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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더] 후미오 난조 모리미술관장

예술에 대해 화두 던져 생각의 확장 유도해야
지향점 갖고 작업하면 국제적 작가 반열 우뚝
비평가·미술관계자 등 亞시장상황 인지 필요
도내 작품 대중에 보여주는 대안공간많아 굿

“작가 특징 살려야 세계시장서 通한다”

경기도에 이렇게 많은 대안공간, 작가, 미술가들이 있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다. 현대 미술 생산을 위한 전통적 스타일을 추구하는 작가, 모더니스트 성향의 아티스트, 포스트모던을 추구하며 아시아성을 의식·의도적으로 작업에 끌어들이는 여러 작업 경향을 가진 작가들을 볼 수 있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작가 개개인의 성향을 ‘익스트림’하게 밀고나가야 추구하는 것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일본 도쿄 롯폰기 힐스 모리 타워 53층에서 내려다보는 도쿄 뷰만큼이나 모리미술관은 아시아 미술에 대한 폭넓은 전망을 제시한다. 회색의 고층빌딩이 즐비하고, 도로에 가득 들어차 있는 자동차, 넘실거리는 인파 속에서 모리에 걸린 작품은 도시를 위로하고 사람들의 일상에 활력을 전한다. 지난 2003년 개관해 대중과 예술의 거리를 좁히는 데 주력하면서 명성을 쌓아온 모리미술관은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 안에 전 세계 현대미술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아트 트라이앵글 롯폰기’의 선두에 서서 일본 예술 발흥기를 선도하고 대중에게 생활 속 미술을 선사한 모리만의 전략은 무엇일까. 경기창작센터 멘토링 프로그램 참여 차 경기도를 방문한 후미오 난조(Fumio Nanjo·61) 모리미술관 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캐주얼한 청바지, 댄디한 티셔츠, 뿔테 안경의 스타일링은 난조 관장의 겉모습을 관찰하는 과정에 앞서 그의 성품을 짐작케 하는데 조금 더 큰 역할을 한다. 문턱이 낮은 미술관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일련의 행보, 오늘날 미술에 대해 끊임 없이 화두를 던지는 영민함, 성공한 미술관의 롤모델로서의 무게를 가늠하기도 전에 “이제는 사람 이름과 얼굴이 가물가물해 걱정”이라고 말하는 그는 너무나 편한 사람으로 일축된다. 난조 관장은 첫 마디로 경기도와 도내 작가들에 대한 인상에 대한 소감을 가감없이 던졌다.

“경기도에 이렇게 많은 대안공간, 작가, 미술가들이 있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다. 서울, 인천과 더불어 한국에서 경기도가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깨달았을 때 그 부분이 저절로 이해됐다. 도착하자마자 경기도 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작품을 봤다. 현대 미술 생산을 위한 전통적 스타일을 추구하는 작가, 모더니스트 성향의 아티스트, 포스트모던을 추구하며 아시아성을 의식·의도적으로 작업에 끌어들이는 여러 작업 경향을 가진 작가들을 볼 수 있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작가 개개인의 성향을 ‘익스트림’하게 밀고나가야 추구하는 것이 빛을 발할 수 있다. 경기도는 작가가 자기 작업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만한 대안공간이 많다. 흥미롭고 유익한 부분이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거침 없는 듯하나 신중함이 묻어나는 조언들은 대중성을 지향하는 모리의 오늘날과 난조 관장의 운영 방침을 보여주기도 한다. 현대 미술의 다양성이 일반 관람객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점차 거리를 더해갈 무렵 모리는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데 전력 질주해 도쿄를 현대미술의 거점으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 성공 전략, 알려지지 않은 핵심 비법에 대해 물었다.

“한번도 전략 부분을 나열해본 적이 없다. 강점이 될만한 것은 화요일 오후 5시 이후의 시간을 후원자를 위해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미술관 문을 닫지 않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직장인들이 회사가 끝나고 식사를 하고 미술관에 들르거나 전시 관람 후 저녁식사를 하는 시스템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미술관 통계를 보면 오후 7시 즈음에 관람객 수가 가장 많다. 이제는 10시까지 미술관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미술관을 방문한다는 것 하나만 해도 모리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한 부분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대중을 위한 예술’의 방안으로 사람들과 더욱 오랜 시간을 소통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는 방법을 택한 것.

