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뉴스읽기] 정해진 미래의 지방소멸 해법

2025.09.25 06:00:00 13면

 

지역 여행을 하다 보면 온천 사우나의 지역민 입장료가 외지인 입장료보다 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키고 사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혜택인가 보다. 경기도 가평을 소개하는 한 TV 여행 프로그램을 보니, 관광객들이 일제히 안내소로 들어가 휴대폰을 꺼내 들고 QR코드를 찍는 게 아닌가. ‘디지털관광주민증’이라는 이것을 등록하면 그 지역의 숙박, 식음료, 관람, 쇼핑 등 업체로부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가 2022년 말 평창과 옥천 두 지역에서 시작한 이 사업은 매년 대상 지역을 확대하여 지금은 44개 지역의 1천여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넘어가던 2022년 말, 관광공사는 국내 관광산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기초자치단체 226개 중 지방소멸 위험지역에 해당하는 곳이 절반에 이르렀다. 저출산으로 인구의 노령화가 가속화되고,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은 계속 수도권으로 모이고 있어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은 국가적 이슈로 부각되었다. 관광산업에서도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워케이션을 비롯하여 시골로 휴가를 가는 촌캉스, 일주일 살기, 한달 살기 등 지역 체류형 관광모델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때 같이 등장한 것이 ‘디지털관광주민증’이다. 여행 가는 지역의 명예 주민이 되어 편의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이것은 지역 방문과 관광 소비를 유도하는 실제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관광 외 다른 분야에서도 여러 정책과 방안들이 시행되어 왔을 것이다. 국내 가상자산발행(ICO)을 전면 허용하는 ‘디지털자산 혁신법’이 이달 3일 발의되었다. 이는 2018년에 몇몇 지자체에서 자기네 지역을 블록체인 육성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 당시 제주가 그것을 강력히 요청했는데, 그 이유는 관광과 서비스에 국한되어 왔던 제주의 산업구조를 새롭게 개편할 수 있는 핵심 사업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더 만들려는 노력은 우리나라에서만 전개되는 일이 아니다. 농림업이 주력이었고, 2000년대 이후 젊은 층 유출이 증가하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리치몬드카운티가 지역에 아마존 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아마존은 거기에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지난 6월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이제 그 지역에 수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 테스트베드를 후지산 기슭에 개발하여, 그곳에 2,000명 이상이 이주하게 되었다. 이 사례는 민간주도형 지방소멸 해결 방안으로 주목받았다.

 

북유럽의 한 작은 국가 에스토니아는 2014년 전자영주권제도를 도입하여 외국인에게도 디지털 여권을 지급하고 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2025년 기준으로 전세계 180여 개국 12만 5천명 이상이 에스토니아 전자영주권을 보유하고 3만 6천개 이상의 기업을 설립하여 글로벌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세수의 증대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인구학자 조영태 교수는 그의 저서 '인구는 내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2024)에서 인구는 미래를 준비할 때 활용하기 아주 좋은 도구라고 말한다. 인구변동이 ‘정해진 미래’라고 하는 것은 인구의 미래가 정해져 있어, 인구 변화로 사회변화를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는 뜻이다.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인구 집중 등은 모두 인구문제가 아닌 인구 현상이며, 추세의 반전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즉 지방으로 인구를 분산시키는 방법 보다 서울 부산 간 이동시간을 더 줄여 국토 범위를 좁히게 되면 수도권에 모여 살면서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게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인구학은 많은 학문과 융합할수록 그 활용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우리나라 지역개발정책이 인구변동에 대한 균형된 분석과 예측에서 출발하길 바란다.

심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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