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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더를만나다] 언더그라운드 힙합 1세대 ‘UMC’

래퍼 본질은 현실 꿰뚫는 통쾌한 외침

 

“가까이 있는 것을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 랩퍼의 본질입니다. 그래서 힙함에는 정의가 없어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정의하면 안돼죠.”

언더그라운드 힙합 1세대의 마지막 생존자로 꿋꿋이 언더그라운드를 지키며 힙합 알리기에 노력하고 있는 UMC(본명 유승균).

1990년 처음 힙합 음악을 접하게 됐다는 그는 학교에 출석하는 것 이외에는 집에서 힙합 음악을 연구하고 랩하는 것에 열중했다.

1979년생으로 30대 초반의 생활을 하고 있는 그에게 랩은 단순히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신앙’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랩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것에 대해서 거의 신경쓰지 못했죠. 1990년 열한살 이었는데 그때 처음 랩을 시작하게 됐죠. 당시에는 랩 음반이 국내에서 출반되는 횟수가 연간 열장이 채 안됐어요. 그래도 다 구하고 PC통신 뒤지고 서점 등을 돌아 다니며 가사를 찾아 연습하는데 몰두했어요. 랩만 하고 랩만 생각하고 살다보니 창작에 대한 욕심이 생겨 힙합 음악, 즉 랩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같이 활동했던 언더그라운드 힙합1세대들(마스터플랜, KOD)은 대부분 잊혀지고 지금 몇몇 아티스트를 제외하고는 파티문화와 패션밖에 남은 것이 없다.

UMC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1세대로서 마지막 생존자에 속한다. 하지만 그는 실제 인디와 메이저를 구분하는 선은 크게 없다고 설명했다.

“인디와 메이저를 구분하는 선은 몇가지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큰 차이 없다고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큰 매니지먼트 조직이 없어도 방송활동 할 수 있고 방송이나 행사 등을 위해서 가사의 내용을 유약하게 수정해주는 일도 뮤지션 스스로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스스로를 대중에 알리는 데 어느 정도나 주안점을 두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또 너무 많이 알려지고 돈벌이가 되기 시작하면 그만큼 음악의 순수성이 줄고 뮤지션이 정치가가 되죠. 하지만 모두가 정치하고 조작하며 살아야 하는 세상인건 맞으니까. 경제적인 것이건 작품에 관한 것이건, 꿈은 크게 가질 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UMC는 최근 발표한 정규 2집앨범이 1집앨범에 비해 다양한 이야기와 파괴력이 많이 약해진 느낌이라는 일부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1집의 색깔과 2집의 색깔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의 무지몽매함을 말하고자 하나 그 결과물을 청소년들에게 팔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 고민이 심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 측면에서는 2집이 훨씬 정이가요. 회사에서도 독립했고, 음반 만들겠다고 누구에게 손벌리거나 굽신거려야 할 일도 없었죠. 모자라건 불편하건 무조건 혼자서 했어요. 신경 써야할 주변 상황을 거의 차단해 놓고 작업에만 열중할 수 있었으니까 결과물은 확실히 일관성이 있었죠. 1집은 스무살때부터 활동해온 음악생활을 정리하는 의미에 가까운 전집개념이었고, 2집부터 본작이라고 생각해요. 1집에는 있었는데 2집에 없는 매력같은 게 보인다면 그건 그 다음, 그 다음 앨범에 또 나올겁니다.”

음반 시장의 불황에도 정규 앨범을 낸 이유에 대해 묻자 “요즘의 ‘해커’란 남들 컴퓨터를 망치는 나쁜 사람인것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 그 어휘의 의미는 돈보다는 사람들의 인정과 명예를 바라는 컴퓨터 기술자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명예를 얻고 싶고, 명예가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명예를 어떻게 얻느냐다. 경제적인 것부터 고려해서 빨리 유명세와 돈을 얻고싶으면 ‘Gee’ 한곡만 발표하고 열심히 행사 뛰면 된다. 내게 더 중요한 건 내 음악을 들을 단 한 사람과의 대화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UMC는 디지와 함께 촛불집회와 관련된 노래 ‘Not Bullets But Ballots (총은 없지만 투표권은 있다)’ 발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회에 대한 비판과 조롱 등이 담겨져 있으며 특히 촛불시위에 참가했던 두 사람 사이의 대화를 토대로 경찰 당국의 대응을 비꼬기도 했다.

“‘참정권을 행사하느냐 가만 앉아서 전쟁 따위의 환란이 오기를 기다리겠느냐’하는 내용의 말콤X의 연설문 중의 유명한 구절인 ‘The bullet or the ballot’라는 말에서 따온 내용이에요. 총선 출마 경험도 있고 실천가에 가까운 ‘김디지’라는 친구가 작업을 많이 부추겼어요. 저는 옛날에 단편소설쓰던 작가들처럼 생각이 고루해서, ‘시류에 맞춰서 뭐 쓰고 그러는거 아니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가 ‘형 그러는거 아니다. 사람들과 멀어지는 선택만 하면서 사는 사람같다’고 설득하더라구요. 앞으로도 이런 트랙은 종종 나올 예정이에요.”

