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경기공연예술 페스타’의 ‘베스트콜렉션 3’ 중 한 작품인 화류비련극 ‘홍도’가 지난 30일 오후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 무대에 섰다.
홍도는 1936년 임선규가 연출한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를 극공작소 마방진의 고선웅 연출이 색을 입힌 작품이다.
격조있는 대중극을 표방한 ‘홍도’는 예전 신파극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랐다. 다만 절제된 연기와 무대연출을 통해 관객이 능동적으로 감동을 찾기를 제안한다.
오빠의 학업 뒷바라지를 위해 기생집인 우림정에 들어간 홍도는 명문가 자제이자 기생집 주인의 아들인 광호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그러나 남편이 유학을 간 사이 홍도를 반대하는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계략으로 부정한 여자로 몰리고 남편과 가족들에게 버림받는다는 내용이다.
심플한 무대가 먼저 눈을 사로잡았다. 온통 하얀 무대에 한옥집의 마루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홍등과 사람인(人)자의 무대장치를 통해 기생집과 광호의집인 것을 구분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절제됐다. 마치 랩을 하듯 속사포처럼 할 말을 내뱉는 배우들의 연기는 낯설지만 웃음을 주기도 한다. 다만 절제된 주변인들의 연기 속에서 주인공 홍도는 슬프고 기쁜 감정을 연기하며 몰입을 극대화시킨다.
극은 전체적으로 절제된 감정으로 이어가지만 극의 막바지에 궁지에 몰린 홍도가 내연녀 혜숙을 칼로 찌르는 장면은 강렬하다. 어떠한 대사도 없이 홍도에 손에 이끌려 나온 혜숙을 무대 한켠에 세우고 숨겨둔 칼을 꺼낸 홍도는 천천히 혜숙의 몸에 칼을 밀어 넣는다. 이윽고 하얀 무대는 온통 붉게 물든다.
붉은 피로 가득한 무대는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홍도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외침인 듯했다.
홍도는 표현과 연기를 최대한 절제한다는 연출의도는 잘 드러났다. 빠른 극의 전개는 홍도가 어떻게 될까 가슴 졸이게 만들며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공연을 보면서 그녀의 상황이 비극적인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 비극이 현대를 사는 여성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부정한 짓을 했다고 자신을 비난하는 이들에게 홍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집에서 쫓겨나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혜숙을 칼로 찌르는 일 뿐이었다. 자신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었던 홍도의 행동과 눈물은 미련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녀의 삶이 안타깝다는 감정 이상의 공감을 불러오기에는 세월의 간극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시집 온 여성들이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처럼 지내야 한다’는 말을 현대 여성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하지만 전통적 가치를 주제로 한 내용을 2015년에 다시 무대에 올려 지루하지 않게 풀어낸 점은 극공작소 마방진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이 작품은 오는 6~7일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