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투기열풍에 환경훼손...숨막히는 수도권

2005.12.31 00:00:00

 

"경기도민은 숨쉬고 싶다"
도심의 허파인 그린벨트(GB)가 난개발과 투기 등 개발에 밀려 찢어지고 신음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내 그린벨트는 한탕심리에 빠진 공무원들의 투기와 정부의 무분별한 국민임대아파트 건설 등으로 '그린 경기'의 모습이 일그러지고 그린벨트의 존립이 위태롭다.
경기도는 지난 2002년 이후 과천시 면적(36㎢)의 2배에 이르는 78㎢면적의 그린벨트내 산림이 훼손돼 풍수해 예방을 하지 못하고 오염된 대기를 정화하지 못해 도민들의 '삶의 질'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그린벨트 훼손실태와 사례 등을 살펴보고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그린벨트 훼손을 막기 위한 대책을 알아본다.
#훼손실태=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달 30일 현지 주민의 명의를 빌려 그린벨트를 산 뒤 산림을 훼손하고 전원주택지로 개발, 비싸게 분양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산지관리법 위반 등)로 부동산업자 변모씨(50)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부유층에게 알선료를 받은 뒤 현지주민 명의로 산지 전용허가를 받아 산림을 훼손한 모 설계사무소 소장 김모씨(36)와 변씨에게 돈을 받아 담당 공무원에게 식사를 제공하며 산지전용허가 청탁을 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김모씨(51)등도 함께 구속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이들을 통해 빌린 명의로 산림을 훼손하고 전원주택 등을 지어 불법으로 시세차익을 얻은 모 지방대 교수, 6급 공무원, 가수, 변호사 부인, 중소기업대표 등 이른바 사회지도층 및 부유층 6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와는 별도로 하남시 그린벨트에 농축산시설 허가를 받아 이를 불법으로 개조, 음식점 등 상업시설로 바꿔 수천만원에서 1억원대의 임대수익을 얻은 혐의(개발제한구역의지정 및 관례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로 하남시의회 전 의장 조모씨(63)와 현 하남시장의 친동생 이모씨(41), 현직 시의원 A씨 등 7명도 불구속했다.
#정부가 그린벨트 훼손에 앞장=정부는 '국민주택 100만호 건설' 공약을 지키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를 택지개발지구로 지정, 경기도내 일선 시.군과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58만5천㎡규모의 국민임대주택단지로 최근 지정된 안양시 관양동 동편마을을 비롯해 수원 호매실동(312만6천㎡), 남양주 별내(510만4천㎡), 고양 삼송(493만㎡), 의왕 청계(33만6천㎡), 안산 신길(81만3천㎡), 광명 소하(104만5천㎡), 시흥 능곡(98만5천㎡) 등 도내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는 총 12곳, 1천814만 여㎡에 이른다.
이렇듯 국민주택건립으로 사라지게 될 도내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 1천814만 여㎡(18.14㎢)는 군포시 면적(36.35㎢)의 절반에 이르는 거대한 면적이다.
이는 또 전국의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 36곳의 3분의 1에 해당된다.
경기환경운동연합 등 도내 시민.환경 단체들은 "녹지공간을 없애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건설하게 되면 훼손된 산림으로 풍수해 예방이 어려워지고 오염된 대기 환경 정화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돼 주민들의 생활 환경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며 "정부가 경기도를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생각해 무분별한 아파트 단지를 지속적으로 개발한다면 경기도는 결국 '아파트도(道)'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벨트내 탈.불법행위 극성=하남시 배알미동 팔당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위치한 K음식점.
미국 국적 김모씨 부자의 전통한옥을 임대, 지난해 내부 수리를 거쳐 전체 건물중 76.86㎡만 일반음식점 허가를 받아 영업해 오고 있는 이 음식점은 인근 임야 660㎡를 무단 훼손, 주차장 등의 공간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부속 건물 121.32㎡를 행정당국에 허가도 받지 않고 불법으로 용도를 변경해 객실과 주방등으로 확장,사용해 오고 있다.
그러나 당국의 조치에 음식점측은 코웃음을 치고 있다.
하남시는 지난해 10월 임야 무단 훼손과 건축물 불법 용도 변경 등의 혐의로 계고장을 발송한데 이어 15일동안 영업정지조치를 내렸으나 지금껏 원상 복구는 커녕 버젓이 영업해 오고 있다.
박모씨(46·하남시 신장동)는 “이 일대에는 한국수자원공사 팔당권관리단 사무소와 대형 수도 시설물들이 빼곡하게 들어 서 있다”며 “이런 곳에 음식점 허가가 난 이유를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K음식점 대표 이모씨는 “임야를 훼손했다는 지적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영업을 개시하기 이전부터 등산객들이 주차장으로 사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광교산은 우리가 지킨다="수지의 허파인데, 난개발 우리가 막아야죠"
개발 폭풍이 몰아친 용인 수지지역은 산천은 간데 없고 추억만 남아 있다.
수려했던 산기슭에는 아파트가 들어섰고 계곡은 말라버렸다.
그나마 남아있는 산자락도 개발의 삽날 앞에 언제 사라질지 모를 운명이다.
이처럼 개발 바람이 멈출 줄 모르자 평범한 주민들이 광교산 개발에 족쇄를 채워보겠다고 나섰다.
지난 10년간 제각각 광교산 지킴이로 활동해온 주민들이 의기투합해 지난 2003년 초 ‘광교산 토월약수터 땅 한평 사기 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운동본부 정정숙 회장(53·여)은“광교산이 너무 좋아서 이사를 왔는데 개발된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 무작정 용인시장실로 뛰어가 개발하면 안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 후 정 회장은 평범한 주부에서 투사로 변신했다.
그는 현재 광교산 개발 반대 집회와 서명운동 등을 주도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현재 23명의 회원들이 이끌고 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 넘도록 광교산 개발을 몸으로 막아온 사람들이다.
운동본부는 거리 모금 등 다양한 운동을 벌여 25억원을 모으고 경기도와 용인시의 도움을 받아 개발과 보전의 기로에 선 광교산 땅을 사들이기로했다.
회원들의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용인시가 지난해 광교산을 도립공원으로 지정해달라고 경기도에 건의했기 때문.
정 회장은“광교산 개발이 원천봉쇄되면 3대가 함께 쉴 수 있는 시민공원으로 가꿔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문가 견해=부천시의회 전덕생 전 부의장은 “산림 훼손이 어떠한 이유로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부족한 녹지를 보존하기 위해 그린벨트로 지정된 만큼 이같은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판교와 용인 성복. 동백지구, 화성 통탄 지구 등 수도권에 거대 개발벨트가 형성돼 부동산투기와 그린벨트 훼손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며 "그린벨트내 단속 요원을 일선 지자체들이 매년 감소시키고 있어 과연 그린벨트를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는 그린벨트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말 현재 경기도내 그린벨트 지역은 1천275㎢로 용인시 면적(600㎢)의 2배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를 관리해야 할 단속요원은 지난 1989년 258명에서 올해 현재 146명으로 43%나 줄어 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규태기자 kkt@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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