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7 (목)

  • 맑음동두천 23.2℃
  • 맑음강릉 23.3℃
  • 맑음서울 24.1℃
  • 맑음대전 23.6℃
  • 구름조금대구 24.4℃
  • 구름많음울산 20.2℃
  • 맑음광주 23.4℃
  • 구름많음부산 21.4℃
  • 맑음고창 21.6℃
  • 흐림제주 22.1℃
  • 맑음강화 22.3℃
  • 맑음보은 20.2℃
  • 맑음금산 21.4℃
  • 구름조금강진군 19.6℃
  • 구름많음경주시 21.2℃
  • 구름많음거제 19.1℃
기상청 제공

[문화리더를 만나다] 이영철 백남준 아트센터 관장

인간 깨달음 드라마틱 하게 표현한 정신적 스승
관람객 수 목표보다 적었지만 행사 내용 성공적
도-용인시-문화재단 3자간 협력체제 구축 절실

‘지원·관심·소통’이 문화산업 이끈다

 

“낡은 것을 버려야 새로운 것이 태어 납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고(故) 백남준 선생의 작품을 전시하고 미디어를 연구하는 ‘백남준 아트센터’ 초대 관장으로 부임해 백남준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이영철(52) 관장.

그는 한국이 ‘백남준’ 이라는 이미지에 대해 부분적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남준’ 이라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알려면 철저하게 고민하고 오랜 시간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일까? ‘백남준 아트센터’의 초대 관장으로 ‘백남준’을 보는 시각이 남달랐다. 특히 개인적으로 바로 보는 아티스트 ‘백남준’ 은 더욱 그러했다.


“이제까지 본인이 알아온 백남준은 너무 피상적이고 부분적인 것이었습니다. 백남준 선생의 드러나지 않은 예술 세계를 탐구해 세상에 널리 이롭게 알리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게 된 것에 대해 어떤 감사의 표현도 부실할 지경입니다.”

백남준의 천재성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예술 분야에서 ‘천재’라는 말은 너무 익숙한 용어라서 사실상 식상하기 조차 합니다. 그런데 백남준의 천재성은 예술 분야에서 흔히 말하는 천부적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의 인과적 사슬, 시방 삼세에 걸쳐 새겨진 업을 소멸하는 한 인간의 깨달음의 전 과정을 너무도 생생하고 드라마틱하게 보여줍니다. 미술, 문학, 건축 등 모든 분야를 통틀어 외국에서도 이런 예술가가 결코 흔치 않은 법입니다. 앞으로 평생에 걸쳐 도전하고, 연구하고, 나 자신의 전체 삶을 깊이 돌이켜 보게 하는 정신적인 스승을 만나게 되어 솔직히 기쁨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렇듯 백남준을 알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 관장은 지난해 개관한 백남준 아트센터의 관람객 수가 목표 관람객 보다 적어 언론 등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관장의 생각은 다르다.

행사의 내용 만큼은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내렸다.

“행사 내용이 안 좋아서 관람객 숫자가 그런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텅빈 미술관이라는 물리적 여건과 인력의 취약함, 엄청나게 짧은 준비 일정을 고려한다면 거의 기적 같은 성공적인 행사였습니다. 아트센터의 전시 공간이 너무 비좁아 쾌적한 관람을 고려해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들의 단체 관람을 받지 않았던 것이고, 지리적 접근성의 취약성을 극복하지 못한 것입니다. 경기도-용인시-문화재단 간의 협력 구축에 한계가 있었음을 미리 알았다면, 애시당초 30만명이라는 숫자를 설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관장은 예술감독으로 광주와 부산광역시 국제비엔날레 경험을 들며 “광주, 부산에서 주최하는 국제비엔날레의 예술 감독으로 일했던 경험에 비춰볼 때, 경기도는 서울과 가까워서 그런지 홍보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1997년 광주비엔날레를 총기획했을 당시에 민간 전문 인력 30명, 공무원 80명이 1년간 함께 일했다. 오전 8시 황금시간대에 매주 1시간씩 KBS에서 3달간 홍보를 했다. 게다가 학생과 지역 주민을 동원하여 90만명의 관객이 어려운 비엔날레 전시를 관람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이어 “이런 노력으로 광주비엔날레는 한국에서 문화산업의 성공 사례로 기록됐다. 세계에 하나 밖에 없는 백남준아트센터가 그렇게 되려면 초기에 엄청난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2005년 안양시의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창안하고 성사시켰을 때, 시장을 위시하여 공무원들의 막강한 협력이 있었다. 하지만 홍보 이전에 최상의 내용을 담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부터 강력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 세상에 불노장생할 수 있는 귀한 것이 있다면 만사 제치고 온 세상에서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다. 그 귀한 것이 바로 마음(정신)이다.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과 창조의 기쁨이 샘솟는 아트센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경기도-용인시-문화재단의 3자간 협력 체제 구축이 절실하다. 이것은 경기도 한반도를 넘어선 역사적 미션이다. 세계적인 천재 예술가는 수백년에 한명 나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백남준아트센터가 보유한 백남준 선생의 작품 100여 점 밖에 안돼 ‘백남준아트센터’라는 이름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에도 이 관장은 자신의 소신을 밝혀 나갔다.

