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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더] 반이정 미술평론가

지난 12일, 수원미술전시관 공개 강좌 ‘미술, 예술을 품다’가 문을 열었다. 11월까지 진행될 강좌는 미술평론가 반이정의 ‘정치적 포르노그래피아트’로 시작됐다. 다소 자극적인 주제 때문이었는지, 반이정 평론가의 ‘거침 없는 시대 조명’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는 몰라도 30명 정원의 강좌는 200명이 넘는 수강생들로 성황을 이뤘다. 반 평론가의 강의는 정치, 미술, 사회를 넘어서 사람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로 펼쳐졌다.

 

또 그의 예술 이야기는 기대와 다르지 않게 정치와 미술에 대한 개개인의 수많은 기준을 해체하고 다시 구성케 하는 힘이 됐다. 우리 일상의 현상, 그것을 반영한 대중문화의 표상을 생생한 날것으로 만들어 세상의 위로 끌어내는 미술평론가 반이정(41, 본명 한만수),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폭 넓은 ‘시대의 스펙트럼’… 성찰의 경계를 허물다

 

"미술의 저변 확대에는 걸림돌이 있는 거 같다. 일단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동시대 미술이 다수의 현대 관중을 만족하게 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전문화된 미술비평은 그것대로 따로 가더라도, 미술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독자층의 이해를 도모하는 집필도 필요하다고 본다."

미술평론가, 기고가, 대학 강사, 번역가 ‘반이정’. 그는 지난 2005년 모 방송 프로그램의 폐지 반대를 위한 1인 시위에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고, 모 사이트의 파워블로거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가 하면, 자전거 전문지에 소개될 만큼 자전거 마니아로 알려졌기도 하다. 하지만, 그를 설명할 수많은 단어 중 단연 빛을 발하는 것은 ‘미술평론가’다. 미술평론가 반이정과 미술의 인연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창 시절 미술 시간에 그린 그림이 언제나 교실 뒤 정중앙에 걸리곤 했던 그는 미대 진학을 고려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성사되지 못하고,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른다.

“현대미술작가 가운데에는 이론으로 시작해서 창작에 이른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대학원에서 미술 이론 공부를 하게 됐다. 또 우연한 계기로 비평 공모에 응모해 당선돼 이렇게 글과 말로 살아가는 직업을 갖게 됐다. 미술비평가라고 하면 아직도 생소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완고한 외모를 가진 노신사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세대와 문화가 급변해서 과거의 구시대적 비평가 모델이 작품을 논평하고 대중과 만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평론과 기고로 만나는 반이정의 글은 중심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움직인다. 작품에 대한 찬가 일색인 미술 비평에는 날카로운 지적과 따끔한 충고를 던지고, 대중과의 소통에는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낸다. 한 움큼 노랗게 물들인 머리, 주저 없는 성격에 앞서 철두철미한 자기 관리나 예의를 지키는 모습도 그의 글과 다르지 않다. 가장 최근의 저서 ‘새빨간 미술의 고백’에서는 현대 미술을 조곤조곤 설명해 주기도 했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성찰을 제시하게도 했다. 대중과 미술의 거리를 좁혀주면서도 그는 동시대의 실험미술을 아무 노력 없이 날로 먹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는 예리함을 보인다.

“미술의 저변 확대에는 걸림돌이 있는 거 같다. 일단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동시대 미술이 다수의 현대 관중을 만족하게 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미술은 영화나 드라마, 가요처럼 대중 예술이 아니다. 관객과 동일한 수준의 눈높이를 작품에 요구하는 건 타당하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그래도 평론가는 이런 어려운 조건 아래서 둘 사이를 가교할 필요가 있다. 전문화된 미술비평은 그것대로 따로 가더라도, 미술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독자층의 이해를 도모하는 집필도 필요하다고 본다.”

반이정 평론가와 같이 의식 있는 이들의 노력에도 우리나라 미술계는 서울 지향적으로 흐르고 있으며, 분명히 해결해야 할 탐탁지 않은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서울 밖의 지역 미술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기도 한다. 이 부분에 대한 반 평론가의 의견을 물었다.

