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시] 이미지 중심에서 벗어나 물질 자체에 주목하다, '잔여의 정치학'

2026.03.19 09:12:18 12면

28일까지 예술공간 아름에서 김재남 작가 기획전 개최
완성된 이미지 아닌 변화하는 상태·과정 통한 사유 선사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면서 오늘날 미술 작품은 전시장보다 디지털 화면에서 먼저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압축된 이미지와 빠른 스크롤 속에서 작품은 짧은 시간 안에 이해돼야 하며, 명확하게 보일수록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추상미술 역시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가'에 따라 평가되고 있다.

 

이 같은 조건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미지가 아닌 물질 자체에 주목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예술공간 아름 지하 1층에서 열리고 있는 김재남의 '잔여의 정치학'이다.

 

이번 전시는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지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일반적으로 남겨진 것. 즉 잔여는 완성되지 못한 결과나 불필요한 부산물로 여겨지지만, 작가는 이를 하나의 진행 중인 상태로 바라본다. 

 

남겨진 물질 역시 시간과 조건 속에서 계속 변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바닥을 가득 채운 꼬막 껍질과 벽면의 작품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자연스럽게 쌓인 꼬막 껍질과 목탄 가루의 흔적은 특정 이미지를 재현하기보다 물질이 시간 속에서 형성한 결과를 그대로 드러낸다. 

 

별자리처럼 보이기도 하는 목탄의 흔적 역시 작가의 의도된 표현이라기보다, 중력과 공기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진 결과다.

 

작가는 목탄 가루를 종이 위에 떨어뜨린 뒤, 그 움직임을 인위적으로 통제하지 않는다. 가루는 떨어지고 모이며, 다시 흩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형태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화면에 남는 것은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 물질이 남긴 흔적이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기존 드로잉과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인 드로잉이 선과 형태를 통해 이미지를 구성한다면, 이 전시의 작품은 물질의 움직임 자체가 화면을 형성한다. 결과적으로 작품은 추상적인 형태이면서도 동시에 물리적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다.

 

바닥의 꼬막 껍질 역시 중요한 요소다. 

 

관객이 그 위를 걸어 다니면서 껍질의 위치는 계속 바뀌고, 형태 또한 달라진다. 작품은 고정된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움직임과 함께 계속 변화한다. 

 

이때 발생하는 소리 역시 전시의 일부로 작용하며, 시각 중심의 감상 방식에서 벗어나도록 만든다.

 

 

이처럼 전시는 '완성된 이미지'를 제시하기보다 변화하는 상태와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 

 

같은 조건이 반복되더라도 결과는 매번 달라지며, 그 차이는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발생한다.

 

전시 공간은 특정 장소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지만, 물질이 쌓여온 시간의 층위를 하나의 풍경처럼 느끼게 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이미지가 아닌 물질과 시간의 관계를 체감하게 된다.

 

결국 이번 전시는 '무엇이 남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 중심의 환경 속 쉽게 사라지지 않는 물질의 흔적을 통해 또 다른 감각의 축을 제안한다. 

 

이미지가 권위를 잃는 상태를 시각화한 이번 전시는 28일까지 예술공간 아름에서 이어진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서혜주 기자 judyjudy1017@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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