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풍물에 담아 대대손손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서광일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대표는 “풍물의 소리와 춤은 모든 사람을 단합하게 하는 힘이 있는데 특히 개항의 시작점인 인천에선 더 강하게 작용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은 한국 전통문화인 풍물의 진정한 가치를 세상에 알리고 있는 사회적기업이다. 부평구를 문화의 도시로 이끈데 이어 지금은 세계를 무대로 풍물의 힘을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서 대표가 풍물에 모든 삶을 바치게 된 이유는 누구보다 군부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꿈꿔왔기 때문이다. 20대 시절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인천으로 온 그는 엔지니어링과 연계된 방산회사에 입사했지만 민주화 운동을 위해 열악한 환경으로 알려진 주방용품 회사에 이직했다.
이유는 친분이 있던 선배가 서 대표의 손에 쥐어준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이란 제목의 전태일 열사 평전이 가슴 한복판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그는 1989년 당시 노조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면서 ‘풍물’이라는 문화가 노동자 단결을 이끄는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서 대표는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조합원들을 교육시키고 단합시키는데 풍물만한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때부터 노동 운동을 하면서 풍물을 배우기 위해 많은 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가 풍물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 게 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어린시절 마을 행사가 있을 때마다 사물놀이패가 자주 찾아와 행사를 벌이면서 풍물의 문화를 고스란히 받아들이 게 된 것이다.
서 대표가 태어난 전남 여수의 한 작은 마을은 정초와 정월대보름과 같은 세시절기 때만되면 풍물이 자주 울려퍼지는 그런 지역이었다. 어촌과 농촌이 결합돼 도합 200여 가구가 채 되지 않던 마을에서 펼쳐지는 풍물놀이는 지역 어르신과 청년들이 하나가 돼 화합의 지역을 이끌었다.
서 대표는 “당시 우리는 장구를 등을 메고 친다고 해서 메구놀이라고 했는데 상쇄 어르신이 꽹과리를 치면 뒤에서 쫓아다니며 흉내를 내곤 했었다”며 “어렸을 때 그런 기억들도 풍물을 하게 된 계기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풍물의 소리와 춤에서 느낀 ‘공동체의 힘’을 삶의 지표로 삼고 풍물 활동을 지속해 왔다. 최근까지 부평구의 대표 축제인 ‘부평풍물대축제’의 기획단장을 맡았던 배경이기도 하다. 1997년에 시작돼 올해로 29회를 맞은 부평풍물대축제는 서 대표의 손을 통해 탄생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는 1회부터 지난해인 28회까지 축제 기획 모든 부문에 참여하면서 부평이 풍물을 통해 문화도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힘을 기울였다.
서 대표는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을 통해 ‘문학의 도시’인 부평을 기반으로 전통 연희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창작 공연을 통해 현대적인 전통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 대표의 손을 거쳐 제작한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어린이 가족국악극 ‘금다래꿍’은 장의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아 ‘2025 소비자 감동 브랜드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금다래꿍은 공연에 직접 출연하는 국악연주자들이 제작에 참여해 만든 책으로,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국악기와 민요를 쉽고 재미있게 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환경국악극 ‘동동마을을구해주세요’와 창작연희극 ‘동그랑땡’도 많은 관객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은 공연으로 손꼽히고 있다.
서 대표는 “풍물은 단지 풍물로서만 존재하면 안된다. 탈춤이라던지 민요라던지 우리의 국악 부문 대부분을 녹여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더욱 더 크게 확장해나가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앞으로도 다양한 풍물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 세계에 전통 풍물의 가치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기선 시간을 그리다’가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다. 최근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린 이 작품은 우리나라 풍속화의 거장으로 알려진 작가 '기산 김준구’ 선생을 모티브로 했다.
인천이 개항기를 맞은 1883년 당시 백성들의 일상적인 삶을 그림으로 녹여낸 김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이 작품은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예술인의 실력을 깨우치게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서 대표는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명성에 가려져 제 빛을 보지 못한 김 선생의 뛰어난 실력을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담았다.
서광일 대표는 “김 선생의 업적을 있는 그대로 담기 위해 수많은 고증에 고증을 거쳤다”며 “의상도 그렇고 동작 하나하나에도 당시의 예술적 표현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해다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 풍물의 본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새로운 형식의 공연과 프로그램을 기획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사람들을 이어주는 힘이 될 수 있도록 계속 힘쓰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지우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