“모리는 모든 출판물, 오디오가이드, 심포지엄 등에 최소 영어, 일어 2개 언어 이상이 제공된다. 또 청각장애인의 수를 확인할 필요 없이 수화 설명이 제공되기도 한다. 작가와의 대화, 심포지엄, 가이드투어, 인쇄물 등 각종 퍼블릭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가능한 최대의 방법을 동원에 전시를 소개하는 것이 전략이자 비법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듭해 모리는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현대미술의 전차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과정은 경제 상황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현재에 집중돼 있기도 하다. 모리미술관은 지난 3월부터 ‘롯폰기 크로싱 2010’이라는 전시를 열고 일본 미술의 현시점을 통해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올해의 화두는 ‘예술은 가능한가’다. 이것은 미국의 금융사태 이후 경제 침체 상황에도 예술이 가능한가, 아트란 무언인가,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회화, 사진, 조각, 설치미술, 영상, 그래피티아트, 퍼포먼스 등 다양한 양식의 작품들이 서로 교차를 이룬다.

“경제는 심각한 침체를 맞고 있으며 여러 측면에서 고통을 수반한다. 일본에서는 음식, 온천 등을 활용한 관광산업을 육성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나는 의견이 다르다. 일본의 교토나 나라를 다시 만들 수는 없지만 현대 문화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교토와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또 이번 전시가 경제 상황에 대한 해답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작가진도 갤러리에 소속돼 있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경제 상황의 좋고 나쁨에 크게 게의치 않는 이들이다. 다만 예술에 대해 끊임없이 화두를 던지고 담론을 제시해 생각의 확장을 유도하는 것이다.”

미술관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예술계에 끊임 없이 새로운 관념을 제공하는 그들의 전략은 분명 일본과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와 통했다. 하지만 아직 예술계는 서양권 시장이 주도권을 잡고 움직이고 있다. 또 아시아 작가들과 미술 관련자들은 그 흐름에 몸을 맡긴지 오래다. 아시아 현대미술의 전문가인 그에게 아시아 미술의 경쟁력 진단을 부탁했다.

“아시아든 서양권이든 예술에 경쟁구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아시아의 상황은 생산되는 작품의 수준, 작가의 인식이 매우 높아졌다. 큐레이터, 콜렉터, 비평가에 대한 대중의 인싱도 상향됐다. 이러한 인식과 상황이 일종의 질감이 무거운 구름을 형성할 것이다. 이 구름들이 모이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지식과 인식을 바탕으로 구매에까지 연결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 10~20년 내에는 1천~2천 개의 뮤지엄이 지어지고 정보교환을 지속하며 아시아 시장은 물론 미국 시장도 선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거의 여건은 조성된 상태다. 내일 아침 동이 트면 이런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구름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많은 물방울들이 촘촘히 연결돼야 한다. 작가, 큐레이터, 비평가 모두가 지향점을 분명히 갖고 있어야 하는 것. 시종일관 강세를 둬 말하지 않았던 그가 이 부분에서는 고심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 지향점에 대한 질문은 참 간단하지만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우선 작가는 작업에 천착하는 일 말고는 달리 할 것이 없다. 깊이 작업을 파고들다 보면 국제적인 작가가 돼 있을 것이다. 큐레이터, 비평가, 언론인을 포함한 미술 관계자들은 최소한 아시아 상황에 대해 배우고 알아가기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또 작가를 알리는데 도움일 될 수 있어야 한다. 더 많은 미술관, 갤러리, 비엔날레를 유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인터넷 상에서의 정보를 제어할 수 없듯,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프레임이 형성돼야 한다. 더불어 보험, 저널리스트 개발에 힘써야 하며 미술 행정 부분의 진전이 필요하다.”

후미오 난조 관장은 시종일관 여유로움과 즐거움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어렵게 설명하는 법이 없다. 앞으로 미술관장직에서 퇴임하면 교육활동을 하며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소박하게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유쾌함 속에는 날이 서지 않았으나 정곡을 찌르는 비평이 분명 존재한다. 그 예리한 전략이 그의 여유로운 품성과 어우러져 오늘날에 이른 것이 아닐까. 그의 삶에 아시아 미술계의 과거와 오늘, 세계 시장을 주름잡을 미래가 녹아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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