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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더] 배병우 사진작가

‘제주에서 여수까지 ’ 덕수궁미술관서 12월6일까지
사진은 현대의 붓, 카메라 기능보다 감성표현 중요
왕릉 주변 소나무 찾아다니며 세계 왕들과 친해져

“여백의 美와 선, 수묵화 감동 고스란히”

 

“사진은 현대의 붓입니다. 문제는 그 붓으로 무엇을 그리는가 하는 것이죠. 카메라 기술만 좋다고 모두 다 사진가는 아닙니다. 저는 예술가이지 사진가가 아닙니다. 사진은 제가 가지고 있는 감성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새벽안개 자욱한 곳의 소나무들. 그 소나무는 무한한 생명의 기운을 가지고 누군가가 찍는 사진속에 고스란히 담겨진다.

지난 1984년 사진에 입문해 소나무를 비롯해 ‘제주에서 여수까지’ 25년 동안 사진작업을 해온 소나무 사진작가 배병우(59) 씨는 자연을 품고 자연을 위해 살아가는 사진가다.

배병우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산하 덕수궁미술관에서 오는 12월 6일까지 소나무 사진을 비롯해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의 바다와 바위 사진, 오름, 창덕궁 정원 사진 등 초기작부터 스페인 문화재관리국의 요청을 받아 2년간 찍은 알람브라 궁전의 정원 등 근작까지 97점을 선보인다.

그의 숨결이 숨쉬고 있는 덕수궁미술관에서 소나무 사진 작가 ‘배병우’를 만났다.

“소나무 전시를 몇 번 하다보니까 언제 부터인가 소나무 작가로 불리게 됐죠. 어떻게 보면 틈새 공략에 성공한 셈이죠. 개인적으로도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게 뭔가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소나무가 생각났고, 문화적으로 소나무의 의미라든지, 우리 역사 속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 우리 땅 위에서 소나무가 어떤 의미인지를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소나무’를 선택하게 됐죠.”

그러면서 배 작가는 “소나무 덕분에 유명해져서 안 찍을 수가 없다”면서 낮의 강렬한 햇빛과 바람이 나무에 닿으면 여전히 맘이 설렌다며 웃었다.

배병우 작가는 “사진이라는 것은 그냥 찍으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 사진이 하나의 예술이라고 느끼고 있다”며 “그리고 이 작품들을 덕수궁 미술관에서 전시하게 돼 매우 기쁘기 그지없다. 친구들한테 이곳에서 전시 한다고 하니까 ‘가문의 영광’이라고 했는데 정말로 가문의 영광이다. 이번 전시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털어 놓았다.

또 “특히 이제부터 해 나가야 할 새로운 작업에 용기가 될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전시관은 ‘창덕궁’, ‘알함브라’, ‘여수바다와 제주오름’, ‘소나무’ 등 크게 4개 주제로 나뉘어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배병우 작가의 작품세계를 시기별, 주제별로 접할 수 있다. 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한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감동을 느낀다. 여백의 미(빛)와 그 곳을 채워주는 한줄기의 선들이 그의 사진에 한국의 청국장 냄새를 한층 더 구수하게 내뿜고 있다.

“사진의 음영을 없애고 그냥 선으로 가는 걸 시도해 보고자 했습니다. 한국그림에서 음영이 생략되고 선 중심으로 가는 것을 사진에서 구현해 보고 싶었지요. 그래서 그것이 소나무와 오름 사진에서 적절히 표현된 것 같아요.”

이렇듯 배병우 작가의 작품에는 깊은 고요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고 자연을 인공적인 아닌 그대로의 자연을 정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럼 그에게 사진이란 무엇일까.

배병우 작가는 “특별히 누구에게 배우진 않았다. 귀동냥과 책 사서 자율학습을 했다”며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사진관련 책들을 보며 공부했고 일본 잡지도 있었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고 너털웃음을 짓었다.

배병우의 정신적 스승은 헝가리 출신의 미국 화가 겸 사진가 나즐로 모홀리나기(1895~1946)다.

“모홀리나기는 ‘사진은 빛 그림이고, 카메라는 연필’이라고 했다. 명쾌한 설명 아닌가”라고 말한 배병우 작가는 초등학교 시절 그림 잘 그리는 아이였고 고1때부터 카메라를 잡았다. 그리고 대학때 본격적으로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은 팝스타 엘튼 존(62)이 2005년 당시 2700만원을 주고 구입해 화제가 됐다. 이명박(68) 대통령은 지난 6월 워싱턴 정상회담때 버락 오바마(48) 미국 대통령에게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집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있게 “나는 소나무사진을 통해 세계의 왕들과 친해졌다”고 말한다.

어찌보면 경주 남산의 신라왕릉과 창덕궁, 종묘 등 국내는 물론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에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왕의 무덤이나 거처라는 것.

“왕릉 주변의 소나무들을 좋아해요. 신라왕릉이나 조선왕릉 소나무들은 성스러운 나무라 품위가 있습니다.” “신성한 기운을 내뿜는 소나무만을 찾다보니 그랬을까, 내가 찾아다녔던 곳들은 국내외의 왕들의 살던 곳, 아니면 그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죠. 요즘은 주로 통도산과 가야산에서 소나무를 찍습니다.”

그의 작품은 외국에서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 사람들은 제 소나무 작품을 보고 ‘성스러운 나무’라고 부르고 있어요. 특히 독일의 이름난 출판사 하체 칸츠(Hatje Cantz)는 저의 소나무 사진작품을 모아 ‘Sacred Tree(성스러운 나무)’라는 제목을 붙여 출간할 정도로 많은 외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왔죠.”

배병우 작가는 여수 주변에 있는 섬을 사서 살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었다.

배 작가는 “중학생때 읽었다는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읽어보면 그곳은 그야말로 ‘유토피아’”라며 “나 역시 이상적인 섬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예전부터 섬을 사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주위에서 말려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꿈을 접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 배병우 작가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

“나의 고향은 남해안의 여수죠. 어릴적부터 뒷동산에 오르며 바다와 배를 그렸고 자연을 그리면서 나무는 나와 친숙했고 특히 소나무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늘 내 곁을 지켜줬었죠. 사진 이력이 25년 입니다. 앞으로 남해안 풍경을 찍어야죠. 예전의 내가 있던 곳. 그래서 ‘제주에서 여수까지’라는 테마로 다시한번 내 열정을 불태우려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사람을 넣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약 력
1976년 홍익대·숙명여대·한국종합예술학교 강사
1981년 서울예술전문대 사진과 조교수·부교수·교수
1985년 제2회 개인전 마라도(한마당화랑)
1988년 라이파이센 은행화랑 개인전(독일 밤베르크), 독일 빌레펠트대 사진디자인과 연구
1991년 한국사 진의수평전 운영위원
1992년 한국사진수평전(시립미술관)
1993년 개인전(한가람미술관)
1994년 한국사진수평전(공평아트센터)
1998년 서울예술대학 사진과 교수(현)
2009년 개인전(덕수궁미술관)
▲저서
‘사진의 실제’(1982), ‘배병우사진집’(1982), ‘디자인과 사진’(1985), ‘Art Vivant 배병우’(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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