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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더] 웅산 재즈스타일리스트

자작곡 중심으로 첫번째 스페셜 기프트 앨범 발표
초등학교부터 밴드부·합창부 등 꾸준히 음악활동
‘청량리 588’ 충격적인 모습에 비구니 삶 살기도
수행 중 빌리 할리데이 노래 듣고 재즈에 푹 빠져

“은유적으로 본 세상 재즈로 여백 채웠다”

사람의 마음을 센티멘탈하게 만드는 가을을 닮아 진한 에스프레소 향기가 나는 매혹적인 ‘재즈스타일리스트’ 웅산.

 

서늘하다 못해 찬 바람이 불어 자꾸만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커피향 가득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무대 위에서도, 무대를 벗어나서도 그녀는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모습을 지닌, 보면 볼 수록 호기심이 생기고 더 큰 끌림이 생기는 그런 사람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웅산은 식상한 미사여구나 인사치례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독특한 개성과 넘치는 감수성으로 무장하고 있는 재즈계의 디바라는 것.

“전날 공연때문에 목소리가 좋지 않네요. 양해부탁드려요”라며 말문을 연 웅산은 “오늘도 인터뷰가 끝나고 공연이에요. 새 앨범이 나오고 나서는 거의 매일 공연을 하느라 쉴 틈이 없지만, 왠지 기분은 더 좋고 기운도 넘쳐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재즈라는 음악 장르가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쉼없이 다방면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며 재즈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다.

‘재즈스타일리스트’ 웅산, 그녀는 지난 6일 정규앨범이 아닌 재즈를 기본으로 그녀만의 스타일을 엣지있게 표현한 자작곡을 중심으로 한 첫번째 스페셜 기프트 앨범(Special Thanks Gift Album) ‘MISS MISTER’를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단순히 재즈 가수로서의 웅산을 넘어서 싱어송 라이터로서의 웅산을 만날 수 있는, 그녀만의 도시적이고 세련된 재즈 음악을 가득 담은, 그야말로 특별한 선물이었다.

이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그녀에게 어떻게 하다 음악, 특히 재즈라는 음악을 선택하게 됐는지를 물었다.

그녀는 “사실 재즈라는 음악을 처음부터 할 생각은 없었어요. 단순히 음악이라는 게 너무 즐겁고 좋아서 ‘음악’ 자체를 즐겼던거죠”라며 “초등학교 3학년 이후부터는 꾸준히 음악활동을 해왔어요. 음악활동이라고 해봐야 별것 아니지만, 밴드부, 합창단, 중창단 등 활동을 계속 해왔고 트럼펫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연주했죠”라고 말했다.

이어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하고, 동네 노래자랑 같은데도 나갔지만 특출난 재능을 가진 그런 아이는 아니었어요. 동네에서 5명이 대회에 나가면 3등 정도 하는 보통 실력이었어요”라며 겸손하게 자신을 낮췄다.

사춘기 시설 ‘김은영’은 감수성이 뛰어나고 예민한 소녀였다.

그런 그녀가 우연히 지나치게 된 서울 청량리 588의 충격적인 모습에 왜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아야하는지 의문이 생겼고, 그런 사실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무작정 충북 단양에 있는 구인사로 들어갔다.

“세상의 많은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어 어찌보면 험난할 수도 있는 ‘비구니’의 삶을 택했다”고 말하는 그녀는 “처음에 절에 들어가기로 마음 먹고 무작정 집을 나서 수행을 하다 한달이 지난 후에야 집으로 연락을 했어요. 가족들은 모두 난리였지만 불교공부를 하며 책을 쓰시는 아버지는 오히려 좋아하셨죠”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후 절에 들어가 수행을 하던 그녀는 빌리 할리데이의 노래 한소절에 마음을 빼앗겨 고민 끝에 “불교에서 깨달음을 통한 자유를 추구한 것인데 재즈가 곧 수행이란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재즈 음악을 공부해보기로 했다”며 자신이 재즈를 택하게 된 이유를 차분히 설명했다.

