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열악하고 위험한 근무환경에 노출돼 있다. 조리 때 발생하는 매캐한 연기와 청소할 때 사용하는 독한 세정제 증기를 들이마시며 일을 해야 한다. 인력도 부족해 이른 바 ‘만성골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폐암에 걸리고 끝내 숨지는 경우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경기지부는 얼마 전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에게 “급식 노동자가 업무에 시달려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주기 위해 성실이 일했으나 지금 골병에 시달려 죽음 앞에 놓여있다”며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임태희 교육감 출근을 저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배치기준 테스크 포스 정상화 ▲대체인력제도 개선 ▲안전보건관리체계 확립 등이다.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현실을 직시하고 대책을 수립하라”는 것이다.
지난해 4월 27일에도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주최 ‘경기도내 학교급식실 집단 산업재해 고발 기자회견’이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열렸다. 당시 광명시 한 중학교의 급식실 노동자가 이렇게 절규했다. “튀김·볶음 조리 때는 3시간 가까이 가스·연기·열기·수증기·기름 냄새를 다 마시고 조리 후에는 대형 부침기와 볶음 솥이 식기 전에 화학약품을 발라가며 세척하면 머리가 어지러웠으며 속이 메스꺼웠다”고.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급식노동자들은 작업 도중 쓰러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 2019년 발행한 ‘조리 시 발생하는 공기 중 유해물질과 호흡기 건강영향–학교급식 종사자를 중심으로’라는 연구보고서를 보면 심각하다. ‘고온의 튀김·볶음·구이요리 조리 시 발생하는 조리흄(Cooking Fumes)엔 미세먼지와 1급 발암물질인 벤젠·포름알데히드 등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이 성분을 국제암기구는 발암 발생 가능물질로 분류한다.
실제로 몇 해 전 수원시 모 중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던 조리실무사가 폐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하던 중 사망했다. 같은 곳에서 일하던 조리노동자는 뇌출혈로 쓰러졌다. 안양시의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청소작업을 하던 조리실무사도 중 락스 중독으로 쓰러졌다. 이들은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현재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산재신청은 총 64건이다.
이처럼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열악한 상황이지만 급식실 유해요인은 제거되지 않고 있다. 학비노조 측은 급식 노동자 사망의 핵심 원인은 인력부족이라고 주장한다. 공공기관 급식노동자의 식수인원은 한 사람당 70명이지만 교육청은 150명이라는 것이다. 이에 학비노조 경기지부와 경기교육청은 급식실 적정인원 배치를 위한 ‘배치기준 테스크 포스’를 구성했다. 그러나 노조는 교육청이 면피성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교육청이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산재예방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학생들이 불합리한 계급 사회를 배우고 있다’는 이들의 외침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이들이 건강해야 아이들이 먹는 음식에도 생명력이 깃든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