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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더] 이원희 희곡 작가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창작희곡 ‘산월마마’ 당선
남산한옥마을 ‘영영사랑’ 개관기념 무대 첫 인연
경계의 장르 ‘희곡’ 저항·주제의식 담으려 애써

다양한 캐릭터 진정한 삶 표현 노력

 

“전 늘 스스로에게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운 삶인가?’ 자문합니다. 그리고 제 작품 속에서 살아 숨쉬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영위해가는 ‘진정한 삶’을 그대로 표현하려 노력합니다.”

제법 가을 티를 내며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던 9월 둘째주 금요일 오후,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남산한옥마을에서 이원희 교수를 만났다.

극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원희 교수는 제13회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제1회 창작희곡 공모’에서 당선된 작품 ‘산월마마’를 쓴 장본인이다. 60여명이 참여한 공모전에서 그의 작품은 심사위원들에게 ‘기생들의 항일저항운동이라는 독특한 소재’ 덕분에 후한 점수를 받았다.

인터뷰에 앞서 우선 시장기를 달래기 위해 남산한옥마을 인근의 한정식 집으로 향했다. 한정식 집에서 마주 앉은 이원희 교수는 잘 생긴 외모에 눈가에 깊게 패인 웃음 주름이 어우러져 한정식 집의 아늑하고 고요한 분위기에 녹아들어가듯한 느낌을 줬다.

“먼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네는 중저음의 따듯한 톤의 목소리가 어색할 수 밖에 없는 첫 만남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만들어줬다.

직원이 음식을 내오는 동안 조심스레 입을 떼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일종의 전초전이었다. 식사가 끝나고 남산한옥마을로 다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인터뷰를 하기 위한 첫 걸음이었던 셈이다.

갖가지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난 후, 남산한옥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서울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운치있고 고즈넉한 풍경이 펼쳐졌다. 마치 입구에 있는 큰 대문이 이계(異系)로 통하는 마법의 문 같았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전혀 다른 풍경과 시간을 보여준 남산한옥마을을 거닐면서 그 곳과 이원희 교수의 특별한 인연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곳은 제게 아주 특별하고 의미있는 곳 입니다. 2006년 전통예술 공모에서 뽑힌 ‘영영사랑’이 2007년 11월 이곳 서울남산국악당의 개관 기념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죠.”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는 인터뷰 장소로 국악당이 위치한 남산한옥마을을 택했다고 말하며 “‘영영사랑’은 고전소설 ‘운영전’을 모티브로 해 궁궐이라는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사랑을 위해 죽음을 불사한 ‘운영’의 사랑 이야기를 다뤄 시대와 신분의 굴레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사랑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1957년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난 이원희 교수는 전북대학교에 진학해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국문학을 전공한 그가 지금 희곡 작가로 활동하게 된 경위가 궁금해져 극작가의 길을 가기까지의 여정을 물었다.

“저는 어렸을 적엔 글쓰기에 관심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작가로서의 삶을 살게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전북대에서 국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국문학을 전공했습니다. 그 당시 논문 주제로 ‘희곡론’과 ‘연극사’를 택했던 것이 큰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설명하기에 앞서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과거를 회상하는 듯 보였다.

“박사 학위를 위해 논문을 쓰는 도중 이론 보다는 창작이 중요함을 새삼 깨닫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단 한번도 글 쓰는 기술을 따로 배운적이 없었지만, 국문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많은 작품을 접하다보니 시나브로 된 것이죠.”

그는 체홉의 말 “작품을 소라고 비유한다면 비평가는 소꼬리에 붙은 파리다”라는 말을 들어 자신이 작가의 길을 가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원희 교수는 참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운 사람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1983년부터 11년간 중·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던 당시 ‘이원희 선생님’이라 불렸고, 1991년 문예지 ‘시와 비평’에서 시 부분에서 당선했을 때는 ‘시인 이원희’로 불렸다. 1997년 경희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딴 후에는 ‘이원희 박사’, 같은 해 전북연극제 희곡 부분 우수상을 탔을 때는 ‘극작가 이원희’로, 지금은 한국사이버대학 문예창작학부 ‘이원희 교수’로 불리워지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인생을 살아온 그 이기에 그는 쉼 없이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 새로운 환경 속에서 살게 하는 것이 아닐까?

