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7 (목)

  • 맑음동두천 23.2℃
  • 맑음강릉 23.3℃
  • 맑음서울 24.1℃
  • 맑음대전 23.6℃
  • 구름조금대구 24.4℃
  • 구름많음울산 20.2℃
  • 맑음광주 23.4℃
  • 구름많음부산 21.4℃
  • 맑음고창 21.6℃
  • 흐림제주 22.1℃
  • 맑음강화 22.3℃
  • 맑음보은 20.2℃
  • 맑음금산 21.4℃
  • 구름조금강진군 19.6℃
  • 구름많음경주시 21.2℃
  • 구름많음거제 19.1℃
기상청 제공

[문화리더] 신경숙 소설가

‘엄마를 부탁해’ 10개월만에 100만부 기록
치매 엄마가 실종되면서 가족 소중함 느껴
보편적인 주제 다양한 연령층 공감대 형성

엄마 신드롬? 인간적 삶의 얘기 통했죠

 

단 한 권의 책으로 대한민국을 ‘엄마 신드롬’으로 이끈 소설가 신경숙.

그녀는 자신의 책이 100만부 이상 팔려나간 사실 보다는 자신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해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고 설레하는 명주처럼 보드랍고 화창한 ‘명지바람’ 같은 사람이었다.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한낮에 신경숙 작가를 만났다.

그녀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검은색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조금 상기된 표정이었다.

2008년 11월 10일 출간된 ‘엄마를 부탁해’는 치매에 걸린 엄마가 실종되는 사건을 계기로 딸과 아들, 남편 등 주변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과 추억에 비추어 엄마의 존재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순수문학 단행본으로는 최단 기간인 10개월만에 100쇄 100만부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어떤 이유로 대중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냐고 묻는 질문에 신 작가는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지금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라고 소회를 밝히며 “엄마라는 보편적 주제가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한것 같다”고 설명했다.

1996년 전북 정읍에서 형제 많은 집 넷째 딸로 태어난 그녀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시골 마을이라 읽을거리가 풍성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책을 본다는 사실이 너무 좋아 읽을 수 있는 것이라면, 과수원에서 과일을 싼 신문지까지도 모조리 소리내서 읽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책 읽는 모습을 좋아해 제가 책을 읽고 있으면 심부름을 시키지도 않았어요. 워낙 난독이어서 무슨 책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읽었습니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책을 쓰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15살 소녀 경숙은 더 넓은 세상을 배우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오빠들과 함께 어려운 생활을 하며 대도시가 주는 공허함과 비정함을 느끼고 그 비정함으로 자신을 더욱 단단하고 강하게 만들어 갔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 3개월 동안 읽었던 한국문학전집 60권이 자양분이 됐다고 설명했다. 창에 검은 도화지를 붙여 어둡게 하고 불을 켜고 오로지 책에만 몰두했던 그 해 겨울을 지내고나니 봄에 돋아나는 새싹처럼 자신 안에 새로운 무언가 돋아나는 듯 했다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에서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다.

신 작가는 문학작가로서의 삶을 살기때문에 문학신간 위주위 독서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작품에 의해 하게 되는 독서도 있다며, 낚시꾼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낚시입문 서적을, 토끼를 등장시키기 위해서는 토끼 기르는 법에 관한 책을 읽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30대가 지나면서는 자연스레 심리학, 정신분석, 역사, 철학, 미술, 신화 쪽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전기나 자서전, 평전을 읽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다.

이렇듯 책과 평생을 살아온 신 작가는 지금도 자신의 방이 책을 위한 방이라고 말하며 “서재가 따로 있지 않아 책과 함께 먹고, 자고, 놀곤 한다. 그래서 어떤 공간을 보면 먼저 책을 둘 장소부터 생각하게 된다. 지금 집도 천정이 놀아 책을 둘만한 공간이 많기 때문에 덜컥 이사를 왔다”라며 수줍게 웃었다.

