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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더] 웃긴대학 대표 이정민씨

‘구글’ 상대 손배訴 승소… 사회이슈의 중립적 입장 고수 노력
적자경영 불구 수익사업은 ‘No’ 대형사이트 상생 협력 모색
유머스런 이야기 등 공유 커뮤니티 하루 방문객 15~20만명

참을수 없는 가벼움 그냥 웃어 넘기자구요

“인터넷 커뮤니티의 자유스러움이 좋다. 인터넷 상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여 이견을 나눌 수 있겠는가? 공공집회의 장이었던 그리스 아고라에도 이렇게 많은 의견이 오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혼란스럽고 나쁜 소식을 빈번하게 접하게 되는 사회에서 웃긴대학만은 그저 즐길 수 있는 곳이길 바랐다.”

 

최근 ‘인터넷’이 2010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네티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같은 시·공간에서 나누고 다각적인 방안들을 도출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은 가히 혁명이라 불릴 만하다. 하지만, 정보통신윤리의 부재, 음란물 유통, 개인정보의 오·남용, 대형 포털 사이트의 횡포 등 역기능은 실효성 있는 대처 방안이 시급한 실정이다. 또 인터넷이 노벨상 후보에 오른 이때에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정화 과정과 올바른 문화 형성이 절실하다.

그 속에서 유쾌한 대화와 정보의 장을 운영하고 인터넷 콘텐츠 개발·운영자들의 선봉에서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웃긴대학 이정민(41·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장) 대표를 만났다.

웃긴대학(이하 웃대)은 지난 1998년 유머시티라는 유머게시판에서 시작됐다. 웃대는 소위 ‘웃대생’이라 불리는 유저들이 자신이 겪은 유머러스한 이야기, 그림, 자료 등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다. 인터넷의 골목대장 격인 이 사이트의 하루 방문객은(유닛 유저) 15만~20만명에 이르며 학생들의 방학기간에는 40만명에 육박한다.

이 대표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자유스러움이 좋다. 인터넷 상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여 이견을 나눌 수 있겠는가? 공공집회의 장이었던 그리스 아고라에도 이렇게 많은 의견이 오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올라가지 않았을까 싶다”고 인터넷 예찬론을 펼쳤다. 이어 “혼란스럽고 나쁜 소식을 빈번하게 접하게 되는 사회에서 웃긴대학만은 그저 즐길 수 있는 곳이길 바랐다. 가볍게 시작한 커뮤니티였는데 일이 커진 경우”라 웃어 보였다.

그는 2002년 웃대와 인연을 맺게 됐다. 사용자는 계속 늘었지만, 수익이 나지 않아 폐쇄 위기에 놓였던 사이트에 숨을 불어넣은 것. 이 대표는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짬을 내 밴드 활동도 하고 손재주를 부려 작품 만들기를 즐기기도 한다. 웃대만의 유쾌한 운영 철학이 그의 삶의 철학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웃대는 단순한 유머 사이트를 넘어서서 갖가지 사회 이슈를 낳기도 했다. 그 중 2004년 ‘파 맛 시리얼’ 사건은 아직도 네티즌들 사이에서 웃지 못할 사건으로 회자 된다. 한 시리얼 회사가 투표를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의 시리얼 시판을 약속하는 이벤트를 열었는데 웃대 유저들이 파 맛 시리얼을 지지했던 것. 제품이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기업과 소비자와의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사건으로 남는다.

또 세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구글과의 법정분쟁 건도 빼놓을 수 없다. 웃대는 지난 2005년 10월 중순부터 약 3개월간 구글의 애드센스 광고를 게재했으나 구글이 아무런 근거 없이 부정클릭을 내세워 계약을 해지하고 광고비를 지불하지 않았던 것. 이 대표는 구글을 상대로 서울지법에 광고비 2천만원과 손해배상금 1천만원 등 총 3천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또 2006년에는 구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고, 2007년 2월 승소, 공정위는 구글의 불공정한 약관을 수정, 삭제 명령을 내렸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애드센스 약관을 변경해야 했고, 관할 법원도 미국 산타바바라에서 대한민국으로 수정하는데 이르렀다. 또 지난해 9월 구글로부터 광고비 1만7천달러(한화 약 2천30만원)를 받기로 합의했다.

