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0월31일~11월1일·경주)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속 가능한 내일-연결·혁신·번영’을 주제로 한 이번 회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주요 21개국 정상들이 참석한다. 또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필두로 1700여 명의 글로벌 기업인들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APEC 행사 전후로 각 나라의 고위급 관료들과 경제인 등 전 세계에서 2만명 정도가 우리나라를 찾게 된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정이다.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국익을 위해 치열한 수싸움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의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양자회담은 전 세계 금융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미-중 무역갈등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CEO 서밋(10월 28일~10월31일)’은 최근 글로벌 자산시장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에너지, AI 분야의 기술동향을 확인할 수 있고 우리나라 기술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관세협상을 위해 무박 3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오늘 귀국했다. 이들은 러트닉 상무장관과 2시간 동안 협상을 진행했고 쟁점 사항을 두 가지 정도로 축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실장은 회담한 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또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밝혔다. 일정상 추가회담은 어려울 전망이지만 양국 모두 APEC정상회의 기간에 있을 2차 한미정상회담에서 최종합의를 목표로 물밑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실장이 “진전이 있었다”고 밝힌 부분은 3천 5백억 달러의 성격과 투자방식에서 한국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설득한 것이 성과를 본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전액 선불'을 주장해왔는데, 역시 공개적으로 불가 입장을 밝힌 한국의 방안을 트럼프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김정관 장관은 미국의 전액 현금 요구가 철회됐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16일에 이어 엿새 만에 다시 미국으로 달려가 긴박하게 협상을 이어온 우리 정부는 끝까지 국익을 지키겠다는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APEC정상회의는 무역협상의 ‘중요한 계기’일 뿐이며 시간에 쫒겨 일본처럼 미완의 합의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해 보인다. 오히려 급한 쪽은 미국이라는게 해외 언론의 분석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APEC 계기에 열릴 것으로 예측되는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담판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과의 최종 합의가 늦어지는 모양새는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APEC 한미정상회담에서 최종 합의를 만들고자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규탄하며 미국과 미국 동맹국의 단결을 강조한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며 주가지수가 4000 포인트를 목전에 두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기 위한 정부 정책의 전환과 반도체, 에너지, 조선 등 우리 기업들의 혁신이 이루어 낸 결과다. 주식시장의 훈풍이 자산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많은 기업들과 민생경제로 확산되려면 정부와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지금처럼 국익이라는 대원칙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국회와 정치권도 중차대한 APEC 정상회의를 도와야 한다. 앞으로 일주일 만이라도 국정감사 관련 정쟁을 멈추고 국익과 국민만을 생각하는 정치 본연의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전세계가 한국을 주목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일주일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