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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세사기 희생양 피눈물,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여야 정당 주창하는 ‘민생정치’, 정말로 실천할 때

  • 등록 2024.05.10 06:00:00
  • 13면

전세사기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 벌써 덧없이 스러진 여덟 번째 희생자다.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법)이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허점투성이다. 여야 정치권의 느리고 무딘 대응에 대한 여론에 날이 서고 있다. 이구동성으로 ‘민생정치’를 외치고 있는 정치권의 헛구호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여야는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고 마주 앉아 답을 내라. 


지난 1일 세상을 등진 희생자는 대구의 38살 여성으로 전해졌다. 공개된 고인의 일부 유서에는 “저는 국민도 사람도 아닙니까? 살려달라 애원해도 들어주는 곳 하나 없고…(대한민국은)돈 많은 시민만 살 수 있는 나라입니까? 서민은 죽어야만 하나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유서의 내용이야말로 정부를 신뢰하고 사람들의 선의를 믿고 어렵사리 집을 장만했다가 청천벽력 같은 사기를 당한 모든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피맺힌 심사를 대변한다. 


고인이 겪은 곤경과 고통은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대책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숨진 여성은 남편과 어린 아들 등 세 식구가 살던 셋집의 임차보증금 채권 순위가 근저당 설정권자보다 후순위인데다가, 소액임차보증금 최우선 변제 대상도 되지 못해 8400만 원의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위기 상황에 처해 있었다. 여성이 숨진 날 오후에야 피해자 인정 통보가 도달했다고 하니 참으로 어이없는 노릇이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전세사기피해자법이 안고 있는 제한 때문에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인 피해자가 적지 않다. 피해자 인정 보증금 규모가 3억 원 이하여서 신축 빌라나 아파트 임차 피해자 등은 제외된다. 경찰 조사결과 의도적 보증금 편취 목적이 아닌 경우도 구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연소득 7000만 원 이상인 경우에도 금융지원을 못 받는 등의 조건도 문제다.


전세사기는 명백한 사회적 참사다. 주택·금융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치밀한 조직범죄에다가 피해 규모도 엄청나다. 정부의 감독 부실 책임도 크다. 직업윤리를 팽개치고 사기꾼과 공모한 공인중개사들에 대한 관리도 허술했다. 금융 당국은 전세대출 관리에 무책임했고 경고음조차도 안 냈다. 결국 전국적으로 수만 명이 전 재산을 날리는 횡액을 당한 채 눈물짓다가 견디지 못하고 하나씩 목숨까지 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표결을 거쳐 본회의에 부의된 상황에서 일방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정부·여당의 개정안 반대이유를 들어보면 경청할 대목이 없지 않다. 사(私)계약 피해를 국가가 무리하게 부담할 경우 도덕적 해이를 부를 개연성이 높다. ‘선구제 후구상’도 현실적으로 일괄적용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전세사기특별법’의 합의처리야말로 그들이 입버릇처럼 부르대고 있는 ‘민생정치’의 진정한 실천이다. 여야 정당은 유연한 자세로, 그러나 신속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상대 당이나 지지세력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 우선 견디지 못하고 죽어가는 피해자들을 긍휼한 마음으로 살피되 국가의 미래를 함께 헤아려야 한다. 그런 일을 하라고 국민이 달아준 금배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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