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7 (목)

  • 맑음동두천 23.2℃
  • 맑음강릉 23.3℃
  • 맑음서울 24.1℃
  • 맑음대전 23.6℃
  • 구름조금대구 24.4℃
  • 구름많음울산 20.2℃
  • 맑음광주 23.4℃
  • 구름많음부산 21.4℃
  • 맑음고창 21.6℃
  • 흐림제주 22.1℃
  • 맑음강화 22.3℃
  • 맑음보은 20.2℃
  • 맑음금산 21.4℃
  • 구름조금강진군 19.6℃
  • 구름많음경주시 21.2℃
  • 구름많음거제 19.1℃
기상청 제공

[문화리더] 홍인호 작가

창작열 승화된 ‘오리의 넋’ 슬픔 넘어 희망을 꿈꾸며

 

‘홍인호는 오리에 자신을 감정이입하여 자유롭게 마음껏 그림을 그린다. 그것은 미술사의 발전에 있어 오늘날의 사조를 연구하거나 시대를 고민하면서 엘리트로서 작업해야 하는 작가들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김미진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

작가 홍인호(45)의 일상은 오리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오리가 그인지 그가 오리인지’ 객체와 주체를 나눠 놓을 수 없는 일종의 경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오리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중국·러시아·미국 등지를 여행하며 600여 점이나 되는 오리 조형물을 모았다. 오리 작품 활동을 위해 하나, 둘 수집하기 시작한 것이 그를 ‘오리 콜렉터’로 만든 것.

“오리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을 생업으로 운영하다 보니 ‘오리’를 소재로 한 그림을 그리게 됐다. 하루 100여 마리, 9년여간 3만여 마리 오리의 죽음을 맞은 내게 오리의 넋을 기리는 일은 숙명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초기 작품에서는 불에 타는 오리, 조류 독감 등 슬픈 오리의 모습으로 가득 찼다. 이후 의인화 희화한 작품에서도 슬픔이 묻어났다. 이제는 오리에 희망을 담아내야 하지 않을까….”

앞서 김미진 교수가 밝혔듯 그가 다른 작가들과 전혀 다른 행보를 이어온 데는 그의 독특한 이력이 한몫한다. 미국에서 미술을 부전공으로 공부했고, 아이디어 전쟁터라 불리는 우리나라 굴지의 광고기획사에서 7년여간 일한 바 있으며, 대학원에서는 예술기획을 전공했다. 독특한 소재의 아이템을 구상해내고 열정을 쏟는 작업을 이어나가며 눈에 띄는 전시를 펼치 위한 탄탄한 밑바탕이 이미 형성돼 있던 것. 그저 ‘자유로운 영혼’일 것만 같은 그를 조금만 더 이해하려 노력해보면 날이 선 예리함, 세상을 상한 분석력, 크리에이티브한 면면을 금새 발견할 수 있다.

“초·중·고 내내 미술부 활동을 했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당시 미대 가는 것을 반대하셨던 부모님 뜻을 따라 중앙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에 가서는 TV·드라마·광고 제작의 꿈을 키우던 중 1990년에 매스커뮤니케이션 공부를 더하고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부모님은 반대했던 길이지만 그는 그곳에서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가슴에 품고 있던 것을 다시 시작하자니 당연히 비중은 그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었다. 회화는 물론 조각, 조소,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작업을 이어나갔다. 서양 땅에서 동양인 특유의 색채와 감각은 단연 눈에 띄었다.

“전공 점수는 C, D학점을 받았어도 부전공인 미술에서는 늘 A, A+를 놓치지 않았다. 어느 날은 매스컴 교수님이 작품 활동 모습을 보시고는 미술 쪽으로 전공을 바꿔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진지하게 권유하시기도 했다. 개방된 사회에서 자유롭게 인생을 꾸렸던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1993년 뉴욕으로 대학원을 가려고 준비하던 중 귀국했다. 제일기획에서 7년 동안 광고 일을 하다가 지금의 사업을 하게 됐다.”

98년에는 미술을 전공한 아내와 결혼했다. 홍 작가는 당시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속내를 숨겼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식이었을 듯. 아내가 먼저 미술 공부를 더 해보기를 권했다. 야간 강좌를 다니기도 하고 경기대 전통미술학과와 홍대 예술기획과 대학원에서도 공부를 이어나갔다. 가족은 자유로운 그의 삶을 단단하게 묶어주는 힘이 됐다.

오랜 노력 끝에 그는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품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의 오리 작품은 비구상과 반추상이다. 동양화적 요소와 탱화의 영향도 엿보인다. 독특하고 희한한 그림이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정통 미술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재기 발랄하고 재미있는 아이템이 필요했다. 그림에 감정을 이입하고 주제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작업하려 한다. 전략적으로 오리 작업을 하고 있지만, 오리만 그리고픈 것은 아니다. 비구상, 색감으로 승부하는 작업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그는 아트페어까지 합쳐 3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2004년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오리전’, 두 번째는 2009 수원미술관에서 ‘덕 쇼(duck show)’로 단번에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오리 작가’다. 그가 다른 소재의 그림을 그린다고 해도 그 속에는 분명히 오리가 담겼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오리를 발견하곤 한다. 사람의 모습을 그려도 오리 같다고들 말한다.

“오리 작품을 통해 희망을 담아내고 싶다. 앞으로는 서울과 수원을 오가며 전시를 펼칠 예정이다. 오리 하나로도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관람객들이 나의 그림을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오감의 자극을 느끼며 단 하나의 영향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 한 명이라도 감흥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또 몸을 담고 살고 있는 수원 미술계 발전에 힘을 보태고 싶다.”

■약 력

-1994 University of Denver 졸업(전공 Mass Communication/ 부전공 Art)

-2005 경기대학교 미술디자인 대학원 졸업

-2006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현대미술 최고위과정

-2009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예술기획학과 졸업

▲개인전 및 아트페어

-2009 수원미술관

-2006 토포하우스(서울)

-2006 고양아트페어

▲그룹전

-2010 한 중 국제 미술대제전 (중국, 산동성)

-2009 홍익현대작가회 그룹전

-2009 현대회화의 만남전

-2007 한국의자연, 빛의인상전 (프랑스, 파리)

-2006 홍익 작가 연합회전

-2005~2009 홍익화우회전

-2005 한국현대미술 프라하 초대전(체코, 프라하)

-2005 Amator전

-2004 한.독 교류 베를린 문화원 초대전 (독일, 베를린)

-2003 아름다운 서울 그림전

-2003 몽골전

-2003~2006 코아트전

-2003~2009 Com전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