UMC는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가난한 사랑의 노래’ 등 현실적인 가사로 유명하다.

하지만 본인의 얘기는 아니다.

랩퍼는 어떻게 보면 ‘소설가’이기도 하다는 UMC는 현장성을 주는 남들이 안하는 것에 대해 가사를 쓰려고 한다.

“사람들이 이만큼 바보같고 적나라하게 가사를 쓰면 반응을 해줄까 하는 마음에서 가사를 썼어요. 못생기고 기획사 없는 가수가 할 수 있는게 별게 없죠. 상업예술이란 너무 사실에 가까운 창작을 해선 안돼요.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피하죠. 작품으로써의 가치는 있을지 모르지만 대중은 혐오스러워하고 도망치게 되요. 저는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어요. 가수라고 시작했는데 관심이 없다 싶으면 쉽사리 막장이 되죠.”

아직까지 음악을 한다면 ‘배고픈 직업’ 이라는 개념이 많다. 특히 언더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UMC 그는 멈추지 않는다.

“생업으로 무엇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음악은 멈추진 않겠다는거죠. 느려도 전진은 한다. 이것이 저의 앞으로 목적이죠.”

언더의 UMC 이지만 이효리 ‘헤이걸’ 등 피처링한 곡들이 많다. 특이하면서도 너무 재미있다는 주의에 반응이 있었다.

“이효리 씨 음반은 어떻게 들어갔는지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뮤지션이라고 다 연예계에 줄이 닿는 것도 아니고, 제가 그런 ‘라인’이나 있느냐, 전혀 없거든요. 어느 날 갑자기 연락받아서 녹음하러 갔더니 녹음실도 크고 공기도 좋더라구요. 비행기 처음 타본 초등학생처럼 굴다가 얼떨결에 랩하고 나오고 대중가요 관련한 작업을 했던 경우가 몇 차례 더 있긴 한데, 경험이라고 불러줄 만큼 진지하고 깊게, 열심히 했던 적은 없었어요. 가요에 랩할 땐 ‘아무렇게나’ 하지 않으면 작곡가나 매니저분들이 주로 싫어 하시더라구요. 반대로 쉽게쉽게 해놓으면 감탄해주죠. 신발때 묻히기도 미안한 곳에 오래 서있자니 속이 거북해서 얼른 집에 가고 싶으니까, 성의 없이 하고 칭찬듣고 빨리 나갔죠.”

G-Masta ‘신처용가’ 피처링을 하게된 계기에 대해서는 “G-Masta의 피처링은 얘기가 좀 달라요. 그 곡 역시 쉽게 만든 랩이긴 한데, 가수인 G-Masta 본인에 대한 흥미가 생겼던게 좀 컸죠. 나보다 대여섯살 어린 친군데, 데이트해 본 여자분들의 인원수가 이미 대기업 부서인원 정도 된, 말그대로 마스터였다”라고 말했다.

작곡이나 작사를 할 때 무엇을 위주로 곡을 쓰냐는 질문에 “제일 중요한건 집중력인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쓸 때 필요한 집중력을 위해서 마라톤을 한다”면서 “댄스곡이건 트로트건 크게 히트하는 곡들은 거의 대부분 가사 속의 화자가 일관성이 잘보이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가사던 곡이던, 우선 듣는 사람들이 감성으로 예측 가능한 범위를 설정해두고, 그 장 안에서 연극을 펼쳐 나간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1집과 2집이 나왔지만 UMC 본인과 팬들은 이미 3집을 기다리고 있다. UMC는 싱글 발표 이후 3집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싱글들이 발매될 것 같습니다. 1집보다 더 심각하게 아무도 들어서는 안되는 노래들도 있고, 그 보다는 교양있는 척하기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적당히 맞춰잡는 변화구들도 있어요 3집은 2년 내로 만드는 게 목표에요.”

UMC는 앞으로 팬들과 한층 더 가까이 가기 위해 5월부터 공연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매우 신나고 재미있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대학의 강의에 강사로 초빙돼 힙합과 랩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줄 계획이다.

“인디에서 음악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바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연습하고 공연하고 이런저런 미디어 접촉들도 심심치 않고 심지어는 매출이 적다고해서 바쁘지 않은 게 아니죠.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5월부터는 여기저기서 공연을 할텐데 재미있는 시간 만들려고 나름 애쓰고 있어요. 대단할 것 없는 뮤지션의 앞으로의 계획은 대단할 것이 없습니다. 계속 노래 만들어 나가야죠. 대학교 강의에도 초빙돼 활동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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