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건자재 기업들의 3분기 성적표가 일제히 악화하면서 업계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택 인허가와 착공이 줄며 수요 기반이 흔들린 데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대책이 겹치면서 4분기 실적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KCC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17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했다. LX하우시스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221억 800만 원으로 1.1% 줄며 부진한 성적을 냈다. 특히 LX하우시스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19억 68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25억 5500만 원)보다 54.7% 급감했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건설 경기 침체와 맞물려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인허가는 42만 8244가구로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8월 전국 주택 착공 건수도 14만 851호로 전년 대비 19.1% 감소했다.
문제는 이 영향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창호·바닥재·유리 등 건자재는 공정상 후반부에 납품되기 때문에 착공 감소의 여파가 매출에 반영되기까지 2년가량의 시차가 발생한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착공 급감세가 향후 2년간 실적을 짓누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정부의 6·27 대책과 10·15 대책으로 주택 시장이 사실상 멈춰섰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0·15 대책 발표 이후 약 3주간(10월 16일~11월 8일) 1887건으로, 규제 이전 3주(8933건)보다 79% 급감했다. 이달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도 72.1로, 전달 대비 19.4포인트 하락했다.
업계의 더 큰 고민은 뚜렷한 돌파구가 없다는 점이다. 건자재 산업은 내수 의존도가 높아 수출로 활로를 찾기 어렵다. 이에 KCC는 HD현대 조선 4사(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와 손잡고 수용성 선박용 도료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등 비(非)건자재 사업 확대에 나섰다. LX하우시스도 고단열 창호 등 프리미엄 제품군 강화와 자동차 소재의 해외 판매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리모델링이나 소매 수요만으로는 대규모 B2B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며 현실적 한계를 호소한다.
한 건자재 기업 관계자는 “수주→인허가→착공→마감재 납품으로 이어지는 구조상 시장이 회복돼도 실적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며 “3분기 성적도 나빴지만, 10·15 대책 이후의 여파를 감안하면 지금이 오히려 시작일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