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오전 이천시 한 물류센터에서 60대 노동자가 지게차와 충돌해 사망했다. 같은 날 오후에도 부산시의 신축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하던 펌프카 압송관(붐대)이 60대 노동자 머리를 때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루 전 인천시 금속 제조 공장에서도 40대 캄보디아 국적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국은 이들 사고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을 적용, 수사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로 노동자가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 안전 관리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기업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처음엔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건설 공사 금액 50억 원 이상인 사업장에 우선 적용됐다가 지난해 1월 27일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일괄 적용됐다.
그럼에도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따르면 사고사망자는 ▲2022년 644명 ▲2023년 598명 ▲2024년 589명이었다. 약간 감소하는 추세라지만 아직도 산업현장의 안전문제는 후진국 수준이다. 17일 국회 환노위 소속 이학영(군포시·민주)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산업재해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건설사는 현대건설(17명)이었고 롯데건설(14명), 대우건설(13명)이 뒤를 이었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DL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의 산재 사망자도 적지 않았다.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 사망 사고, 경남 함양~울산 고속도로 건설현장 기계 끼임 사고 등 5건 사고가 발생했다.(관련기사: 경기신문 18일자 5면 ‘정부·국회, 중대재해 반복 기업 제재…대형사 CEO 줄소환 전망’)
이에 이재명 정부는 중대재해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5일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전 부처가 힘을 모아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최근 3년간 두 차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건설사가 또다시 중대재해를 일으킬 경우, 아예 등록 말소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연간 3명 이상 산재 사망자가 발생한 법인에는 영업이익의 최대 5%, 또는 최소 30억 원의 과징금도 부과한다. 중대재해 반복 발생 시 영업정지 요청을 할 수 있는 업종은 지금까지 건설업뿐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전기, 정보통신, 소방시설공사업까지 포함된다. 제재 강도가 높아졌고 업종범위도 넓힌 것이다. 고용부는 전기공사업법, 정보통신공사업법, 소방시설공사업법 등 소관법과 산업안전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해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안전 예방을 촉진하는 제재 수단 도입 ▲안전 주체로서 노사의 역할·책무 확립 ▲노동안전 확산을 위한 인프라 확대 ▲안전 사각지대 예방 지원 강화 등이다. 특히 안전 예방을 촉진할 수 있는 제재 수단이 도입된다. 영업정지 요청 기준도 바꾸고 사망자 수에 따른 영업정지 기간도 한층 강화시킨다. 아울러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노동부 장관의 ‘긴급 작업중지 명령제도’도 신설하고, 유해위험 기계 등에 대한 시정조치 명령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건설 공사 기간 연장 사유에 폭염 등 기상재해 등을 추가하는 등 노사 역할·구조적 취약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들어있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소규모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재정·인력·기술 등을 종합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2조723억 원을 투입, 10인 미만 사업장의 사고 예방을 위한 설비·품목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고용부는 “산재왕국이라는 오래된 오명을 벗는 원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엄벌 위주의 정책이 산재 발생을 막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산업계 의견도 충분히 반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