“백남준은 ‘소문은 최초의 라디오’라고 말했습니다. 공공 기관에서 하는 일에 의심과 불신이 깊어 라디오 방송 내용이 부정적인 것이 많습니다. 질적인 수준의 차이는 불평등을 전제로 하는 반면에, 양적인 차이는 평등합니다. 그래서 백 선생은 질 보다 양을 중요시했습니다. 그는 평등한 세상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좀더 많은 양의 작품을 확보하려면 일단 돈이 많이 필요합니다. 아트센터 작품구입비는 1년에 비디오 조각 한두개 살 수 있는 정도의 작은 예산입니다. 외국에 나가 백 선생을 더 크게 부각시킬 전시 예산은 제로입니다. 이렇게 되면 용인미술관 혹은 신갈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꿔야 할 판입니다.”

그는 이어 “특히 작품을 더 구입하거나 누가 기증하더라도 수장고가 턱없이 작다. 처음부터 그릇을 너무 작게 만들었다. 세계 역사 무대에 이름을 낸 한국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인물을 담는 집이 너무 작은 것이다. 소장품 가운데 몇점 좋은 것을 갖고 있지만 4~5점 정도라 해야 한다. 에디션 없는 것이 많다. 하지만 감상과 교육용으로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것처럼 문제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백남준 아트센터 개관 이후 많은 성과도 있었다.

첫 기획전시인 ‘수퍼하이웨이 첫 휴게소(The First stop on the Super Highway)’와 ‘백남준의 선물1’ 국제 세미나 등이 바로 그 것.

‘수퍼하이웨이 첫 휴게소’는 외국인 학예실장의 첫 기획전시로 하루 하루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잠쉬 쉬어가는 휴게소의 의미로 삶에 대해 돌이켜보는 전시였다.

‘백남준의 선물1’ 국제 세미나도 백남준이 우리와 후세 사람들에게 전하는 ‘선물’의 의미를 아주 새롭게 해준 감동의 세미나였다.

“외국인 학예실장의 첫 번째 기획전이었습니다. 독일 큐레이터로 홍콩, 뉴질랜드 등에서 일했고, 금년도 베니스 비엔날레의 홍콩 파빌리온의 큐레이팅을 하게 됩니다. 백남준이 1974년 제안했던 전자 슈퍼 하이웨이 개념을 빌어와 만든 전시로, IT 시대에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는 일상 풍경 속에서 잠깐 쉬어서 우리의 삶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 봅시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서울에서 출발해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오면 바로 아트센터가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첫 휴게소인 것입니다.”

이 관장은 ‘백남준의 선물1’ 세미나의 성과에 대해서도 이어갔다.