남산한옥마을 내 전통찻집으로 자리를 옮겨 작가의 삶에 대한 조금더 진지하고 가볍지 않은 대화로 향했다.

국악당 공연장, 연못, 정자, 산책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찻집에서 계속 사진을 찍으며 표정이 굳었으니 조금 밝게 웃어달라고 부탁을 하자, 그는 “카메라가 어릴적 아버지처럼 무서운가 보다”며 재치있는 입담으로 자칫 무거울뻔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그는 경계의 장르에 있는 희곡을 ‘문학의 서자이자 연극의 적자, 연극의 서자이자 문학의 적자’로 취급받아 천시 당하는 어려운 길이라고 표현하며, 그런 와중에도 항상 저항의식과 주제의식을 담으려고 노력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원희 교수는 “처음 혼자 써본 작품이 상을 타서 좋았다. 그때의 기분을 잊지 않고 있다”며 “대학 시절 철학에 관심이 많아 철학서를 많이 읽었던 것이 의도치 않게 지금 제가 작품활동을 하는데 큰 밑거름이 되주네요. 공연성과 문학성을 두루 갖추는 것은 물론, 자기 동일성 파괴에 대항하는 심지가 굳은 글을 쓰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글을 쓸 때 항상 일정한 철학을 담으려 노력하고 매번 사유를 통해 진정한 삶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노력하는 의식이 있는 작가였다.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그는 “올해는 유독 상복이 많은 해인듯 합니다. 올 상반기에만 벌써 상을 3개나 탔어요. 올해 초 불교신문에서 평론 부분에서 당선돼 ‘평론가’로서도 이름을 걸게 됐고, 경주를 소재로 한 ‘전국희곡창작공모’에도 당선되고, 최근 수원화성연극제에서도 첫 창작희곡공모 당선자가 됐으니 말이죠”라고 말하며 호쾌하게 웃었다.

“내년 ‘2010 수원화성국제연극제’에서 올해 수상작인 ‘산월마마’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광대한 스케일에 서정과 서사가 함께 어우러져 보는 즐거움을 톡톡히 줄 좋은 작품이니 꼭 무대에 올려 많은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는 오는 10월30일부터 11월1일까지 3일간 전북 군산 시민문화회관에서 시인 고은의 ‘만인보’에서 모티브를 얻어 희곡으로 각색한 ‘겨울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 기본패턴은 연극이지만 대사를 시적으로 표현해 음악에 맞춰 운율감이 느껴지도록 썼다며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연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리를 마무리하면서 그간 얼마나 많은 작품을 썼는지 묻자 그는 “셰익스피어와 유치진이 약 40여편의 작품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약 30여편의 작품을 썼다. 그리고 나는 끝없이 서정성과 상징성, 리듬감이 있는 격있는 작품을 지속해서 써 내려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늘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운 삶인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자기동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여기서 개인주의라고 표현한 것은 이기주의랑은 다른 의미입니다. 저는 각자의 삶을 완성시키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집단주의의 반대 개념으로 개인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한 거니까요. 희곡 속 캐릭터들이 야물어지게 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약 력
1957년 전라북도 출생
1983년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1년 ‘시와 비평’ 시 부분 당선
1993년 전북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7년 경희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1997년 전북연극제 희곡 부분 우수상
2000년 한국연극협회 군산시지회 자문위원장
2000년 전주 풍남제 평가 및 집필위원
2005년 문화관광부 전통연희본 희곡 공모 우수상
2006년 국립극장 장막희곡 창극 부분 가작
2009년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
2009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분 당선
2009년 경주소재 전국희곡창작공모 당선
2009년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제1회 창작희곡공모 당선
계간 ‘문학나무’ 연극평론 연재
現 한국싸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부 교수
現 월간 ‘예술세계’ 연극평론 연재
● 저서
‘전북연극사’, ‘어떻게 읽고 쓸 것인가’, 창작희곡집 ‘유랑’, ‘희곡 창작의 길’, 칼럼 모음집 ‘이원희의 컬처 플러스’(문화체육관광부 우수 도서 선정), 희곡집 ‘영영사랑’, 평론집 ‘논論의 연극, 행行의 연극’
● 엮은 책
‘박동화 유고희곡집’, ‘북한 5대 혁명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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