그녀를 본 첫 느낌이 왜 그렇게 모호하고 복잡다난했는지가 그녀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동안 엉킨 실타래가 풀리듯 이해가 됐다.

그녀의 언중에 언뜻 흘러나온 가족 얘기를 되집어봤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가는 그녀는 또 전혀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작년 그녀의 어머니는 암이라는 모진 병에 걸려 투병생활을 해야했고 그 때문에 슬픔에 잠긴 그녀는 목까지 잠겨버려 한 곡을 부르면 한 달을 쉬어야하는 지경까지 갔다고 한다.

어머니의 병세를 걱정하며 안부를 묻자 그녀는 “다행히도 지금은 완치가 됐어요. 사실 그때가 제가 음악을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였어요”라며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어머니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담당 의사가 제 팬이어서 덕분에 더 많은 보살핌을 받았다고 어머니가 아직까지도 저를 자랑스럽다고 말씀하세요. 사실 제가 많이 알려진 가수는 아닌데 말이죠.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어찌나 ‘내 딸이 웅산’이라며 자랑을 하시던지…. 어머니께 자랑스러운 딸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벅찼어요.”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열창을 하는 재즈보컬리스트 웅산은 이렇듯 풍부한 감성과 자유로움으로 무장한 진정한 재즈 뮤지션이었다.

그녀는 “은유적으로 보는 세상이 가장 아름다워요. 그래서 가사도 조금 더 많이 신경쓰는 편이죠. ‘여백’이 주는 그 쉼의 느낌, 상상력을 자극하는 느낌을 좋아해요”라며 “그래서 평소 문태준 시인이나 구광렬 시인, 김선우 시인 등의 시집을 많이 읽어요. 작품의 영감을 억지로 끌어내려는 의도는 아니고 제 스스로에게 휴식을 주는 시간인 셈이죠”라고 말했다.

언제나 멈춰있는 것, 틀에 갇히는 것을 거부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그녀, 웅산.

유독 음악에 욕심이 많고 흥이 많아 그루브한 느낌을 잘 표현하는 그녀는 지난 14년의 활동이 길다 생각하지 않고 더 오랫동안 음악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12월17일 일본에서 정통 재즈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라는 그녀는 11월15일부터 일본 돗토리현을 시작으로 지방투어를 하고, 내년 2월과 3월에도 이미 많은 공연들이 잡혀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멋진 모습을 보여줬지만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재즈스타일리스트’ 웅산의 더욱 진화한 모습이 기대해 본다.

약 력
1973년 경상남도 문경 출생
1993년 MBC 대학가요제(강원도) 인기상 가창상 수상
1995년 상지대학교 중국어통역과 졸업
1996년 류복성, 신관웅과 함께 데뷔
1998년 일본 활동 시작
2001년 재즈 전문잡지 MM JAZZ 인기투표 1위
2003년 MM JAZZ 베스트 뮤지션 선정
2006년 BTN 방송 라이브 콘서트 ‘풍경’ 진행
2008년 한국대중음악시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음반상 수상
2008년 한국대중음악시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노래상 수상
2008년 리더스폴 베스트 보컬 선정
2008년 TVN 리얼스토리 ‘묘’ 진행
2009년 TBS TV ‘웅산의 온 스테이지’ 진행
前 중부대학교 실용음악과 보컬 교수
前 단국대학교 생활음악과 보컬 교수
現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음악과 보컬 교수
● 음반
1집 ‘Love Letters’, 2집 ‘The Blues’, 3집 ‘Yesterday’, 4집 ‘Fall In love’, 첫번째 스페셜 기프트 음반 ‘Miss Mister’
● 참여 앨범
KBS드라마 경성스캔들 OST ‘엘레지’, MBC드라마 엄마야 누나야 OST ‘사랑하긴한건가요’, KBS드라마 ‘태양인 이제마’ OST ‘sad song’, SBS드라마 일지매 OST ‘인연’, 영화 누가 그녀와 잤을까 OST ‘IN THE MOOD’, 영화 그림자 살인 OST ‘삐에로의 가면’, 화장품 Etude CF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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