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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더를 만나다] 오혜미 수원시미술전시관 큐레이터

미술전공 했지만 전시 기획자로 변신
광주비엔날레 감동이 큐레이터 계기
마시멜로우 이야기 등 이색연출 눈길

 

독특하고 창의적인 전시 항상 배우는 자세로 노력


“아직 저는 더 배워야 할게 많아요. 뛰어난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 항상 배우는 자세로 노력하겠습니다.”

자신만의 독특하고 창조적인 전시를 하는 것이 꿈이라는 수원시미술전시관 오혜미(27) 큐레이터(학예연구사).

 

초등학교 시절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미술이 어느새 인생의 일부분이 돼 이제는 작품활동 보다는 전시 기획자로 변신, 관객들에게 자신을 알리기보다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알리는데 노력 중이다.

그녀는 “아직까지 생소한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가 분들의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전시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큐레이터가 정식으로 미술을 배우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태어나서 자란 곳이 전라도 광주였어요. 광주비엔날레나 광주시립미술관이 바로 집 옆이라 생활 속에 미술이 언제나 자리하고 있었죠. 남달리 예술에 관심이 높았던 어머니 덕분에 미술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마치 집 앞 슈퍼를 들르는 것과 다르지 않았어요. 사실 어려서는 악기를 배웠었고 어머니도 연주자가 되기를 바랬죠. 하지만 어느 날 섬광처럼 나는 미술가가 되고 싶었고 조그마한 시도는 제 인생에 첫 번째 터닝 포인트가 됐어요.”

큐레이터를 하게된 계기에 대해 “큐레이터가 된 계기가 있다면 광주비엔날레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전시는 좋은 작품만큼 감동이 오래간다”면서 “성완경, 헤럴드 제만이 이끈 1997년도 광주비엔날레를 보면서 큐레이터가 되겠다고 마음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아직까지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생소하다.

특히 몇 년 전 학력위조와 뇌물수수 등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신정아의 직업이 ‘큐레이터’로 알려지면서 직업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큐레이터’는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이고 기획한 전시를 실행하는 사람이에요. 미술관의 예산, 기능에 따라 커다란 차이가 있기 때문에 큐레이터의 활동범위를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광의 개념으로 본다면 미술관의 업무전반 즉 자료수집 및 정리, 전시기획, 전시구성, 작가섭외 등 미술관 운영의 핵심적인 업무들이 큐레이터가 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죠. 이제는 미술의 영역을 넘어서 새로운 문화의 구조에 대한 해석자의 의미에 이르기까지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큐레이터는 작품을 대중에게 접목시키는 매개자의 위치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지난해 수원시미술전시관으로 온 후 처음으로 기획한 전시 ‘마시멜로우 이야기’는 아직도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다.

미술관 큐레이터로 부임한 후 첫 기획 전시라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막상 전시가 열린 후 폭발적인 호응에 보람 있었던 전시였다.

“‘마시멜로우 이야기’는 친숙한 소재인 동화(童話)적 모티브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통해 미술에 보다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전시였어요. 아무래도 친숙한 소재인 동화(童話)적 모티브를 주제로 했던 것이 일반인들과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보인 것 같아요. 힘들고 지쳤지만 해볼만하다고 생각이 들었죠. 관람객들이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문화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역할을 하게돼 보람 있었던 기획 전시였어요.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만을 위한 전시라는 틀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어른들에게는 감수성을 자극해 동심의 세계를 들여다보게 하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보는 동화 같은 미술 전시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2009년 기획전 ‘텍스트에서 이미지로(from text to image)’에 대해서도 “이번 전시는 다양한 시각예술분야에서 작업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을 통해 현대미술에 나타난 이미지와 텍스트에 대한 작가들의 시도를 통해 작품에 나타난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는 전시”라며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들을 살펴보는 전시다. 특히 한국 추상화의 조형요소로서 문자를 도입한 시도로부터 이미지와 텍스트의 형상 연출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현대판 문자도를 선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수원시 시 승격 60주년을 맞이해 올해 또 하나의 특별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시 승격 60주년을 기념하는 도시성의 고찰에 관한 전시를 계획하고 있어요. 수원근대미술사를 정리하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더욱이 시 승격과 함께 미술관 1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수원 미술발전을 위한 전시를 꾸밀 예정이에요.”

이렇듯 전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녀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다.

“제가 미술을 전공하고 배웠지만 아직까지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아요.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이었던 로자 마르티네즈(Rosa Martinez)가 이런 말을 했어요. ‘큐레이터가 갖춰야 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미술에 대한 지식, 철학, 그리고 사회적 관심사와의 관계이며 작가들이 취하는 입장의 급진성과 그들 작품의 혁신적인 면을 간파할 수 있는 열린 영혼과 눈, 즉 직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죠. 전 아직 애기에요.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났다고 할 수 있죠. 좀 더 다듬고 노력해야 하죠.”

오 큐레이터는 ‘수원시전시미술관이 교통 등의 이유로 관람객 수가 적은 것 같다’는 질문에 “다른 미술관에 비춰 봤을 때 우리미술관은 인접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올해 홈페이지도 개편했고 소식지 부수도 크게 늘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홍보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다가가는 미술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수원시전시미술관의 계획에 대해 “미술관으로 발전이 시급하다. 인구 110만 수원에 미술관의 부재는 지역문화에 치명타라 할 수 있다. 지역 박물관은 있지만 미술관은 아직 한 개도 없다”면서 “수원시미술전시관은 이미 수원시민들에게 미술관으로 인식되어 있으며 이제는 미술관의 역할을 해나가야 할 시간이다.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미술관 리노베이션 또는 시립미술관 건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에 미술관이 새로 지어진다고 하더라도 지역미술관이 히스토리나 소프트웨어 없이 새워지기는 힘들다”면서 “분명 이곳은 미술관의 모태적 역할처가 될 것이며 서로의 역할 분담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좀 더 배워야 한다는 그녀지만 큐레이터 직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선배 큐레이터가 하루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가 나를 조금만 빨리 만났더라고 말렸을 꺼라고 모두가 말렸다고 하더라고요. 당시에는 자기들은 하면서 왜 말리나 그런 생각도 들었었죠. 전시 때문에 힘들어서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면 절실하게 그들이 말이 떠오르고 울면서 전화기를 붙잡는다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이야기 하지 않겠어요. 당장이고 나섰으면 좋겠다. 하루라도 빨리 가야할 길을 정하고 꾸준히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가끔은 큐레이터를 감히 달고 있는 내 자신을 볼 때마다 어깨가 무거워지고 스스로를 채칙질하게 되죠. 좋은 동반자기 미술계에 늘어난다면 이 또한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꾸준히 멈추지 말고 준비하길 바래요. 언제나 길은 있는 법이니까요. 열심히 하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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