특대(대형 포털사이트 이상의 규모) 포털 사이트와의 싸움에서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은 이 사건은 한국의 인터넷 기업문화 형성에 매우 상징적인 기록으로 남게 됐다.

이 대표는 “소송 당시 사람들은 천하의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것은 무모한 싸움이라고 했다. 애매하게 구글을 걸고넘어지지 말고 포기하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태도나 대응 방식이 그른 것이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사태 때는 ‘6·10 100만 촛불 대행진’에 맞춰 누리집을 12시간 동안 폐쇄하는 것으로 ‘동맹휴업’을 시행했다. 실제 서울대·고려대·숙명여대·대구교대 등에서 휴업이 이뤄졌고 사이트 이름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로 휴업에 동참하게 된 것. 웃긴대학도 대학이니 말이다.

이 대표는 “웃대 특검이나 동맹 휴업 등에서는 개인의 성향이 개입되기도 했다. 비난의 목소리도 컸고 여러 가지 압력도 있었다. 운영자로서의 한쪽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유저의 의견 동향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 사이트가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네티즌 파워의 구심점이 되는 부분은 운영자와 유저 의식의 토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늠하게 한다. 하지만, 대형 포털 사이트는 수많은 전문 사이트들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경제 논리에 따라 수익 부분에서도 큰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그는 “이미 인터넷 기업들 사이에서도 적자생존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 콘텐츠를 무단으로 퍼가거나 시스템을 베끼는 일이 허다하다. 소규모 사이트들은 아이템을 포털에 뺏길까 노심초사하는 실정이다. 네이버의 유머게시판 콘텐츠의 큰 부분이 웃대에서 퍼간 것들이지만 대가를 지불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실정을 반영해 중소 인터넷 기업의 대표들이 뜻을 모아 만든 모임이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다. 인터넷 콘텐츠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과 단체, 개인 및 개인사업자들의 이익증대와 권리회복을 위해 뜻을 모았다. 2006년 창립된 이후 현재 100여개의 사이트가 소속돼 있다.

이 대표는 “국내 인터넷 사업 전체 수익의 90%를 포털 3사가 가져가고 있다. 이미 수많은 중소 인터넷 기업들이 문을 닫은 실정이다. 그 안에서도 중소 인터넷 기업은 사이트의 고유성을 살리기 위해 적자 경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웃대도 이미 수십억의 빚을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부의 방법이나 광고 채용의 형식으로 수익 사업을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웃대 커뮤니티에 애착을 갖고 있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노골적인 수익사업을 하고 싶지는 않다. 기업 간 대화를 통해 방법을 모색하고 해결하려고 고군분투 하고 있다. 다만, 서로 협력기로 협약한 이후 2007년부터 대형 인터넷 기업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답변을 받은 적은 없다”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덧붙여 “해외의 경우 대형 포털은 포털의 기능에 충실하다. 또 그 밖의 콘텐츠는 인수·합병을 통해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문화다. MS는 1년에 50여개의, 구글과 야유는 20여개 사이트를 인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성숙한 인터넷 기업 문화가 정착돼 ‘페이스북-트위터-구글’의 경우처럼 서로 성장기반이 됨으로써 산업 전체를 키워나가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웃대는 이러한 인터넷 문화 속에서 도메인을 포기해가면서까지 2005년 드림위즈 곁방살이를 시작했다. 이어 5년간 엠파스, 코리아닷컴을 거쳐 가쁜 숨쉬기를 거듭해 왔다. 그러다 올해 1월, 독립 도메인을 내세워 제2의 도약을 꿈 꾸고 있다. 이미 탄탄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기에 더 큰 계획과 포부를 갖고 힘써 달리기를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이 대표는 “올해는 인터넷 기업의 상생협력을 위해 힘쓰는 한편, 웃대생들이 그저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도록 양질의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힘쓰겠다”며 “인터넷도 사람이 사는 사회다. 인터넷 기업이 올바르게 서야 인터넷 문화도 건강한 뿌리를 땅에 내릴 것”이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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