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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더] 가페라 테너 이 한

트로트와 오페라 발성 접목 음악의 ‘감동 접점’ 끌어내다

그의 무대는 성악 무대의 웅-장함과 소위 말하는 ‘뽕끼’가 어우러진다. 대중과 소통하는데 능숙한 무대매너나 트로트 특유의 꺾기가 유쾌함을 전한다. 똑같은 발성과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어도 가요라는 매개체가 재미를 주고 소통의 활로가 되는 것이다.

‘가페라(gapera)’는 가요(gayo)와 오페라(Opera)의 합성어다. 가요를 오페라의 코드와 접목, 성악에 근접한 목소리와 발성을 사용하되 가요의 창법과 기교를 최대한 살려 부른다. 대부분 오페라처럼 보컬 임펙트가 주를 이루며, 거기에 클래식 연주를 가미한다. 이미 잘 알려진 팝페라가 성악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면, 가페라는 가요 쪽에 비중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페라라는 새로운 크로스오버 음악 장르가 눈길을 끌기 시작한 것은 테너 이한(35·본명 박원기) 씨가 지난해 ‘노스탤지아’라는 음반을 발표하면서부터다. 그의 음반이 발표됐을 때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벨칸토 스타일의 성악과 트로트가 서로 웃음 지으며 악수하는 인간적인 음악”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성악의 기품을 잃지 않고도 가요의 흥을 돋울 줄 아는 가페라, 그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는 테너 이한 씨를 만나 음악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실 굳이 장르라는 선을 긋고 이야기 하자면 ‘가페라’의 원조는 가수 조영남이라 할 수 있다. 단지 그가 활발히 활동했던 시절에는 정통 클래식을 전공해 대중음악으로 전향한 것을 크게 인정하지 않았을 뿐, 그가 처음으로 ‘성악가수’라 불린 데는 이견이 없다. 요즘에야 크로스오버 음악 장르가 다양해졌고, 성악을 전공한 이들이 트로트나 발라드를 불러도 크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가요와 성악의 접목은 신선하고 파격적이며 매우 앞선 시도였던 것이다.

 

이한 씨가 가페라라는 장르로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도 이미 오래전부터 그 문화가 대중에게 인식돼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한 세대가 지나서야 장르가 생기고, 가페라 무대를 찾는 관객층이 형성됐으며, 음악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관심과 기대의 불씨를 당긴 이는 다름 아닌 가페라 테너 이한. 성악을 전공하고 이탈리아 유학까지 한 그가 대중과 가까운 무대를 만들어나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클래식이 어렵다는 편견은 음악적 소통의 벽이 돼왔다. 더구나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들은 접할 기회도 적을뿐더러 그 음악이 주는 감동의 접점을 발견해내는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가페라는 어른들이 좋아하는 가사, 귀에 익숙한 멜로디에 클래식 음악의 묘미를 더한다. 똑같은 발성과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어도 가요라는 매개체가 재미를 주고 소통의 활로가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시골 두메에서 살았던 이 씨는 도시로의 멀고 먼 거리만큼이나 성악과 큰 시차를 두고 지내야만 했다. 클래식을 접할 기회라곤 학교 음악 시간밖에 없었고, 재능이 있다 해도 도시의 아이들처럼 레슨을 받을 수도 없었으며 홀로 연습할 환경이 주어지지도 않았다.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다. 하지만, 그의 유년시절은 성악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음악 선생님께 배우고, 음악실에서 연습해 음대에 갔다.

“촌놈의 무식함이 만들어낸 열정과 관심이었다. 재능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열정이 없으면 한 타임에 30~50만원 하는 레슨도 무용지물이 아니겠나. 가구배달을 하며 학비를 모았고, 공연을 보러 다녔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이탈리아 유학을 준비하던 때였다. 잠시 고향에 내려가 마르 델 모나코의 음악을 들으며 차를 청소하던 중이었다. 그때 곁에 계시던 아버지께서 ‘흘러나오는 저 노래를 네가 부른 것이냐’고 물으셨다. 오래 묵은 감정 혹은 걱정의 응어리가 한순간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들이 하는 일에 무지하실 것만 같던 아버지께서 성악을 시작한 지 이십여 년이 흘러서야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신 것이다. 그것도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테너의 목소리를 나의 목소리로 생각하시고는….”

