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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더] ‘호랑이 조각가’ 오채현씨

경인년 맞아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더차이서 전시
화강암 불멸성 무덤함·중량감 호랑이와 안성맞춤
12년뒤 4m 대형작품 계획 하루 10시간씩 작업
어릴적 집앞 황룡사 고분이 예술가 꿈 결정적 계기

포용지심 동물 우리민족 심성 상징적 자화상

경인년(庚寅年), 호랑이의 해가 밝았다.

 

병인년 호랑이띠인 오채현 조각가(48)가 호랑이 해를 맞아 파주시 헤이리예술마을 ‘더 차이’ 갤러리에서 ‘호랑이’ 조각전을 열고 있다. 그가 호랑이 조각을 해온 지도 벌써 20년째다.

호랑이의 해를 맞아 전래동화에 나오는 호랑이에서 모티브를 얻어 해학, 친근, 익살스러운 호랑이의 모습을 조각도로 만들어 가고 있는 오채현 작가를 만났다.

오채현 작가의 호랑이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익살맞게 웃는 민화 속 친근하고 해학적인 호랑이다. 이탈리아에서 5년간 유학을 했지만, 오히려 작품에는 토속적 냄새가 강하다.

오채현 작가에게 호랑이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저에게 호랑이는 우리 한민족과 친근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을 합니다. 또 호랑이가 영물이긴 하지만 맹수는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옛이야기 속의 호랑이는 토끼한테 속기도 하고, 곶감을 더 무서워하는 순박한 동물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호랑이는 ‘순박하고 천진난만한 우리 민족의 심성이 투영된 상징적인 동물’이다.

그는 “한국인의 마음속에 있는 호랑이는 상대를 이기거나 죽이려 하지 않고 오히려 먼저 상대를 인정하는 포용지심(包容之心)의 동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일까. 오채현 작가의 호랑이들은 모두 입을 벌리고 너털웃음을 짓거나 아무런 사심없이 헤벌쭉 웃는 모습들 뿐이다.

“웃음은 호랑이가 갖는 친근함을 표현한 것이고 꼬리는 호랑이의 용맹성을 나타내고 있죠. 그래서 호랑이의 위상과 같이 꼬리는 하늘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제가 호랑이 띠인 것이 호랑이를 조각하는데 큰 작용을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동물 중에 호랑이 만큼 정이 가는 동물은 없거든요. 전 호랑이가 좋고 호랑이 조각하는 것이 행복합니다.”

그가 만드는 호랑이는 우리땅에서 나는 화강암으로 만들어진다. 화강암은 단단한 만큼 거칠게 쪼개져 투박하고 순박한 호랑이에게 안성맞춤이다.

“전 꼭 우리 땅에서 난 화강암을 씁니다. 대리석은 입자가 부드러워 머리카락처럼 세밀한 것도 표현할 수 있죠. 화강암은 딱딱한데다 거칠어 두루뭉술하게 깎을 수 밖에 없어요. 그게 동양과 서양의 차이죠. 서양은 돌을 하나의 재료로 보지만 동양에선 조각가와 돌이 서로 어울리고 소통하며 마치 생명을 대하듯 합니다. 돌과 하나가 되는 거예요.”

이렇듯 그는 한국에서 나는 돌만을 재료로 쓴다. 그가 돌에 집착하는 것은 돌이 가지는 불멸성 무던함 중량감 등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자신의 성격과 체질적으로 맞는다고 한다.

오 작가가 돌 호랑이 전시회를 연 것은 12년 전인 1998년 무인년(戊寅年) 호랑이해에 이어 두번째다. 올해는 작은 호랑이들로 전시회를 꾸몄다. 자신이 회갑을 맞는 12년 뒤에는 큰 호랑이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 생각이다.

그때를 대비해 오 작가는 20t짜리 화강암을 구해 4m짜리의 대형 호랑이를 조각하고 있다. 오전 9시면 어김없이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내 작업장으로 나와 하루에 10여시간씩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채석장 돌보다 자연 속에서 세월을 나뒹굴며 깎이고 닳은 돌이 가장 좋다고 한다.

“조각은 형상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돌 속에 숨어있는 형상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호랑이를 조각할 때마다 그 안에 있는 호랑이와 중얼중얼 얘기를 나누기도 하지요.”

오 작가의 손에는 여기저기 난 상처가 언뜻 보였지만 단단한 돌을 만지는 손치고는 굳은 살이 없었다.

