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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사회적 네트워크로 움직인다

 

최근 국제 환경단체인 ‘시셰퍼드’는 일본의 포경선을 추격할 수 있는 규모와 속도를 가진 포경감시선을 건조했다고 밝혔다.

‘시셰퍼드’가 그간 일본의 포경선을 저지하기 위해 과격한 폭력 대응을 서슴지 않아왔음에도 여러 국가로부터 직접적인 지원을 받는 것은 서양인들이 공유하는 고래에 대한 ‘사실들’ 때문이다.

서양에서 고래는 매우 지능이 높은 동물이다. 그간의 무분별한 포획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이기도 하다. 서양인들에게 고래를 잡아먹는 행위는 생물 다양성에 대한 위협인 동시에, 지능을 가진 동물을 해치는 야만적인 행위인 것이다.

‘과학적 사실들’에 기반을 둔 이런 믿음은 굉장히 확고하다.

반대로 오랫동안 고래 고기를 소비해온 일본에게 포경 반대 운동은 서양에서 만들어진 ‘환경 제국주의적 동맹’의 폭력이다. 일본 측의 과학적 데이터에 따르면 고래는 금붕어와 다를 것이 없는 물고기이며, 아직 멸종 위기에 처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다른 물고기들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 포식자이다. 일본의 포경은 ‘과학적 연구’라는 타이틀 아래 일본 과학자들과의 동맹을 통해 이뤄진다.

고래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인지, 아니면 단순히 바다의 포식자인지에 대한 양측의 주장은 모두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고 있다.

토머스 쿤에 따르면 이런 논쟁은 ‘패러다임’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패러다임은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제창한 개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틀을 의미한다. 패러다임이 다른 사람들은 같은 ‘사실’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홍성욱 교수는 정통파 과학사학자인 동시에 과학기술학(STS)을 도입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이다. ‘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를 펴낸 홍성욱 교수는 쿤의 패러다임 개념을 확장·발전시킨 개념으로 ‘네트워크’를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네트워크는 현대 과학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개념이며, 과학적 이슈의 흐름을 설명하는 키(key)이다. 네트워크는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뻗어나가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성장하던 네트워크가 소멸되거나 다른 네트워크로 대체되기도 하고, 여러 네트워크가 하나로 응축되기도 한다.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네트워크의 관점으로 볼 때, 과학이 사회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임을 알 수 있다.

또, 과학이 자연 본연의 속성이라기보다 ‘인간’의 활동임을 직시할 수 있다.

저자는 “과학은 인간과 비인간의 살아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활동이고 이 네트워크는 국소적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적합한 과학을 만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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