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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예정 건물 활용… 신인작가들의 ‘꿈’을 전시하다

 

■ 전시리뷰

행궁동레지던시 ‘6번항로-출발점’

수원 화성의 중심에 자리한 행궁광장.
광장 옆 주차장을 빠져나오니 행궁 앞에서
무예24기의 시연이 한창이다. 뿌연 먼지가
날릴 만큼 역동적인 시연을 보기 위해 이미
수백명의 관람객들이 늘어서 있다.

관람객을 지나 100여미터를 걸으면 타일로 구성된
벽화가 인상적인 건물 하나가 곧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행궁마을커뮤니티아트센터다.
행궁동레시던시는 그 안에 자리하고 있다.



행궁동커뮤니티아트센터
낙후된 마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행궁길발전위 제안으로 만들어져
작가·주민 소통… 다양한 활동 펼쳐
신인작가들 창작 활동 지원 ‘앞장’




입주작가전 ‘6번항로-출발점’
지난 21일부터 31일까지 진행
공예·회화·조각부문 등 24팀 참가
작가의 작업·작품세계 엿볼수 있어
북아트·버닝화·영상물 등 장르 다양

 

 


세계문화유산 수원 화성 내 동네인 행궁동은 화성 성곽복원과 문화재보호정책으로 인해 개발이 제한돼 매우 낙후된 마을이다. 이 곳이 지난 2013년 수원생태교통페스티벌을 기점으로 문화예술마을로 변모하고 있다.

 


지금의 행궁동레지던시는 주민들이 낙후돼 가는 마을을 활성화시켜보고자 2009년 철거예정 건물을 활용해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행궁길발전위원회(주민, 수원의제21, KYC, 대안공간눈)가 활용을 제안해 운영해 온 행궁동레지던시는 그후 2012년 행궁동마을만들기 운영주체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조직해 작가와 주민이 소통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의 레지던시는 첫 해 운영을 끝으로 입주 작가들이 건물 해체퍼포먼스를 벌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지역과 교류하는 문화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곳에서 지난 21일을 시작으로 31일까지 행궁동레지던시 6기 입주작가들의 오픈스튜디오와 입주작가전 ‘6번항로-출발점’이 열리고 있다. 해체의 운명을 벗어나 어느새 6번째 작가들의 보금자리가 된 것이다.

6기 입주작가는 공예·회화·조각부문 14팀, 설치·사진부문 3팀, 기획·영화·퍼포먼스부분 7팀 총 24팀으로 구성됐다. 이 낡은 건물을 기점으로 올해 활동하게 될 작가들의 숫자다.

벽화를 통해 외관을 정비했지만 그 입구는 조촐하다. 2층에 위치한 작가들의 작업실로 향하는 좁은 계단은 마치 다른 세상으로 이어져 있을 것만 같아 신비롭게 느껴진다.

그대로 왼쪽에 전시공간이 마련돼 있다. 입주작가전인 ‘6번항로-출발점’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입주작가전인 만큼 각각의 작품은 작가의 작업과 작품세계를 맛보기로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24팀의 입주작가들이 내 놓은 하나 둘의 작품들이 벽면에 빼곡하다. 서양화, 동양화, 조각, 공예 등 익숙한 장르의 작품부터 북아트, 버닝화, 영상물 까지 작가(팀)의 숫자 만큼이나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금정수 작가(물단지)의 화첩부터 ABS수지로 만든 송윤희 작가의 ‘세한도’와 오점균 감독이 배출한 시민영화제작모임 ‘카사노바’의 영상작품 ‘수상한 남자’ 등은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감상해 볼 만한 작품들이다.

먹으로 그려낸 군상들이 페이지 마다 새겨진 금정수 작가의 화첩 속 인물들은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부터 어느 공원 벤치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는 노숙인 등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하얀종이 안에 포근한 필치로 자리잡고 있다.

한편, 카사노바의 ‘수상한 남자’는 오랜만에 옛 친구를 찾은 남자와 그를 기억하지 못해 ‘수상한 남자’로 오해하는 두 친구의 차마 웃지못할 소동이 작은 모니터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작품 한작품, 작가의 고민과 그의 1년이 앞축된 작품들이 가득한 공간은 마치 손채수 작가의 작품 ‘생명 1’의 모습처럼 하얀 알을 연상 시킨다. 전시장의 흰 벽면을 껍질 삼아 그 안에 놓인 각각의 작품들은 알 속에 가득 담긴 꿈틀대는 생명이다.

아직 많은 미술 향유층은 유명작가에 집중한다. 그러나 새로운 많은 작가들이 자신만의 작업과 작품에 생을 걸고 또 자신과 소통해 줄 관람객을 손 꼽아 기다리고 있다. 유명 작가 역시 첫 출발점은 어딘가의 조그만 전시장이었을 터다.

 


아이러니하게도 행궁동 레지던시는 이 같은 작가들의 참여가 낡은 건물에 생명을 불어 넣고 있다. 그들이 이 곳을 찾았기에 행궁동 레지던시는 철거라는 죽음을 맞지 않고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레지던시의 존재로 또 다시 많은 신진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과 이름에 생명을 불어 넣게 될 것이다.

이 하얗고 깨끗한 알이 오래도록 행궁동 주민들의 품에 품어지고 이 곳을 찾을 더 많은 사람들이 온기를 나누는 날을 기대해 본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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