.5%), 전기·전자(9.4%), 철강(8.8%), 알루미늄(2.6%) 순으로 뒤를 이었다.
관세액을 수출액으로 나눈 실효 관세율을 따져보면, 중국(39.5%)에 이어 일본(12.5%), 한국(10%) 순으로 높았다. 한국의 2분기 대미 수출액이 328억 6000만 달러로 세계 8위 수준임을 감안하면, 수출 규모 대비 관세 부담이 상당히 크다는 평가다.
관세 부담 주체도 변화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관세 부담은 수입기업(64%), 소비자(22%), 수출기업(14%) 비중이었으나, 오는 10월 이후에는 소비자(67%), 수출기업(25%), 수입기업(8%)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출기업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대한상의는 “15% 상호관세 가운데 수출기업이 4분의 1을 부담한다고 가정하면, 대미 수출의 3.75%가 관세로 빠져나가는 셈”이라며 “지난해 국내 제조업체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5.6%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기업 부담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해 정책적·입법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