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 발굴 미술발전 작은 보탬 되길
수원시내가 한눈에 펼쳐지고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이 자리잡은 팔달산. 그곳에 행궁처럼 웅장하고 멋있지는 않지만 작고 아담해 아기자기한 멋을 뽐내는 갤러리가 있다.
흔히 아는 갤러리는 수십, 수백의 미술작품이나 조각작품 등이 걸려있어 짧은 시간에 많은 작품을 구경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 작은 갤러리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젊은 작가들의 전시가 주를 이루는 이 갤러리는 시간과 작품 수에 쫒기지 않고 여유있게 작품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둘러본 후 큰 부담없이 미술작품을 둘러볼 수 있는 낭만이 있고 서울 인사동 쌈지길과 비슷하게 생긴 건물에 위치한 ‘SEED 갤러리’. 자연을 닮아 시원한 바람과 같은 미소를 간직한 ‘SEED 갤러리’ 김윤미(47) 관장을 만나봤다.
김 관장은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대학교를 다니면서 수원과 인연을 맺었고 지난 1991년 결혼을 하며 수원에서 정착을 하게 됐다. 그는 그림을 그리거나 전공을 해 갤러리는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5년전인 2004년쯤 몸이 좋지않아 암 수술을 하며 운영하던 논술 학원을 접게되고 그 후 3년 정도를 우울증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경기대학교 동문이자 전문컬렉터 홍완의 씨의 제의로 미술을 접하게 됐다.
“친구를 따라 갤러리나 전시관 등을 다니긴 했지만 미술이나 전시에 문외한이가 때문에 거리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수술 후 미술을 접하면서 인생의 사고가 달라졌고 갤러리나 미술관도 다니게 됐죠. 그래도 괜히 작가나 그림의 가격을 물어봐서 무식함이 들통날까 괴리감도 들었죠.”
15여년 동안 그저 그림이 좋아 전시회를 찾아다니고 박봉의 월급을 쪼개 그림을 사 모으던 동문 홍완의 컬렉터와 그를 쫒아다니며 그림구경을 하다 삶의 방향을 전환한 김윤미 관장은 지난 2008년 7월 멕시코의 젊은 작가 ‘몬히’의 첫 전시로 지금의 위치에 ‘SEED 갤러리’를 열게 됐다.
“저도 미술에 대해 접하고 공부를 하는게 얼마 되지 않고 갤러리를 따라다니면서 문득 ‘그림을 보러다니지 말고 사람과 그림을 오게 만들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싶었어요. 이런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하니 그냥 웃고 말더라고요. 남편도 반대를 많이 했죠. ‘아픈사람이 왜 가게를 내느냐’고 걱정이 많이 됐나봐요.”
이같은 우려에도 주위의 도움으로 갤러리를 오픈한 김윤미 관장은 “갤러리를 운영하는데 거창한 목표나 슬로건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내가 처음에 겪었던 그 상황을 기억하고 초보 관람객들이 그림을 좀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열자는 생각이었다”며 “현재 수원시는 인구 110만명이라는 큰 도시고 좀 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 줄 더 많은 갤러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서울로 모여들면서 공동화 현상을 보이는 수도권 도시에 생동감 넘치는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 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또 “아무리 완숙한 문화가 자리 잡은 도시라 하더라도 젊은 피가 수혈되지 않는 문화는 박제된 문화”라고 강조했다.
‘SEED 갤러리’는 젊은 작가들을 초청해 전시를 하고 있다. 젊은 작가들이라고 해서 나이가 어린 작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를 떠나 이제 작가활동을 막 시작하는 사람, 활동을 하다가 중단하고 다시 재기를 하는 사람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수원을 포함해 서울 등 전국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해외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발품을 팔아 찾아다니며 수원 ‘SEED 갤러리’에서 전시를 해줄 것을 이야기 하고 섭외하는 등 수원의 미술과 전시 발전에 한 몫을 하고 있다.
‘SEED 갤러리’는 타 전시관이나 갤러리와는 달리 작가와 관객이 공감하고 서로 만족하는 전시를 위해 지난 7월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7~8시 미술강좌, 역사강좌 ‘쥐뿔만큼만 알자’를 운영한다.
미술강좌는 기존 미술 사조나 용어, 작품 해설 등의 전문적 강의와 궤도를 달리해 가볍고 재미있게 미술 감상법을 익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한 작가의 전시가 시작되는 날 작가가 작품설명을 해주고 질문을 받는 소통의 시간도 갖고 있으며 지역문화의 갈증을 해소하는데 일조하고자 도서관이나 문화센터와의 연계 전시해 작은 문화 활동들도 하고 있다.
역사강좌는 역사드라마속의 픽션을 전제로 각본돼 있는 구성을 바로 알려주고 역사에 숨어있는 철학이나 미술에 대해 소개해 역사와 미술의 관계를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전시함께보기’, ‘영화함께보기’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작가들을 위한 인문강좌와 도론회를 운영하고 있다.
김 관장은 “갤러리를 방문해 미술에 대해 공부하고 작품을 보면 더욱 쉽게 이해하고 그림만 보고 지나가는 것이아니라 더 오래 감상하며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갤러리는 지속성이 필요하다.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오래 그자리에 있어야 사람들이 기억하고 많이 찾게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SEED 갤러리’는 이제 시작이다. 초보작가인 셈이지만 전업갤러리로 상업갤러리로 꿈을 이루려면 좋은 작가를 찾고 좋은 기획을 담은 전시를 해 많은 관객과 컬렉터를 확보해야 한다”며 “실험적인 작가의 전시를 곁들여 대안적 제안을 찾는 노력을 함께 하고 아직은 거칠고 서툴지만 미래 전업 작가를 꿈꾸는 젊은 작가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항상 초힘을 잃지 않고 관객들과 함께하는 갤러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점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김윤미 관장은 “우리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는 작가들이 ‘그곳은 작지만 아늑하고 전시를 구경온 사람들을 직접 만나 내 작품을 설명하며 교감을 가질 수 있어 참 좋았다’라는 이야기를 해줄 때 정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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