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22일 용인 소재 ㈜셀로맥스 사이언스를 방문, 김성락 총괄사장과 임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주4.5일제가 생산성과 워라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 기업은 주4.5일제 시범사업에 참여 중이다. 주4.5일제는 금요일 오후를 법정휴무로 편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 4일 반만 근무하는 노동제도다.
김 지사가 셀로맥스 사이언스를 방문한 이유는 이 기업이 실시하고 있는 주4.5일제가 임직원들의 삶에 변화를 주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김 지사의 기대대로 직원들은 만족감을 보였다고 한다. 한 직원은 아이랑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커진 변화라고 밝혔다. “그전에는 아이와 시간을 못 보냈는데 저녁을 같이 먹을 수 있고 학교 숙제를 도와주거나 몸으로 놀아주는 시간이 늘다 보니까 친밀감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강아지와 산책을 할 수 있어 삶의 질이 나아졌다” “자기개발을 할 시간이 생겨 꽃꽂이 수업도 듣고 필라테스로 건강관리도 하게 됐다”는 직원도 있었다.
이 기업은 지난 7월부터 경기도 주 4.5일제 시범사업 기업으로 선정돼 주 35시간제를 운영하고 있다. 도는 주4.5일제 장려금과 근태관리시스템 및 정착컨설팅, 일하는 방식 개선 컨설팅 등의 지원을 해왔다. “구성원들이 행복하고 즐거우면 생산성이 내려갈 일은 없다고 본다”는 김성락 총괄사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사장은 도태되지 않으려면 이 변화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걸음 더 나가서 앞으로는 재택근무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경기도의 주4.5일제 시범사업은 임금 삭감 없는 선택형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건강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경기도 내 기업 중 104개 기업과 1개 공공기관이 시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기업은 노사 합의를 통해 ▲주4.5일제 ▲주 35시간제 또는 36시간제 ▲격주 주4일제 ▲혼합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도는 선정된 기업에 노동자 1인당 월 최대 26만 원(주 5시간 단축 기준)의 임금 보전 장려금, 기업당 최대 2000만 원 한도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업무 프로세스·공정 개선 컨설팅, 근태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지원한다.
4.5일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도 이 내용이 포함됐다. 2027년까지 연간 노동시간을 현재 1859시간에서 OECD 평균인 1717시간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김 지사는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이렇게 활용하게 되면 가족의 행복뿐만 아니라 쓸데없는 노동, 헛된 노동도 없어질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실제로 셀로맥스 사이언스의 사례처럼 일부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의 주4.5일제 시범 운영은 생산성 유지, 근로자 만족, 지역경제 활성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반면 경영계 일각에서는 우려를 표한다. 임금 인상과 생산성 저하 등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의 반대가 크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지난 1일 고용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과도한 인건비 부담 구조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4.5일제 도입은 생존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에 사형 선고와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주휴수당이 유지된 채로 주4.5일제가 실시되면, 5.5일치 기본급에 더해 휴일수당 및 초과근무 수당으로 1.5~2배의 임금을 더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치영 회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2384원이다. 주휴수당이 추가 인건비 부담을 16.7% 증가시켰다”면서 ‘주휴수당 폐지 없는 주4.5일제’를 반대하기 위한 1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지방정부는 주4.5일제를 걱정하는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 따라서 주4.5일제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성공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