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부서 뽑자"에 뿔 난 화성 공무원들...왜?

2026.03.16 15:00:15 7면

‘일하기 좋은 직장’ 명목 신규 사업 추진에 직원 반발 확산
부서별 자료 제출·정성평가 방식에 “또 다른 업무만 늘어”
직원들 “어려운 부서 지원이 먼저” 사업 취지 재검토 요구
“행복하지 않은데 행복하다"고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현실

 

화성특례시가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를 목표로 추진하려던 신규 내부 사업이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논란이 일고 있다.

 

공무원들이 스스로 '행복한 부서'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소속 부서의 협동심과 자긍심을 갖게하자는 취지와 달리, 새로운 '근무 평가'가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6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화성시 행정지원과는 13일 내부 게시판을 통해 “부서 직원들이 직접 공감하고 인정하는 행복한 부서 선정'을 내용으로 하는 신규 사업의 이름을 정하기 위한 설문조사 공지를 올렸다.

 

직원들이 직접 공감하고 인정하는 ‘행복한 부서’를 상·하반기 각각 1회씩 연 2회 뽑고, 반기별로 3개 부서를 선정한다는 것이다.

 

'행복한 부서'에 선정되기 위해선 각 부서가 별도 서식 없이 자율적으로 자료를 작성해 제출하고, 제출 자료를 토대로 정성평가를 통해 선정한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 내용이 게시되자 해당 공지글의 댓글은 '성토장'으로 바뀌었다. 간부가 아닌 일반 공무원들의 시선에선 여러 문제가 바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선 사업명이 아직 '행복한 부서'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공지 내용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 문제였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갖는 모호하고 주관적인 느낌이 시청 부서를 대상으로 하는 평가에는 어울리지 않아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반 직원들 입장에선 매일같이 직접 민원인을 상대하며 여러 다툼을 겪고, 간부와 상위기관에 의한 여러 평가 그리고 시간만 소요되고 효용이 떨어지는 각종 보고서 작성에 허덕이는 상황인데, '행복'을 운운하는 공지글이 좋게 보일리 없었다.

 

 

한 직원은 “실무자에게 행복한 부서는 불필요한 보고와 보여주기식 사업이 없는 곳”이라며 “행복을 만들기보다 또 다른 불필요한 일을 만드는 사업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익명의 한 직원은 "행복한 부서를 만든다면서 직원들끼리 경쟁시키는 것은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어려운 부서를 찾아 지원하는 것이 먼저”라고 비판했다.

 

"부서마다 결원이 2명씩은 있는데 행복할리가 있나요. 일하러 오는 곳에 일이 늘어나는데"라며 직원 보충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행복하지 않은데 행복하다고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현실” 등 업무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의견도 이어졌다.

 

이번 사업 공지글을 올리고 기획한 '행정지원과'를 저격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행정지원과를 포함한 소위 '지원부서'들이 스스로 'S등급(최고등급)'을 받을 게 뻔하다며 불신하는 이들도 있었다.

 

선정된 부서에 준다는 '인센티브'도 문제가 됐다. 현판을 부착하고 간식을 제공한다는 내용에 불만이 쏟아졌다.

 

현판에 쓸 글자가 '행복한 부서'라고 정해진 건 아니지만 '행복한 부서'라고 써 붙이면 민원인들이 "얼마나 일을 안하고 편하길래 '행복한 부서'냐"고 오해할 거란 우려도 있었다. 

 

부상으로 주는 간식이 '통닭'이라고 알려지자, 이에 대한 비아냥도 올라왔다.

 

"결원없는 상위 부서 3곳이 그냥 통닭드세요", "성골=닭먹는 부서, 소도=달뼈 치우는 부서" 등 평소의 부서 갈등이 공지글을 계기로 그대로 익명 게시판에서 표현됐다.

 

신규 사업 공지를 계기로 그간 해결되지 않은 직원들의 민원도 제기됐다.

 

한 직원은 “이런 예산을 모아 차라리 직원 생일축하금이라도 올려주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10년 넘게 3만원 그대로”라고 불만을 표했다. 또 "청사 (직원)주차장 문제 해결이 가장 행복감이 커질 거 같다"는 요청도 있었다.

 

특히 일부 직원들은 부서 간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 직원은 “부서별로 자료를 제출하면 결국 실무자에게 또 일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불필요하고 부당한 업무지시부터 없애는 게 먼저라는 비판도 나왔다. 

 

사업 취지를 의심하면서 "간부 공무원이 어떻게 하면 직원보다는 자신들이 돋보일 수 있을까에서 시작된 게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불만과 비판이 이어지자 해당 공지는 한 번 급하게 삭제된 뒤, 다시 게재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두번째 올린 공지글에도 비판글은 여전했다.

 

해당 사업에 대한 찬반 의견 집계에서도 찬성 10표, 반대 70표 수준으로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댓글을 쓰지 않은 이들도 대부분 반대하고 있다는 결과여서 내부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시청의 한 직원은 “취지가 좋더라도 직원 불만이 이 정도라면 다시 고민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시청 관계자도 “해당 사업은 직원들이 더 나은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검토 단계에서 제안된 것”이라면서도 “잘못된 정책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 경기신문 = 최순철 기자 ]

최순철 기자 so5005@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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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근 화성시장이 ‘직위 대가 1천만원 의혹’ 보도를 한 A인터넷언론사 대표 B씨를 공직선거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으며, 정치권은 사실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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