이 일을 계기로 이한 씨는 부모님을 위한 음반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가내수공업으로 말이다. 성악의 창법을 사용하되 부모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노사연의 ‘만남’, 나훈아의 ‘사랑’, 양희은의 ‘아침이슬’ 등의 노래에 ‘어버이 은혜’까지 부르고 멘트도 넣었다. 그때 그는 아버지가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토록 성악에 목 맸던 그가 마음을 바꿨다. 부모님이 즐거워하는 일을 하기로 한 것. 부모님과 소통하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음반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음반이 ‘노스탤지아’다.

“‘모르고’, ‘공’, ‘머나먼 고향’, ‘영영’, ‘홍시’ 등 가수 나훈아의 곡으로만 음반을 만들었다. 나훈아는 부모님 세대가 가장 우상 하는 가수다. 또 성악가로서의 음악적 표현을 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 곡 자체의 대중성은 물론이고 소소한 테크닉이 가득하다. 그리운 사람들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감수성을 모두 담아낸 음악이 나훈아 음악이다.”

그의 무대는 성악 무대의 웅장함과 소위 말하는 ‘뽕끼’가 어우러진다. 대중과 소통하는데 능숙한 무대매너나 트로트 특유의 꺾기가 유쾌함을 전한다. 대중에게 편안한 무대를 만들어낸다.

“가페라 테너로 활동하기 전까지는 클래식 공연 무대에 서곤 했다. 대부분 사람들의 표정은 어둡고, 성악가와 대중의 교감은 드물다. 하지만 마이크를 들고 관객들과 어우러지면 나도 모르게 표정과 표현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낀다. ‘통(通)하지 않으면 통(痛)한다’는 말처럼 소통되지 않으면 고통이 오는 것 아니겠나. 새로운 장르를 전하는 일에 있어서 고통이 아닌 즐거움을 주고, 눈물에 가까운 감동을 주자고 결심했다. 듣는 사람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나는 2~3배 즐겁다. 그것이 유쾌한 무대를 만들어 나가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최근 그는 ‘노스탤지아’를 넘어선 두 번째 음반 작업에 한창이다. 엄마의 사랑을 주제로 했다. ‘내리사랑’이라는 곡은 배우 오정해 씨와 같이 작업했고,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곡은 2PM의 메인 작곡가와 함께 만들어 성악과 랩의 퓨젼을 보여준다. 이번 음반 발표에 맞춰 8~9월에는 콘서트도 준비돼 있으며, 영화 ‘친정엄마’의 영상과 어우러진 뮤직비디오도 제작할 계획이다.

“너무나 좋은 외국 음악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온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좋은 음악들은 밖으로 알려지지 않는다. 성악은 온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공통된 발성이 있다. 가사 전달도 잘 된다. 가페라라는 장르로 우리나라 음악을 알리고 싶다. 감동과 즐거움과 눈물이 함께 할 수 있어서 흥을 같이할 수 있는 소통을 꾸준히 하고 싶다.”

장르를 떠나 많은 이들과 어우러져 음악을 즐기길 유도하는 가페라 테너 이한. 그의 생각이 세상과 통했을까? 이제는 오히려 클래식 무대에서 이 씨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장르와 레퍼토리의 한계를 넘어 앞으로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그의 행보와 함께 더욱 많은 이들이 행복을 느끼게 될 그날을 기대한다.

약 력

-이탈리아 F.P.Tosti 아카데미아졸업

-이탈리아 Puglia 주립음악원 성악지도자과정 졸업

-이탈리아 프레스코발디 음악학교 합창지휘과 졸업

-이탈리아 U.Giordano 국립음악원 수료

-국내외 500회 이상 초청공연 외 다수방송출연(MBC.KBS.SBS.外다수케이블방송)

-SPERANZA 독집음반출시(이한뮤직)/ 노스탤지아(신나라뮤직)

-국내 최초 가페라 가수(가요+오페라)

-현 상지대외래교수, 보이스 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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