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건축물과 경관의 아름다움은 도시의 가치를 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도시의 역사와 전통을 보전하고 시민의 문화적 역량을 개선하는 공공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도시디자인으로 품격을 높이는 수원시는 수원디자인대상을 주최, 디자인 자산을 확보하고 문화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역대 수상작 중 아름다운 건축물이나 인테리어로 시 도시디자인의 랜드마크가 되는 곳들을 알아본다.
◇오래된 동네에 숨쉬는 개성, 디자인 '보물찾기'
도시의 역사가 긴 수원시 구도심 곳곳에서는 새로운 형태를 뽐내면서도 기존 동네의 분위기와 잘 융화되는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먼저 영통구 원천동과 영통동의 경계 지역에서 눈여겨볼 만한 건축물이 있다. 오래된 공업지역 내 구불구불한 골목과 저층 대형 컨테이너 건물들 한복판에 유독 눈길을 끄는 '다니엘열방학교'다. 한 교회 공동체가 원래 공장과 주차장이 있던 자리를 5년 동안 손봐 대안학교로 활용하고 있다.
하부는 붉은색 벽돌을 동근 형태로 쌓아 올리고 상부는 하얀색 직선형으로 만들어 이질적인 구조와 재료를 조합한 모습이 입체적이다. 트랙으로 개별 공간을 연결하고 사선의 트러스와 기둥이 내외부에 투영돼 독특한 형태를 감상할 수 있다.
근처의 '영흥숲공원'도 2025 수원시디자인대상을 받았다. 도심 속 숲을 보전하며 일부 공간을 수목원으로 조성해 정원과 생태가 어우러진 생활밀착형 도심수목원 영흥수목원을 품고 있는 공원이다. 특히 수목원 입구 방문자센터는 국내산 목재를 활용한 목구조로 만들고 내부 공원카페가 시민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수원월드컵경기장 인근 팔달구 우만동 주택가에서도 디자인이 부각된 보물 같은 건물을 찾아볼 수 있다. 1970년대 3층 규모로 지어진 상가주택들 사이에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원더풀 우만'이다.
◇아름다운 건축물의 향연, 광교신도시
수원에서 가장 최근에 도시화가 진행된 광교신도시는 디자인이 우수한 건축물과 인테리어, 공공공간이 집합돼 있다. 가장 북단에 있는 것은 '르디투어'로, 지난 2021년 최초의 수원디자인 대상으로 선정된 건축물이다. 논과 밭을 연상시키는 입구 조경을 지나 콘크리트 벽과 통창으로 만들어진 건물이다.
'광교1성당'은 외국 관광지에서 만날 법한 모습으로 아파트 숲 사이를 변주하며 신도의 디자인 격을 한층 높인다. 성당 외관은 서양의 전통적인 건축 요소인 돔과 아치를 현대적으로 간결하게 디자인했다.
독특한 외관의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도 혁신적인 디자인이 가미됐다. 외관은 거대한 암석층 단면 문양을 형상화했다. 프리즘을 연상시키는 삼각 유리가 나선형으로 감겨 입체감이 도드라진다.
원천호수 남단을 지나 원천동과 매탄동 경계 부근에 있는 '아이엠센터'는 블록을 쌓은 듯 입체적인 외관이 특징이다. 내부는 지역 교회의 선교를 위한 시설들로 구성됐다. 1000석 규모의 공연장과 장애인을 위한 교육장 등 일요일 외에는 교인이 아닌 누구나 이용하는 공간이다.
물결치듯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CJ블로썸파크'는 2022년 수원디자인대상 수상작이다. 기존 대지의 흐름을 확장하고 개선하고자 건물을 배치하고 언덕의 높낮이와 유선형 보행도로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어우르면서 기업의 로고를 형상화한 모습이다.
◇고전 향기가 가득한 행궁동
팔달구 행궁동은 세계유산 수원화성의 아름다움과 시민의 삶이 어우러져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는 수원의 대표적 도심 디자인 명소다. 역사 깊은 건물의 외형과 뼈대를 살려 현대적인 디자인 감각을 가미한 건축물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21년 수원디자인대상 수상작인 '테이스팅뮤지엄'은 시선이 머무는 곳곳이 프레임 속 작품 같은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원래 사찰이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레스토랑으로 이용 중이다. 기존 주택의 틀을 살려 고즈넉한 분위기의 오픈 공간을 만든 '스탠다드오브스터프'도 같은 해 인테리어 부문 수상작이다. 구옥의 평면을 그대로 사용하며 각 공간마다 다른 색채와 개성을 자랑하는 독특한 인테리어라는 평을 받았다.
수원화성의 중심인 화성행궁은 지난해 복원 완료돼 완전한 모습을 되찾았다. 막힘없이 행궁 내부를 돌아보며 아름다운 궁궐의 건축미를 감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수원화성에서 가장 높은 곳인 서장대에 오르면 평온한 시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다.
특히 수원디자인상을 받은 건축물들이 모여있는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일원은 지난 2011년 제1회 대한민국 경관대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아시아도시경관상 후보지로 출품될 정도로 경관 우수성을 인정받는 곳이다.
정조대왕이 축성을 계획한 1794년부터 만들어진 성곽 마을이 200년 넘게 골격을 유지하며 가치를 보존한 덕분이다. 행궁동을 둘러싼 수원화성은 1997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고, 문화재와 성곽을 복원하려는 시의 노력이 30년 넘게 이어지며 정체성을 확립했다. 시는 수원전통문화관, 한옥체험마을, 수원미디어센터, 팔달문화센터 등 한옥활성화를 위한 정책 노력을 더해 우리나라 고유의 건축 문화와 경관 디자인의 매력을 더했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디자인이 곧 도시 경쟁력이라는 생각으로 시민과 행정이 함께 디자인을 고민하는 도시를 만들어 디자인의 가치를 더 많은 시민과 함께 나누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장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