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캄보디아 피해…동남아 전역 실태조사 확대를

2025.10.17 06:00:00 13면

동남아 여러 곳에 위험 산재, 비상조치 단행할 때

‘고수익 알바’를 미끼로 시작하는 검은 유혹에 넘어간 젊은이들이 동남아 지역에서 착착 죽음의 터널에 갇혀 들고 있다. 일단 납치 형태로 인신을 감금하여 불법적 업무를 강제하거나 심지어는 장기 적출 방식으로 살해하는 참극마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올해 들어 한국인을 노린 취업사기·납치·구금 사건이 330건 이상 접수된 캄보디아가 문제다. 동남아에 산재한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비상조치 등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이 단장으로 이끄는 정부의 합동 대응팀이 캄보디아 현지에 도착해 활동을 시작했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을 비롯해 경찰청, 법무부, 국가정보원 등 관련 부처 관계자들도 함께 도착한 대응팀은 일단 현지 당국의 단속으로 구금된 한국인 61명의 송환 계획을 우선 협의하기 위해 캄보디아 고위급 관계자와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국인부터 국내로 데려간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고수익 해외 일자리’ 사기를 당한 한국 젊은이들이 범죄 조직에 납치된 뒤 감금되거나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랐다. 캄보디아에서 가족이 실종·납치·감금된 것으로 보인다는 신고는 이달 들어서도 경기 성남, 부산, 경남, 충북, 대구 등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는 2021년 4건, 2022년 1건이었으나 2023년 17건을 기록한 뒤 지난해 22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만 330건으로 또 크게 늘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지금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한국인을 노린 범죄가 퍼지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게 바로 ‘스캠 콤파운드(Scam Compound)’라는 사기 공장이다. 스캠 콤파운드는 주로 고수익 해외 일자리를 내세워 사람을 끌어들인다. ‘월 500만 원 보장’, ‘숙식 제공’, ‘IT 전문직 채용’ 등의 사탕발림으로 유혹해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빼앗고 감금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투자 사기나 로맨스 사기를 강제로 시키고, 목표 금액을 못 채우면 폭행이나 전기 고문까지 자행하는 범죄들이 폭로돼왔다. 


동남아에서는 캄보디아 이외에 미얀마와 라오스도 위험한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UN 보고서에서는 미얀마 약 12만 명, 캄보디아 약 10만 명이 이런 식으로 강제노동에 동원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집계하고 있다. 


대부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캄보디아에서 텔레마케터·서류 전달·동행 여행 등을 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글을 보고 출국했다가 연락이 두절됐다는 내용이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현지 범죄 조직에 감금·고문당한 사건이 널리 알려진 뒤에도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카페 등의 구인 게시판, 불법도박 사이트엔 버젓이 의심스러운 일자리 소개 글이 기승을 부린다는 사실이 문제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국민 피해가 급증한 이유로 정부의 안이하고 부실한 대응을 빼놓을 수가 없다. 며칠 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이 사건의 심각성 인지 시점과 관련하여 “지난주 정도”라며 “(현지 상황을 현지) 대사관에서조차 모르고 한참 시간이 지나간 것”이라고 한 답변은 아연실색을 부른다. 외교부는 지난 10일에야 부랴부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캄보디아는 지난해 라오스·미얀마·태국·베트남의 법 집행기관이 참여한 ‘갈매기’ 작전을 통해 온라인 사기를 비롯한 범죄 피해자 160명을 구출하고 7만 명을 체포했다. 인도는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770명의 자국민을 구출했다. 국정원은 캄보디아에 1000명 이상의 우리 국민이 억류돼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우리 젊은이들이 검은 유혹에 빠지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만, 일단 사기 수법이 통하지 않도록 하는 방어조치부터 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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