“백남준이 우리와 후세 사람들에게 전하는 ‘선물’의 의미를 아주 새롭게 해준 감동의 세미나였습니다. ‘백남준의 예술 정신으로 돌아가자’, ‘아미타불의 마음으로 돌아가자’, 냉소주의, 의심, 상호 견재가 아니라 각자 깨달음을 구하고 그것을 위해 서로 돕고 사는 자세를 갖자고 호소하는 마리 바우마이스터의 목소리는 청중을 감동시켰습니다. 둘째날 세미나에서 서울과 지역에서 400여 명 정도가 참석하였는데, 가슴 속에서 마그마의 열기가 솟아오르는 부흥회장 같았다. 9월 중순에 ‘백남준의 선물2’가 열릴 것입니다. 신화학과 테크놀로지의 관계를 놓고 독일, 일본, 미국, 한국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이 열띤 발표와 토론를 전개할 것입니다.”

백남준 아트센터는 인근 경기도박물관과 앞으로 완공될 어린이박물관과 함께 뮤지엄 파크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 관장을 이에 앞서 철학이 있는 ‘뮤지엄 파크’를 강조했다.

“공원을 조성하기에 입지가 매우 좋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환상적인 예술공원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구비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석기 시대의 유물과 선조들에 대한 역사적인 이야기들. 현재의 창조적 삶, 미래를 향한 상상력과 실험들이 왕성하게 교차하는 최고의 교육적인 공간이 될 것입니다. 금년에 디자인을 시작해 내년에 조성될 것으로 봅니다. 건축, 예술, 조경, 디자인이 함께 어우러진 선진형 공원이 될 것입니다.

 

본인이 이 사업에 관여하게 된다면, 2005년 안양유원지를 예술공원으로 탈바꿈시켰을 때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그것은 통섭형 프로젝트로서 도시재개발 과정에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개입시켜 안양시를 국제적인 예술 도시로 전환시키는 첫 계기를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올해 백남준 아트센터 운영 계획에 대해 묻자 “6월에 신화학과 테크놀로지에 관한 국제 기획전, 10월에 창조성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국제 기획전, 그리고 백남준의 글 모음집 두권 등이며 내년도 가을경 독일의 칼스루에에 있는 ZKM(미디어 아트 센터)에서 열리게 될 백남준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대중을 위한 교육 강좌를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영철 관장 약력
   
▲ 이영철 백남준 아트센터 관장
1983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졸업(학사)
1986 서울대학교 미학과 대학원 졸업(지도교수:임영방)
‘Hans Sedlmayr 연구: 미술 작품의 해석과 역사 기술에 대하여’(석사)
1996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어바나) 미술사학과 박사 과정(3년간 전액 장학생)
2회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직(당시의 공식 명칭:전시기획실장)을 맡게 돼 박사 과정 도중에 귀국.
1994~1995 2년간 뉴욕 거주. 소호에 신규 갤러리 ‘단(Dahn)’ 설립 준비. 
1996~1997 2회 광주비엔날레 전시기획실장(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겸직)
(curators: Harald Szeemann, Bernard Marcade, Richard Koshalek, Kyong Park, Wan Kyung Sung)
1998 독일 칼스루에 미디어 아트 센터 (ZKM) ‘국제비디오상’ 본선 심사위원
1999~2000 부산비엔날레 예술감독
(curators: Rosa Martinez, Hou Hanru, Tom van Vliet)
2002~2003 이태리 알비솔라 현대미술 세라믹 비엔날레 국제큐레이터
(curators: Hans Ulich Obrist, Vasif Kortun, Gianfranco Maraniello, Nelson Herrara Ysla, Olu Oquibe)
2003~2005 평창동 토탈미술관 근무(직위:미술관 전시 기획 감독)
2004~2005 1회 안양국제공공예술프로젝트 예술감독
(commissioner: Fram Kitagawa, Advisor: Dominique Perrault, Tom van Gestel, Suzanne Oxenaar, Kim Seungduk)
2005~2006 제3회 Echigo Tsumari Triennale 국제자문위원, 니가타현, 일본(전시 큐레이팅)
2006 <천년의 숨결-전라남도 강진(마을의 역사, 정체성, 개발, 그리고 미래)>전, 파리 UNESCO 사회과학 분과 주관, 유네스코 파리 본부, 프랑스<탈속의 코미디-박이소 유작전>(예술가의 창작과 삶의 ‘정직성’에 대하여)
2008 <나우 점프> 백남준아트센터 개관기념 백남준페스티발 총감독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