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무역협상 ‘막판 대면조율’ 종료…남은 건 두 정상의 결단뿐

2025.10.23 09:29:21 5면

APEC 앞두고 김용범·김정관 워싱턴행 마무리
트럼프 ‘선불 요구’에 韓 납입기간 절충안 고심

 

한미 양국이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합의를 매듭짓기 위한 막판 대면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오는 31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남은 것은 양국 정상의 최종 결단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나 2시간가량 협상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지난 16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러트닉 장관과 협상한 바 있어, 엿새 만에 다시 이뤄진 이번 만남이 사실상 마지막 대면 협의로 평가된다.

 

김 실장은 협상 직후 “남아 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일부 진전이 있었다”며 “논의를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만나기는 어렵다. (추가 협의가 있다면) 화상으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고위급 대면 접촉이 일단락됐음을 시사했다.

 

◇ 협상 종착점은 ‘투자 납입 구조’…한국안에 이 대통령 입장 반영된 듯

 

7월 말 큰 틀에서 타결된 무역합의의 세부 조율이 마무리되면서, 사실상 양국 정상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합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은 ▲3500억 달러 투자금의 현금 비율 ▲투자처 결정 과정에서의 한국 측 의견 반영 비율 ▲분할 납입 기간 등으로 압축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경제 참모인 김용범 실장이 직접 협상에 참여한 만큼, 대통령의 정책적 입장이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관 장관은 앞서 “미국이 여전히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하진 않는다”고 밝혀 협상 과정에서 일정한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온 ‘전액 선불’ 입장을 고수할 경우 협상은 난항이 예상되지만, 일정 기간에 걸친 단계별 납입안이 수용된다면 합의 타결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국내 언론은 한국이 매년 250억 달러씩 8년간 2000억 달러를 납입하고,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신용 보증 형태로 충당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 미중 갈등 속 ‘동맹 균열 방지’ 의식…트럼프, APEC서 합의 성과 노릴 듯

 

이번 협상 결과에는 미중 간 갈등 구도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며 동맹국과의 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가 “중국의 자원 통제는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한다”고 공동 성명을 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앞두고, 한국과의 무역합의를 조기에 타결해 ‘동맹 결속’을 과시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경우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예정된 한미정상회담(29일 전후)에서 최종 합의가 공식화될 가능성이 크다.

 

◇ 합의 땐 안보·경제 패키지 동시 발표 가능성…지연 시 일정 차질 불가피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양국은 합의 내용을 담은 ‘팩트시트(fact sheet)’를 공개하거나, 정상 공동 기자회견을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미 8월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국방비 분담 증액 ▲동맹 현대화 ▲원자력 협력 강화 등 안보·경제 관련 후속 합의들도 함께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무역협상이 APEC 전까지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다른 합의 발표 일정도 함께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일정과 미국 내 대중 강경 기조가 협상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결국 두 정상의 결단이 시점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문지현 기자 ]

오다경 기자 moo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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