신 작가는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후 출판사를 다니며 글을 썼다. 퇴근 후 집 앞 독서실에서 새벽까지 소설을 쓰고 책상에 엎드려 잠들기를 반복하며 그녀의 등단작 ‘겨울우화’를 썼다. 그녀의 나이 스물 둘.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풍금이 있던 자리’, ‘깊은 슬픔’, ‘리진’ 등 제목만 말하면 누구든 ‘신경숙’이란 이름을 떠올린다.

초기의 그녀는 누가봐도 ‘아, 이건 신경숙 소설이네’라고 할 정도의 작품, 즉 자기문체 중심의 소설을 쓰고자 했다. 그러나 30대에 들어서는 역사와 사회를 내재화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면서 역사와 사회 속에 사장된 개인을 발굴해 내는 작업을 하면서 ‘외딴방’,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등을 썼다.

그리고 40대인 지금, 그녀는 한껏 자유로워졌다. 서사가 소설의 중심에 놓여있는 ‘리진’, ‘엄마를 부탁해’ 등의 작품은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을 수 있는 글’인 것이다.

이렇듯 그녀는 그녀의 작품을 나름의 구분법을 가지고 시기별, 내용별로 분류했다. 정확하게 자신을 읽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그녀가 말했다.

“소설은 인간의 이야기고, 시대가 배경입니다. 소설가는 기본적으로 시대에 관심이 있어야하고 인간에 대한 애정을 지니고 있어야 하죠. 미래의 시간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저도 모르고,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지만 작가로서 바람은 오래전 쓴 작품이 아니라 방금 쓴 작품으로 소통되는 현재진행형의 작가로 지내고 싶어요.”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진 인간 신경숙의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말이었다.

현재 신 작가는 인터넷사이트 알라딘에서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연재하고 있다.

인터뷰가 끝나고 신경숙 작가와 잠시 레스토랑 앞에 있는 작은 정원에 나가 걸으며 몇마디 나눌 것을 청했다. 그녀는 빠듯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시간을 내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곳에서 사진 찍기를 썩 좋아하지 않는 듯 보이는 그녀에게 몇 장의 사진을 부탁하자 잠시의 망설임 끝에 “편하게, 예쁘게 몇 장만 찍죠”라고 말하며 자리를 잡았다.

작품에 대한 얘기 외에 조금 편한, 사적인 얘기가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작품 활동에 남편인 남진우 교수가 많은 도움을 주는 지를 묻자 “서로 방해하지 않는게 도와주는 거죠. 결혼을 아직 안하셔서 모르겠지만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에요”라며 소녀같은 표정으로 쾌활하게 웃었다.

자리를 마무리하면서 “다음에 또 좋은 자리에서 만나뵀으면 좋겠네요”라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신 작가는 밀리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보다는 ‘설렘’이란 단어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소녀같은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앞으로 내놓게 될 신작 소설이 더욱 기대가 된다.

약 력
1963년 전라북도 정읍 출생
1984년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1985년 ‘문예중앙’ 중편소설 ‘겨울우화’ 당선
1993년 한국일보문학상
1993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1995년 현대문학상
1996년 만해문학상
1997년 동인문학상
2000년 민족문학작가회 이사
2001년 21세기 문학상
2001년 이상문학상
2006년 오영수 문학상
2007년 제40회 토현동학축제 홍보대사
2008년 동인문학상 심사위원
2009년 프랑스 ‘주목받지 못한 작품상’
現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現 알라딘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연재
● 저서
소설집 ‘겨울우화’, ‘풍금이 있던 자리’, ‘깊은 슬픔’, ‘나의 나-마당에 관한 짧은 얘기’, ‘아름다운 그늘’, ‘외딴방’, ‘오래전 집을 떠날때’, ‘기차는 7시에 떠나네’, ‘강물이 될 때까지’, ‘그가 모르는 장소’, ‘내 마음의 빈집 한채’, ‘딸기밭’, ‘바이올렛’, ‘J이야기’, ‘성문앞 보리수’, ‘리진’, ‘엄마를 부탁해’,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