“단단한 돌로 조각을 하려니 처음엔 있는 힘껏 망치질을 했어요. 하지만 세게 때릴수록 내 손만 찢어지고 망가지더라고요. 그때 깨달은 것은 강한 것일수록 힘을 빼고 어루만져야 한다는 겁니다.”

잠시 호랑이 이야기를 떠나 그의 삶 자체를 살펴 봤다. 그의 작품세계는 고향 경주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가 태어나고 자랐던 집 앞에는 황룡사가, 오른쪽에는 커다란 고분 들이 줄지어 있었다고 한다.

철들면서 한국적인 것을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어릴 적부터 몸에 배어있는 경험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이라고 한다.

“어릴 적 문화적 환경이 예술가에 있어서는 결정적인 요소지요. 동일 민족의 보편적인 미의식의 풍성한 감성의 다발을 흔들어주는 그런 고졸하고 소박한, 부드러운 여유와 해학미를 풍겨주고 아울러 정겨운 원초성, 향토성과 동심을 꿈밈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제가 가진 장점이 되겠지요.”

그는 아무 종교도 믿지 않고 어떤 종교든 먼저 선입견을 갖지 않는다.

“대학 졸업 후 이탈리아 까라라 국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5년간 유학한 경험을 통해 고결하고 고상한 종교가 아닌 생활 속에 녹아있는 종교를 피부로 느꼈어요. 그래서 석불 조각과 성모자상 등 다양한 상징들을 조각했지요.”

이처럼 그의 조각은 작가 개인의 인격적 자질과 심성을 투명하게 비추어준다.

얼핏 어설퍼보이고 부드럽고 소박하며 너그러운 그의 조각은 유머스럽고 천진하고 장식적이고 공예적이기도하다. 아울러 작고 아담하고 단조롭기도 하다.

정으로 툭툭 쳐내면서 돌을 자연스럽게 다루는 솜씨, 흡사 타제석기에서 맛보는 느낌, 형상을 해석하고 다듬어 놓는 배려, 어린아이들의 작업에서나 맛보는 강한 표현성과 소박미, 문화에 대한 탐구, 전통에 대한 연구와 현대화, 장인적 솜씨가 오 작가의 작업에서 우선적으로 맛볼 수 있는 향기다.

오채현 작가는 마지막으로 “‘하하호호’라는 말 그대로 호랑이해를 축하한다. 순박하게 살아도 행복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며 “2010년에는 사람을 만나고 나면 더 따스한 마음으로 생각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더 행복한 일을 만들 수 있는 아름다운 새해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새해인사를 전했다.

약   력
▲학력 및 태생
경북 경주 출생
경북대학교 미술학과 동대원졸업
이태리 까라라 국립미술아카데미졸업
▲개인전
1991 조형갤러리 서울
1991 예맥화랑 대구
1994 아지엔타 투리스티까전시홀, 이테리 마사
1994 이목화랑, 서울
1996 아트프렌젠트 갤러리, 예술의 전당
1996 화랑미술제, 예술의 전당
1997 동원 화랑, 대구
1998 장승전, 대구 봉산 문화의 거리
1999 화랑미술제, 예술의 전당
2000 33석불조각전, 조계사
▲단체전
1994 한인 조각가 10인 초대전(독일쾰른)
1995 아푸아나의 한인조각가전(이태리 로마)
1997 한국성 그 변용과 가늠전(공평아트센터)
1997 서울올림픽 9주년기념 야외조각초대전(올림픽공원)
1998 일어서는 호랑이전(대구 송연겔러리)
1998 한국 현대조각초대전(춘천MBC호반광장)
1999 에로티시즘전(대구 동아쇼핑갤러리)
1999 해돋이 장승전(정동진 조각공원)
1999 조각3인전(인터콘티넨탈호텔)
2000 갤러리 레이크사이드 개관기념전(레이크사이드 갤러리, 대구)
▲국제전
1995 지상의 예술(밀라노 인테르노스겔러리)
1995 밀라노 아트페어(밀라노)
1995 또리노 국제아트페어(또리노)
1996 아트 엑스포(바리)
1996 화랑미술제 -비첸짜아르테(비첸짜)
1996 삐에르타산타시조대 - 새벽을 기다리며(삐에르타산타)
1997 THE BIRTH 2000 (고베 MSSOHKAN 갤러리)
1998 Nagoya Contemporary Art Fair(나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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