“미술인들의 서울 집중 현상이 미술계의 문제만은 아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유망한 작가군 중 다수가 경기도민인 걸로 안다. 그들이 경기도 일대에 작업실을 두고 활동하기 때문이다. 극소수의 관람층을 확보하는 동시대의 미술을 강제로 시민에게 관람시킬 방법은 없고, 있을 수도 없다. 미술의 저변 확대를 위해 지방에 미술관이 건립되는 것을 반대할 마음은 전혀 없지만, 지방 미술관들에 관객이나 미술인들이 많이 모이는 것도 아니다. 실험적인 당대 예술 현상들이 비수도권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주요 활동 무대가 서울로 집중되는 현상 자체를 비난할 수 없다고 본다. 비평가들이 보기에 서울에서 개최되는 비중 있는 전시회에 서울 관객들이 많이 찾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은 서울 집중 현상이 완화된 편이다.”

이처럼 그가 시대 상황을 이해하는 스펙트럼이 넓은 이유는 다름 아닌 대상에 대한 이유 있는 관심과 탐구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는 2007년 테드(TED, Technology·Entertainment·Design, 미국의 비영리 재단) 강연에서 프랑스 디자이너 필립 스탁이 한 말을 빌려 ‘문명의 상태에선 예술가가 필요하지만, 세상이 야만의 상태로 역행하면 예술 따위는 필요가 없고, 차라리 나가서 싸우는 게 옳다’고 말한다. 1인 시위도 서슴지 않을 만큼 그는 정치 문제에 촉각을 세우고 있으며, 삶과 예술, 세상이라는 총론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젊었을 때부터 시사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도 세 종류 주간지를 매주 받아본다. 시사에 대한 관심은 개인적 성향도 작용하겠지만, 세상이 개인을 그렇게 만든 측면이 더 많다고 본다. 정치적 올바름을 주제로 삼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조롱과 혐오가 미술인은 물론 시민에게 있다는 걸 나도 안다. 그런데 삶을 정면으로 바라볼 때 진정성 있는 예술의 영감도 작동하리라 믿는다. 비평가가 미술계라는 각론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총론에 관심을 갖는 건 너무 당연하다.”

그는 또 자전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도 한다. 자전거가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기계라고 설명한다. 이 부분 역시도 삶의 몰입과 맞닿아 있다.

“자전거를 레저 문화로 한정해 즐긴다면 결국 주변화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무엇이 됐건 꾸준하고 일관되게 몰입하는 태도가 중요한데 자전거 타기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운동을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이제는 내 생활의 일부가 됐다. 웬만한 거리는 대부분 자전거로 이동한다. 최근에는 특강을 하러 서울에서 천안까지 자전거로 간 적이 있다. 일부러 백색 와이셔츠 차림으로 갔다. 일상생활의 연장 위에 자전거 타기가 있다는 인식을 주고 싶었다. 자전거는 짧은 이동거리조차 화석 연료에 의존하려 드는 일류의 원초적인 교훈이 아닐까 싶다. 에너자이저로서의 능력을 일깨우는 것 같다. 자신이 정해놓은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 자전거가 주는 가장 위대한 교훈이 아닐까 싶다.”

그는 ‘후회 없이 재밌게 살자’라는 인생 모토에 충실하다. 그 정제된 자유로움은 사람들에게 큰 감흥을 준다. 자유로운 사유는 그에게 인생의 즐거움을 줄 것이고 후회 없이 살기 위해서는 매 순간 고군분투 할 테니 말이다. 미술과 미술이 담고 있는 세상에 흥미를 더하고, 촌철살인의 말과 글로 대중을 만나고 있는 미술평론가 반이정.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하는 그의 말과 글, 행보 하나하나가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청량함을 더해주길 기대한다.

● 반이정 평론가는?

-본명 한만수

-전업 미술평론가, 기고가, 대학 강사, 번역가

-자전거 전문지 ‘피플’란에 소개될 만큼의 자전거 마니아

-모 포털 사이트의 파워블로거

-서울대학교대학원 석사(예술종말론에 관한 고찰)

-2002년 국내 미술잡지 공모를 통해 등단(미래의 미술은 무엇으로 정의될 것인가?-미술 종말론과 매체 수용성의 문제를 중심으로)

-2005년 모 방송 프로그램 정상화 촉구를 위한 1인 시위

-‘에드바르드 뭉크(마로니에북스)’ 번역

-‘새빨간 미술의 고백(월간미술)’ 집필

-2004년 중앙일보 ‘거꾸로 미술관’ 연재

-2006년 한겨레21 ‘반이정의 사물보기’ 연재

-2007년 한겨레 ’야!한국사회’ 연재

-서울대, 홍익대 등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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