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시장 화재 소식을 접할 때마다 겁나요. 그래서 소화기를 3대나 비치하고 있습니다.”
13일 오전 인천 남동구 간석자유시장 진입로의 한 상가. 라면 박스 등 식자재가 담긴 접이식 철제 카트 여러개가 도로 밖으로 나오자 시장에 들어서려는 차들이 멈칫했다. 도로 폭이 크게 줄면서 충돌이 우려돼 정차한 차량들이었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1m가 채 되지 않는 길목에 상가 수십여개가 밀집하면서 화재 발생 시 진입 자체가 어려워 보였다.
한 상인은 “시장에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도로는 한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도로 폭이 너무 좁아 상가에서 자체 진압해야하는 구조”라며 “시장 외곽으로 불법 주정차들도 쉽게 보여 소방차를 통한 화재 진압이 수월할 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미추홀구 주안동 석바위시장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대부분의 진입로 자체가 1~2m로 좁게 형성돼 있는데다 상가에서 내놓은 각종 적치물도 쉽게 목격돼 소방차 진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서다. 일부 시설에서는 낡은 소방시설과 전기 배선이 눈에 띄기도 했다.
주민 조유정(48·여)씨는 “전통시장은 전기 시설이 많이 낙후돼 다른 지역의 화재 소식에도 걱정될 때가 많다”며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시설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천지역 전통시장 10곳 중 4곳에서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국회의원(인천 동구·미추홀갑)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지역 전통시장 53곳 중 23곳(40.4%)이 ‘소방차 진입이 곤란하거나 아예 불가능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소방당국은 현재 폭 2.5m의 중형 펌프차가 진입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구역을 ‘소방차 진입곤란·불가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시장은 전국적으로 모두 93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인천은 23곳으로 서울(34곳) 다음으로 많았다. 뒤이어 대구 12곳, 부산 8곳, 대전 6곳 등에서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것으로 집계했다.
지역의 전통시장 중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곳은 미추홀구(신기·남부종합·용남·석바위·용현시장)와 부평구(부평종합·진흥종합·부평깡·노다지 벼룩·청과부평 시장)가 각 5곳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동구는 송현·중앙·송현자유·현대시장 등 4곳이었고 서구(가좌·정서진 중앙·강남시장)와 중구(신흥·신포·인천종합어시장)가 각 3곳이었다. 계양구는 병방·계산시장 등 2곳, 남동구는 간석자유시장 등 1곳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했다.
문제는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전통시장에서 화재가 생기면 초기 진압에 어려움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10개 군·구별 화재 발생 건수는 모두 33건에 달했다. 이로 인해 3명이 부상을 당하고 총 13억 4735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나열하면 남동구 8건, 미추홀구·부평구 각 7건, 동구 6건, 중구 3건, 계양·서구 각 1건 등 33건에 달했다. 매년 평균 7건의 화재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허 의원은 “전통시장 화재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소방당국과 지자체가 협력해 소방차 진입이 여러운 시장 중심으로 맞춤형 화재 대응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지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